▲뮤지컬 영화 '영웅' 설희 役 김고은/CJ ENM |
▲뮤지컬 영화 '영웅' 설희 役 김고은 스틸/CJ ENM |
설희는 이토 곁에 있었기에 안중근(정성화)을 비롯한 독립군 무리들과는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고은은 외롭지 않았다.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일본 배우들과 시간을 보냈다. '영웅' 속 이토 히로부미는 실제 일본 뮤지컬극단 시키 출신의 재일교포 배우 김승락이 연기했다.
"일본 측 선배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셨다. 굉장히 따뜻했다. 이토 선배님도 한국어가 유창하진 않았지만 그 와중에 저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말들을 틈만 나면 해주셨다. 저는 촬영 초반에 스타트를 끊은 것이라서 모두가 처음인 현장이었다. 서로가 서툴고 잘 모르겠는 과정을 이겨내는 과정이라서 서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다(미소)."처음 도전한 뮤지컬 영화. 평소 노래에는 자신했던 김고은이지만, 뮤지컬 넘버는 일반 노래와는 창법부터 달랐다. 그는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무조건 부딪혔다. 연습과정을 묻는 질문에 '냅다'라는 표현을 썼다. "될 때까지 하고, 부르다가 주저 앉아서 왜 안되냐고 울었다. 연습실에서 그냥 냅다 했다. 친구들에 도움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혼자 독방같은 연습실에서 많이 연습했다. 보컬 레슨도 받았지만 자주 받을 수 없어서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 기억했다가 연습하고 그랬다. 그렇게 혼자 몇 달을 감정을 실어서 해보면서 그냥 냅다 연습했다."
김고은은 "고등학교 때 뮤지컬 넘버를 즐겨부르던 나는 없어졌더라. 뭐를 놓쳤지? 라는 생각이 저를 가장 많이 괴롭혔다. 그때는 노래는 더 기깔나게 불렀을 것 같다. 지금이 연기적인 성장이 분명하고, 노래를 부르는 발성이나 그런 것들은 매일매일 스스로 훈련을 했다. 끊임없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뮤지컬 영화 '영웅' 설희 役 김고은/CJ ENM |
'영웅'은 현장에서 라이브 녹음을 진행, 한 소절이라도 음이탈이 나면 처음부터 다시해야 했다. 김고은은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넘버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연못 앞에서 후반부만 부르면 될 때였다. 격한 감정에 노래를 부르다보니 음이탈도 났다. 눈물 콧물 다 나왔었다. 컷 했는데 정말 박장대소했다. 큰일났다며 혼자 웃은 기억이 있다. 이거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정말 컸다. 그때 그것 때문이라도 진짜 본격적으로 노래 부르는 장면 찍을 때까지 정말 연습 많이 해오겠다고 감독님께 약속했다. 실제로도 치열하게 했다."
특히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는 김고은의 최애 넘버다. 궁녀였던 설희가 정보 요원이 되기까지 가슴 아픈 사연이 가사에 담겼다. 김고은은 유독 애먹인 넘버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가사는 설희의 또 다른 넘버인 '내 마음 왜 이럴까'의 한 소절이다. 그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려다 실패한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조선에 딸이기를 빈다'는 대목이 있다. 테이크를 다시 가도 감정이 너무 와 닿았다. '그게 참 설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기 직전에 마지막 말이라는 게 더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안중근과 독립군이 거사에 앞서 굳은 의지를 다지며 민초들과 하나 돼 '그날을 기약하며'를 열창하는 장면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또 이들은 삼엄한 법정에서 '누가 죄인인가' 넘버를 함께 부르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 촬영장에는 200여명이 넘는 배우들이 함께 합창, 녹음했다. "'그날을 기약하며'의 그 짜릿함이 너무 좋다. 그 장면을 보면 뭔가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벅차서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멜로디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다 같이 합창하는 넘버는 너무 부러웠다. 'CG로 저도 좀 넣어주시면 안되냐고, 나도 일환인데'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합창 장면은 경이로운 느낌이 있다. 군중 안에서 불렀을 때의 이야기들을 하시면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가 죄인인가' 같이 외치고 싶었다(웃음)."▲뮤지컬 영화 '영웅' 설희 役 김고은/CJ ENM |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차례 개봉이 연기됐지만, 어렵게 대중에 공개됐고 김고은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뮤지컬 '영웅'에서 14년째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는 김고은의 넘버에 대해 "마스터피스"라고 칭찬할 뿐만 아니라 뮤지컬 캐스팅 제의까지 했을 정도다. 김고은은 연습을 도와준 한예종 동기들에 감사함을 전했다.
"개봉한다고 하니 동기들이 '그렇게 울고불고 한 작품 드디어 나오네. 어떻게 했을라나' 라고 하더라. 연습하다가 저 스스로에 화가 나서 분에 차 울면 동기들이 항상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고 위로해 줬다.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도전에 성공한 김고은에 '영웅'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그는 "독립 투사들에 대한 마음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지점이 제일 좋다. 의사, 투사라고 하면 되게 먼 사람인 것 같고, '그 사람이 특별해서' 같은 막연함이 있다. 근데 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고, 똑같이 두려움을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는 점을 알게 해준 것.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음악의 힘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