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유 "'드림' 준비한 것 버리는 것 배워...정승길-허준석 내 신스틸러"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2 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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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병헌 감독의 10년의 염원이 담긴 '드림'이 11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아이유와 박서준의 선택을 받고 촬영에 돌입한 '드림'은 4년만에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 15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외화 강세 속 한국영화의 100만 관객 돌파는 '교섭' 이어 두번째다.


영화 '드림'(감독/각본 이병헌)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드림' 소민 役 아이유/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드림'을 제안 받은 당시 아이유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호텔 델루나'로 연기자로서 한층 더 입지를 견고히 할 때다. 지난해 영화 '브로커'가 개봉했지만, '드림'이 아이유가 찍은 첫 영화다. "사연 많은 캐릭터를 연달아하다가 밝고 사연 없는 캐릭터를 받았다. 소민은 '드림'에서 사연이 제일 없는 캐릭터다. 주제 의식도 좋아서 따뜻했다. '델루나'의 장만옥은 1000년 넘게 살았다. 살인도 하는 무거운 설정이었다. 아예 사연 없는 역할과는 무게가 다르다고 느꼈다. 밝은 역할 할 때는 저라는 사람 자체도 심플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시나리오의 첫 인상은 재밌었다. "지금 영화에서 보여진 감동적인 부분보다 재밌는 부분이 많이 느껴졌다. 소민이 초반 등장에 캐릭터를 강하게 표현한다. 그런 대사가잘 녹여졌던 것 같다. 소민 뿐만 아니라 이병헌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개개인의 매력을 최대치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 눈에는 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소민 캐릭터의 포인트인 '열정리스'는 아이유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열정이 없다는 것이 강조되니, 그래서 본인이 열정적인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번번히 외면 당하고 상처 입어서 후천적으로 시니컬한 성격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부분이 중후반부에 드러났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다."
 

▲영화 '드림' 소민 役 아이유/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또 아이유는 "중반부에 저는 힘을 많이 실으려고 했다. 초반부에는 대사로 캐릭터를 드러낸다면 중반부에 소민의 진짜 얼굴, 캐릭터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코미디가 가미되도 소민이의 진심이 드러났으면 했다. 홈리스 월드컵 무산 소식을 들을 때는 진심으로 화내고 싶었고, 홍대한테 상처되는 말을 들을 때는 그게 진짜 소민의 진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찰나에 드러나는 그 모습이 영화에서 진짜 소민의 얼굴이었으면 했는데 잘 담긴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처음으로 호흡한 이병헌 감독은 준비가 철저했다. 아이유는 "제가 작업한 그 어떤 감독님보다 청사진이 명확한 분이었다"고 했다. 아이유가 제시한 의상 외에는 모든 부분이 정해져 있었다. 그는 "제가 예능 촬영이나 버라이어티 촬영 다니면서 봤던 감독님들의 모습을 소민에 투영했다. 목에 수건을 두르거나 땀복을 입고 토시, 선캡을 하시는 것들을 얘기했을 때 차용된 부분이 있다. 의상은 대부분 좋다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유는 평소 말투부터 행동까지 전반적으로 느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 작품 특색 중 하나가 스피디한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말맛'이다. 특히 소민의 첫 등장부터 두 가지 설정 모두를 보여줘야 했다. "소민이가 초반부에 환기 역할을 한다. 높은 톤을 원하셨다. 감독님 말투를 많이 차용하기도 했다. 말을 하면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동작을 해달라고 하더라. 악수 신청을 했다가 뺐다가 홍대를 건너서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소파 뒤로 가는 등 이런 것들은 현장에서 동선을 만들어 주셨다. 빠르게 소화해야해서 납득하기 어려웠다. 근데 촬영 중후반에는 적응해가고 있는 저를 발견했었다. 촬영 전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게 되고, 다른 경우의 수가 오케이 날 때도 있었다. 준비한 것을 버리는 것을 배운 현장이었다."

 
▲영화 '드림' 소민 役 아이유/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소민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회 초년생인 청춘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홈리스' 설정 탓에 소민은 비교적 사연이 적은 캐릭터가 됐다. "'이 미친 세상에 미친년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닌가'라는 대사가 소민이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세상이 미쳐서 본인을 미치게 만든, 합리화를 하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소민처럼 고저가 심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도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하면서 그걸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소민은 홈리스 축구대표팀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PD다. 그는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쓸려 징계 중인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가 홈리스 축구대표팀의 감독을 맡게 돼 다큐PD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다. 아이유는 "'드림'을 촬영하면서 박서준씨랑 찍은 모든 씬에서 감탄했다"고 호흡 소감을 밝혔다.

 

"저만 감독님의 디렉션에 대한 반응이 뒤쳐지는 것 같았다. 박서준씨는 그걸 빨리 습득해서 같이 현장에서 디렉션을 받으면 바로 오케이를 받아내더라. 순발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너무 부럽기도 했다. 저보다 훨씬 어려운 씬이 많았다. 분량도 많고. 묵묵하게 현장을 지키는 모습이 먼 발치에서 보기에 멋지고 너무 매력적인 배우라 생각했다. 저는 소민과 홍대가 조금 다정하게 끝났다고 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컷이 하나씩 있다. 관계성의 변화가 드러나지 않았나 만족하고 있다."

 

▲영화 '드림'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홈리스 팀의 에이스인 김인선을 연기한 이현우와는 오랜 인연이 있다. 지난 2011년 아이유 정규 2집 '너랑 나' 뮤직비디오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고, 2019년 '시간의 바깥' 뮤직비디오에서 재회하며 남다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유와 이현우는 '드림' 촬영장의 막내였다. 

 

"워낙 애기때부터 알고 지냈다. 오히려 현장에서 말을 잘 안했다. 우리가 제일 막내였다. 선배님들과 얘기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하고 노는 분위기는 만들지 않았다. 인선이 머리가 가발이다. 제가 '너 진짜 힘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발로 눈을 가리고 나오는데 그게 너무 덮고 힘들었을 것이다. 3년 내내 가발을 쓴 것이다. 에이스 선수로서 달려야하는데 너무 힘들겠더라. 그때 '종이의 집' 촬영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현장은 막내들이 힘들지 않은 현장이었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한 현장이다."

 

홈리스 축구팀은 믿고 보는 '이병헌 사단' 배우들이 함께했다. 아이유는 촬영장 에피소드를 전했다. "김종수 선배님이 촬영장에서 제가 빵을 먹는 것을 보셨는지, 그걸 기억해주셨다가 사다주셨다. 정말 미간이 찢푸려지는 감동을 주셔서 너무 송구했다. 또 쉬는 시간이나 대기 시간에 게임을 했다. 풋살 경기장이니까 게임으로 공을 차거나 했다. 저는 잘 못한다. 가만 있는 공을 차기도 여러운데 굴러가는 공을 차는 것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잘 못하는 부분이라서 한번도 축구를 보면서 화가 난 적이 없다. 그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웃음)." 
▲영화 '드림' 소민 役 아이유/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아이유가 뽑은 최고의 신스틸러는 홍대와 홀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범수 역할의 정승길과 사무장으로 분한 허준석이다. "저는 두분이 나오실 때 제일 많이 웃었다. 범수는 제가 대본 보면서도 웃었다. 감독님의 애정이 다 담겨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서사도 있고 사랑도 하고 연적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열정도 있다. 선배님께서 범수 그 자체로 보였다. 준석 선배님과는 이번에 친해졌다. 얼굴만 봐도 웃긴 상황이 됐다.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저는 선배님 나오는 씬마다 계속 눈길이 가더라. 본인만의 연기를 하고 계시더라. 오래 호흡해서 알아서 찾아간다는 느낌이었다. 그게 참 인상적이었다."


또 범수 캐릭터가 가장 공감갔다고 말했다. "입체젹인 캐릭터다. 응원을 안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리스 월드컵 자체를 영화 전에는 몰랐다. 정말 좋은 취지의 이벤트다. 집이 없다는 것은 자가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일이 끝나고 누울 곳이 없고, 매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보호해주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직설적이지만 이 외의 다른 제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드림'이 맞아떨어진다 생각했다. 내 몸 하나 늬울 곳도 없는 사람들이 갖는 꿈. 소민이와 홍대는 돌아가서 누울 곳은 있지만, 어디하나 마음 두고 의지할 데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 돌아올 곳이 있다고 말하는 주제가 좋았다."

마지막으로 아이유는 "'드림'이 제 첫 출연 장편 영화다. 이렇게 길게 촬영한 작품이 없을 뿐더러 어떻게 이렇게 착하고 좋은 분들만 모셨나 싶을 정도다. 송구스러울 정도로 애정도 많고 배려도 많이 받았다. 첫 영화에서 그런 현장 만나것도 행운인 것 같다. 감독님의 덕을 많이 본 작품이다. 제가 걱정하고 현장에서 주눅들어 있던 것에 비해 결과물이 훨씬 잘 나온 것 같다. 이게 감독님의 마술같은 건가 싶어서 감동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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