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나의 전성기의 정점은 은퇴 직전이었으면 한다. 과거 영광을 회상하고 바라보며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배우 장동윤을 떠올리면 '엄친아'. '바른생활 사나이' 같은 반듯함이 먼저 떠오른다. 여심을 심쿵하게 하는 앳된 맑은 외모와는 달리, 그의 눈빛은 강단있다. 단단하기 때문에 신뢰를 안긴다. 그런 그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돌아왔다.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 묵직함을 안긴 장동윤은 '늑대사냥'으로 배우로서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참신한 스토리 텔링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은 필리핀에서 잡아들인 범죄자들을 한국으로 호송하는 배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늑대사냥' 도일 役 장동윤 /TCO더콘텐츠온 |
장동윤은 한국으로 이송되어야 하는 범죄자 도일로 분했다. 도일은 무슨 질문을 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인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FBI에 의해 최고 등급 범죄자로 지정된 인물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어릴 때부터 복싱을 하셨다고 하더라. 아마추어 대회도 나가셨다고. 종두(서인국)는 오른손을 쓰는 전설적인 인물과 변칙적인 복서 사우스 포 같은 인물이고, 도일은 오소독스 였으면 한다고 하셨다. '서치'를 보시고 저한테 그런 이미지를 보셨다고 하더라."
장동윤은 평소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보는 '영화광'을 자처하며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강렬한 장면이 나올 것 같았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중요하겠다 생각했다. 제가 아무리 상상해도 CG도 있고 무술팀과의 합도 있다. 국내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 제가 그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극 내내 도일의 대사는 많지 않다. 대사가 없이 표현해야하는 것은 많이 답답했다. "힘들었다. 도일이는 배우의 역량으로 연기하는 부분도 있지만 감독님의 손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극 전체를 보면 도일이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나오는데, 알파한테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감독님께서 이미 계획해 놓은 부분이었다. 촬영 전후로는 스스로 집중의 시간이 필요했다. 도일의 묵직함을 위해 촬영 직전에는 홀로 침묵을 지켰다."
▲영화 '늑대사냥' 도일 役 장동윤 스틸 /TCO더콘텐츠온 |
극 중 도일과 종두는 과거 연을 언급한다. "둘다 흉악한 범죄자다.서로 띠꺼워도 같은 무리 한에 있기 때문에 묘한 애증의 관계가 그려진다. 서로에 신경을 쓰면서도 거북하고 싫지만 동시에 복잡한 감정을 가진덜로 표현했다."
도일은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캐릭터이기에 극 중반까지도 큰 활약이 돋보이지 않는다. '늑대사냥'의 히든 캐릭터 알파가 등장한 후 점차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과거 서사까지도 궁금하게 만든다.
"종두와 도일이가 비슷한 또래로 보이지만 사실 아니다. 도일이 미스터리한 인물이기에 큰 활약이 없지만 클리세를 부셔버린 느낌이라 좋았다. 우리 작품에서는 죽음에 대해 슬퍼하기는 커녕, 살기 위해 죽은 이의 총을 챙긴다. 의외로 현실적인 부분을 그리기도 한다. 이전에 한국에서 본적 없는 신선한 영화다. 과거 도일과 시즌2의 도일은 분명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인간적인 감정에 등락이 있는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장동윤은 "종두도 시즌2에서 함께 했으면 한다. 서인국 선배님은 저한테 대선배님이다. 너무 편하게 해주시고 장난도 잘 친다. 정말 종두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감탄했다. 저는 이미 시즌2도 프리퀄도 잠정적으로 출연하게 되는 것 같다. 인국 선배님과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영화 '늑대사냥' 도일 役 장동윤 /TCO더콘텐츠온 |
'늑대사냥'에 앞서 장동윤은 드라마 '써치'로도 장르물을 소화했던 바. '서치'가 '늑대사냥' 촬영에 영향을 미쳤냐는 물음에 장동윤은 "도일은 연기 변신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기존에 제가 가진 이미지를 활용하신 면도 있지만, 스스로 크리쳐가 되서 연기를 하고 대사도 없는데 강렬한 장면을 연기하다보니 스스로나 장르적으로 성장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장동윤은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한 후 쉴 틈없이 차기작을 정하며 소처럼 일해왔다. '늑대사냥' 이전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논란이 되며 스스로 마음가짐 역시 달라셨을 터. 잔동윤은 "'조선구마사' 이후로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 대중들이 좋은 가르침을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 일은 대중이 봐줘야만 계속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장르물 도전에 대한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올해 30대에 들어섰지만 장동윤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가 '열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속도가 느리더라도 조금씩이라도 발전할 수 있다는 성장 가능성이다.
"배우로서 방향이 맞으면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조금씩 성장하면 저는 좋다고 생각한다. 저는 아직 어리고 경험이 적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배우로 성정하고 싶다. 잘되는 작품이 있고, 안되는 것도 있고, 주목을 받는 작품도 있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연연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누군가는 저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하지만 저는 스스로 회사원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한다. 또래 친구들도 다 직장을 다닌다. 일년에 휴가가 길어봤자 일주일 정도 되지 않나. 저도 데뷔 이후 가장 길게 쉰 적이 일주일 정도다.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30대가 되니까 조금 더 마인드가 갖춰지는 것 같다. 나의 전성기의 정점은 은퇴 직전이었으면 한다. 과거 영광을 회상하고 바라보며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정상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꾸준하게, 즐거움을 느끼면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 묵묵히 꾸준히 일하는 게 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