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주어진 배역이기에 집중하고 분석했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주현영은 '우영우'가 첫 정극 데뷔작이다. 애드리브로 그라미 캐릭터를 돋보인 반면, 대본을 완벽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부담감은 피할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우영우(박은빈)가 첫 변론을 앞두고 발성연습을 돕던 중 영화 '증인', '변호사'의 대사를 성대모사 하는 장면이다. '우영우'를 집필한 문지원 작가의 데뷔작 '증인'과 '변호사'의 법정 씬 성대모사는 부담감이 컸다. "대본에 완벽하게 써 있어서 이게 미션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애매모호한 것은 싫고, 어설픈 것도 싫었어요. 근데 잘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뭉치면서 머리가 복잡했어요. 근데 그 장면이 그라미 첫 등장씬이잖아요. 첫 촬영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경직도 많이 되고 힘도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동그라미 役 주현영/AIMC |
주현영과 함께 연기 공부를 한 동기들은 바로 알아차렸단다. "그 장면 방송을 보고 동기들이 '뭐 신경 좀 쓰였나보네'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맞았거든요. '변호인' 인용 대사 중에 센 대사가 있어요. 그 대사도 얼른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소리만 내질렀어요. 동기들이 눈치를 채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촬영장 분위기에서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스스로에 압박감이 있었어요."
주현영의 고충을 현장에서 가장 먼저 알아챈 이는 털보사장으로 분한 임성재다. 주현영은 촬영 중반부에는 임성재에 자연스럽게 혼자만 앓고 있던 고민을 털어놨다. "성재 선배님이 제가 느끼고 있는 자신감 없는 모습들을 제일 먼저 캐치해주셨어요. 처음 만났을 때 '주기자' 팬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자신없는 모습 보일 때마다 '너 주현영이야'라고 응원도 해주셨어요. 그러다 제가 혼자 원맨쇼 하는 것이 힘들어서 고민을 토로했어요. 그때 선배님께서 '나는 너 자유롭게 놀라고 냅두려고 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것을 이끌어 낼 수 있게 자극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털보사장님도 애드리브를 하면서 맞춰주셔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주현영은 '털보사장 가게에는 왜 손님이 없냐, 왜 그라미는 저기서 일하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고 있다며 "그라미도 아마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눈치보지 않고 영우랑 놓 수 있고, 무엇보다 사장님이랑 코드가 맞아서 그런 것 같아요. 사장님이 큰 돈을 주지 못해도 서로 큰 불만없이 소소하게 행복한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주현영의 또 한 가지 고민은 '동그라미'가 우영우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영우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주변의 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라미는 즉각적으로 단순하게 반응하고 목소리도 하이톤이다. 사실상 영우가 피해야하는 스타일인 셈이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동그라미 役 주현영/AIMC |
"그라미가 소리도 좀 지르고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잖아요. 그런게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에게 배려를 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알고 있어서 그런 행동을 저지를 때는 고민이 됐어요. 어렵다기보다는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제 주변 지인의 동생이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어서 조언을 구했더니 그분도 우려를 하셨어요. 그걸 싫어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라미가 해도 될까? 조심스러웠어요. 그걸 은빈 선배랑 이야기 했더니 '그라미한테만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그라미는 영우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인물이고, 영우를 위한 행동이고 피해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괜찮다'고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첫 정극을 박은빈이라는 대선배와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은빈 선배는 정말 교과서 같은 사람이에요. 딱딱하고 재미없는게 아니라 정말 따뜻하고 인생 선배이자, 온 세상 좋은 수식어를 다 붙일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정극이 처음인데 처음 처음 호흡을 맞추는 사람이 선배여서 정말 감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저는 제 연기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면, 선배는 나무가 아닌 숲을 봐요. 그 장면의 기능을 보시고, 주변 소품과 조명까지도 고려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배우로서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배웠어요. 제가 조금 더 성장했을 때 그런 모습을 떠올리고 적용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우영우'에서 그라미는 권민우(주종혁)를 향해 호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권민우는 같은 신입 변호사 최수연(하윤경)과 러브라인이 예상됐다. 권민우는 '우영우' 속 빌런 아닌 빌런이었기에 그 누구와의 러브라인도 시청자들에 환영받지 못했다. 주현영 역시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어떤 댓글에서 '차라리 그라미 만나서 잡혀 살면 좋겠다'는 글을 봤어요. 민우는 복잡한 것을 꼬아서 생각하는 친구죠. 그라미는 완전 반대니까 그런 권민우를 말로 한대 내리쳐줄 수 있는 것 같아서 그 둘의 그림도 재밌을 것 같긴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라미가 아닌, 최수연과 이뤄지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면 했어요."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