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나라수마나라' 지창욱 "뮤직 드라마 재도전? 다시 안 할 것 같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7 06: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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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리을이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감독 김성윤)는 웹툰작가 하일권의 2010년 작품으로, 철없는 마술사를 만난 한 소녀의 성장 드라마를 그린다. 철 없는 마술사 리을(지창욱)은 사람을 만나면 '당신, 마술을 믿으시나요?'라고 물어본다. 대다수에게 미친 사람 취급당하기 일쑤다.

 

공개 하루 만인 5월 7일, 넷플릭스 월드 랭킹 7위로 진입, 다음 날에는 4위로 상승한 '안나라수마나라'는 인도에서 공개 3일 만에 처음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리을 役 지창욱/넷플릭스
 지창욱은 마술사 리을을 연기했다. 그가 처음 '안나라수마나라' 대본을 접한 것은 2020년 12월이다. 최근 '1가정 1리을을' 외치는 시청자들처럼 지창욱도 '리을'에 끌렸다. "처음 대본 봤을 때가 재작년 12월 정도였던 것 같다. 집에서도 하염없이 읽은 기억이 있다. 저는 윤아이(최성은)와 나일등(황인엽)의 모습이 제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사회를 살다 보면 돈 걱정을 하고 성적, 꿈에 대해서 고민하고 누군가의 눈치 때문에 표현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리을이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따뜻했고 두 모습 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습이라 생각했다. 리을이 같은 경우에는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안나라수마나라'가 인도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인도 영화 속 '마살라'와 비슷한 분위기 때문이다. 마살라 영화의 백미는 춤과 노래로 가득한 집단 군무다. 영화 내내 느닷없이 전통음악과 함께 수시로 등장한다. '안나라수마나라'는 한국 드라마 최초 뮤지컬 형식의 드라마다. 지창욱은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감격스럽다. 너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많은 분들께서 보시고 힐링이 되는, 따뜻해지는 시리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했다.

 

지창욱은 '안나라수마나라' 리을을 연기하기 위해 이은결 마술사로부터 촬영 3~4개월 전부터 마술을 배우고 익혔다. 그는 "어렵지만 되게 즐겁게 연습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고생이 빛을 발한 것처럼 그는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마술사'를 잘 소화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리을 役 지창욱/넷플릭스
 

"마술을 배우면서 재밌었던 점은 연습하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고 힘들었다. 다만, 그 연습을 했을 때 친구들이나 어머니 앞에서 보여주면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뿌듯하고 신나고 재밌었다. 극 중 나오는 마술들은 촬영하면서 많이 했다. 카드 가지고 심리 마술을 몇 개 배웠는데 손쉽게 할 수 있어서 잘 하게 됐다."

  

'안나라수마나라'처럼 인기 원작이 있는 작품은 부담이 따른다. 지창욱은 "워낙 인기도 많았고 명작으로 손꼽히는 웹툰이다. 본질을 흐리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저는 작품 하면서 메시지를 철저하게 지키고 싶었다. 다만, 웹툰에 나오는 인물을 완벽하게 제가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재창조를 해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웹툰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는 지창욱은 "우리 작품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비주얼을 원작처럼 머리를 짧게 갈까, 염색을 해서 원작처럼 할까 등 많은 의견이 나왔다. 결국엔 긴 머리로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저만의 리을을 만들려고 했다. 약간의 재창조. 원작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 안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려고 했다"고 했다. 

지창욱은 리을과 얼마나 닮았을까. 그는 싱크로율을 묻자 "목소리 정도?"라며 웃었다. "아예 다르다. 리을이는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삶을 선택해서 자기만의 삶을 사는 친구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대중 앞에 서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친구, 아들로서 눈치 보는 것이 많다. 정말로 하고 싶지만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비겁한 거 같아서 다른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리을이처럼 살면 참 좋겠다는 꿈, 희망들이 좀 있는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리을 役 지창욱/넷플릭스
 세상에 낙인 찍힌 리을은 서툴지만 윤아이를 비롯해 유원지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마술을 선보이며 살아간다. 마술사의 설정도 '서툼'이다. "리을의 연기 포인트는 수준급의 마술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버려진 유원지에서 아이들과 친구들을 상대로 마술을 보여주는 초짜같기도 한 서툰 마술사다. 다만, 그 마술을 즐기고 신나하는 모습, 마술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리을의 유일한 단짝은 앵무새 '미녀'다. 지창욱은 앵무새 두 마리와 번갈아가며 직접 촬영을 진행했고, 목소리는 방송인 박슬기가 연기했다. 앵무새와 의사소통이 됐냐는 물음에 "전혀 안됐다"고 말했다. "앵무새와의 호흡은 있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앵무새라는 동물과 처음으로 작업해봤다.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다.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극 중에는 친근해 보이지만, 제가 굉장히 두려움에 떨면서 촬영했다. 혹여나 예민해질 까봐 촬영 스케줄을 앵무새에 맞춰서 진행했다. 앵무새가 물면 너무 아프다. 조련사 분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촬영할 때만 안 무서워하는 척 하고 그랬다. 친해지려고 간식 같은 것을 주면서 노력을 하면서 온갖 애를 쓰면서 촬영을 했다." 

윤아이,나일등의 존재도 설명했다. "리을에게 일등이는 본인의 어렸을 적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와는 또 다른 마음으로 일등이에 다가갔다. 아이는 리을이를 리을답게 살게 해주는 은인같은 존재다. 일등이는 리을의 옛날 모습이다. 나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리을은 사회적인 낙인이 찍혔다. 원작자님은 어떤 생각이실지 모르겠지만, 마술은 꿈이나 동심을 되살리게 해주는 매개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리을 役 지창욱/넷플릭스

그러면서 지창욱은 최성은(윤아이 역), 황인엽(나일등 역)과의 호흡 소감에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었다. 나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성은이는 끈질기게 연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모습들이 프로 같고 멋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오프닝부터 영화 '라라랜드'를 연상시키는 칼군무를 곁들이고 커튼콜까지 갖춘 뮤직 드라마다. 지창욱은 뮤지컬 경험이 있지만 무대와 카메라 앞 연출과 연기는 다르다. 드라마에서 안무 동선을 맞추고 노래를 부른 것에 대해 "만족도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다. 사람에 따라 다르고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아쉬움이 더 크다. 사실 내가 아쉽고 부족했다고 판단하는 것 조차도 섣부른 판단인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이 중요하다. 리을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곳곳에서 음악과 함께 디즈니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CG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는다. 유원지를 기점으로 회전목마가 날아다니고, 마법같은 환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덕분에 배우들은 크로마키 앞에서 촬영해야하는 숙제를 해야만 했다. 지창욱은 "제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상상력을 5~6시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길게는 10시간 까지 상상력을 유지하는게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음악 씬들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와 회전목마를 타고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의 넘버는 정말 많이 찍었다. 날아가는 장면도 세트에서 찍었다. 촬영 없는 날 빼서 현장에서 다시 리허설을 하고 그랬다. '아스팔트' 넘버도 3~4일 촬영했던 것 같다. 처음 시도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리허설도 오래하고 시간과 공을 들인 것 같다. 감독님께 어떻게 해야되요? 라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배우로서 파트너로서 믿음을 줘야하는데 아이처럼 찡찡 댄 것 같다. 그만큼 유대감이 중요했던 것 같다. 팀원들에서는 현장에서 유대감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리을 役 지창욱/넷플릭스
 힘들었던 속내를 토로한 지창욱은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다시 안 할 것 같다"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정말 어려웠다. 근데 다시 하게 된다면 조금 더 캐릭터를 더 다채롭게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음악 장면에서 능숙한 모습들도 스스로 기대가 된다. 저는 애초부터 뮤지컬 드라마보다는 음악극 정도로 생각했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로 쓰여지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무대가, 매체가 달랐던 것이 메커니즘이 다를 뿐이지 연기는 비슷했다. 그게 정답이었을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카메라 무빙에 따라서 리허설을 반복했다. 이런 음악극을 통해서 제 인생에서 시도를 했다. 즐겼고 많이 힘들었다. 이러한 추억들이 쌓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처음 시도하면서 같이 만들어나갔기에 스태프 하나하나, 배우, 제작진과 함께한 순간들이 모두 추억으로 남았단다. "좋았던 기억들과 사람들을 얻은 것 같다. 배운 점은 현장에서의 소통과 화합이 정말로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던 것 같다. 작품은 배우 혼자서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같이 하는 팀원들과의 유대감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창욱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면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뭘까. 그는 "리을 대사중에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라는 게 아니야. 네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거야' 라는 게 메시지인 것 같다. 아이한테 꿈이 있느냐고 묻는다. 현실적으로 와 닿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되지만 우리가 어릴 적 가졌던 꿈과 동심을 기억하게 하는 게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안나라수마나라' 엔딩에서는 리을이 사라졌지만, 커튼콜에 다시 등장하며 그도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살 것이라 믿게 한다. 시즌2에도 함께 할 것이냐는 물음에 지창욱은 "한다면 리을의 이중생활? 이지 않을까 싶다. 시즌2는 기쁜 일이다. 시즌제 라는 게 의미가 있다. 그런 작품에 롤을 맡고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시즌2를 들어간다고 할 때 제가 할 수 있을만한 롤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환영이다. 근데 작품의 명성이나 대중성 때문에 선택하기에는 제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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