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감독 이호재)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강창래 작가의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 지난 15일 6회까지 공개됐다.
▲[인터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원작자 "아프다는 말 흘려들어 후회...지문 사라질 정도로 요리"/왓챠 |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살면서 한 번도 요리해보지 않은 남편 창욱(한석규)이 점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는 아내 다정(김서형)의 소중한 한 끼를 위해 특별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청양 고추와 쥐똥고추가 들어간 알싸한 잡채부터 추억을 되살린 돔베국수, 굴비구이, 떡국, 사과당근주스, 24시간 숙성이 필요한 탕수육 등 요리가 등장한다. 한석규가 직접 요리에 참여하는 등 진정성이 더해져 음식으로부터 치유와 힐링,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시한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신파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유머와 위트가 구현돼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앞서 개최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공식 초청돼 4회까지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했다. 시사와 함께 개최된 GV에서 연출을 맡은 이호재 감독은 "눈물짜는 이야기로 만들지 말자였다. 슬픈 시트콤으로 잡았다. 살아가는게 그렇다. 관객분들 중에서는 가족 중에 아프셨던 경험이 있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래도 사는 것이다. 힘든 날도 재밌는 날도 어떤 날은 운이 좋은 날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감독은 "각색할 때 어떤 것을 취하고 포기할지 고민이 많았다. 30분 16부작이 원래 계획이었다. 열심히 고른 것 중에 그 중에 또 떠나보내야했다. 사람 이야기지만 음식 이야기도 하다. 매 에피소드에서 음식이 주인공이라는 걸 잊지말자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원작자 "아프다는 말 흘려들어 후회...지문 사라질 정도로 요리"/왓챠 |
동명의 원작을 쓴 작가 강창래는 "매번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저는 글로 쓴 게 전부인데, 드라마를 보면 공간 이동을 한 느낌이다. 제가 살아왔던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른다. 너무 이상하다. 이게 왜 재밌는지 그게 궁금했다. 책이 나오고 나서 영화 판권을 판매할 때 예술영화는 아니었으면 했다. 근데 예술영화이지 않나, 그리고 재밌는 예술영화인 것 같다"고 관람 후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 작가는 드라마를 보고 5년 전 사별한 아내가 많이 떠오른다며 "정말 닮았다. 저는 여러 번 봤는네 나중에는 착각을 하겠더라. 한석규 배우도 연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느낌이 이상했는데 김서형 배우는 다시 되살아 난 느낌이었다. 제 아내는 5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저는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작가는 '요알못'이었으나 아내의 시한부 사실을 알고 요리를 시작, 점차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할 정도로 실력이 늘어난다. 작가는 "당시에는 힘든 시간이긴 했던 것 같은데, 한번도 울지 않았다. 열심히 요리했다. 손에 지문이 사라질 정도로 요리를 했다. 지금은 훈련이 잘 됐다. 전 세계 모든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지금도 혼자 잘 해 먹는다. 제가 얻은 게 참 많다"고 했다.
▲[인터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원작자 "아프다는 말 흘려들어 후회...지문 사라질 정도로 요리"/왓챠 |
감독은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엔딩에 대해 살짝 스포했다. 감독은 "드라마를 어떻게 끝을 맺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엔딩과 원작. 남겨질 사람의 웰빙을 위한 빅픽쳐가 아니었나 싶어서 상상력을 발휘했다. 요리를 잘한다는 것은 먹고 사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나이가 4~50대로 설정돼 있는데 '요알못'이 요리사가 됐다. 내면도 스킬도 성장한 것 같다"고 연출 소회를 덧붙였다.
작가는 최선의 선택과 최악의 선택을 묻는 질문에 "제가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후자는 제가 돌봐주겠다고 한 것이다. 제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휼륭한 아내다. 근데 그런 사람이랑 살면 힘들다. 한 20년 잘 지냈다. 너무 힘들어서 이혼하려고 했는데 당시 아프다는 말을 흘렸던 것 때문에 저는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 것은 결국은 제가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서 최선이라고 했다. 아마 제가 아팠어도 아내가 저를 돌봐줬을 것 같다. 훌륭한 분인데 세상을 떠나기 전에 대접을 받아야 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전 아내와 사별했지만, 아내의 바람대로 아들과는 사이가 좋아졌다는 강 작가는 "그 이후에 삶에 대해 책을 다시 쓰려고 한다. 속편이 나올 예정이다. 아들과는 관계가 매우 좋아졌다. 아들이 독립을 했는데 만날 때마다 안고 뽀뽀를 해준다. 이 말 하면 사람들이 안 믿더라. 상상이 안가는 삶을 시작한 것 같다. 제가 얻은 것이 훨씬 많다. 쉽게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사람들에 만들어줄 수도 있게 됐다. 큰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한편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총 12부작이다.
5회에서 창욱은 아내 다정을 위한 아침 식사로 사과당근주스를 만들었다. 딸기, 사과, 배는 당도에 비해 혈당지수가 두부보다 낮은 점을 언급하며 음식에 대한 지식과 다정을 생각하는 섬세한 마음까지 함께 전했다. 이어 6회에서는 다정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으로 탕수육을 말해 창욱이 제대로 준비하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마트 청년 수원(양경원)이 적어준 레시피대로 탕수육을 만들다 반죽이 24시간은 숙성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뒤늦게 발견한 창욱은 '제대로' 된 탕수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띄엄띄엄' 탕수육이 됐다고 말하며 웃는 다정의 모습은 좀 더 가까워진 가족의 한 때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