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사진: KOVO) |
12년 전, 신인상을 놓친 아쉬움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드는 순간 사라졌다.
13년째 프로배구 무대를 누빈 양효진(31·현대건설)은 생애 처음으로 MVP를 받으며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양효진은 9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2019-2020 V리그 팀·개인상 전달식에서 여자부 MVP를 수상했다.
양효진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30표 중 24표를 얻었다. 압도적인 지지였다.
유력한 MVP 후보였지만, 주위에서 "네가 MVP다"라고 말할 때마다 "바람 넣지 말라"고 손을 내저었다.
양효진은 "오늘도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베스트 7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한 데 더 큰 상을 받아서 더 기쁘다"라고 말했다.
양효진은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센터다.
2007-2008시즌 현대건설에 입단한 양효진은 13시즌 동안 꾸준한 성적을 냈다.
2009-2010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11년 연속 블로킹 1위를 지켰고, 2014-2015시즌부터 뽑은 베스트 7에도 매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신인상,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2007-2008시즌에는 배유나에게 신인상을 내줬다. 당시 신인상 투표에서 배유나는 17표를 얻었고, 양효진은 11표에 그쳤다.
양효진은 "신인상 받지 못한 게 한이었다. 이후 '어떤 상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그는 블로킹 1위를 놓치지 않았고, 베스트 7에도 매년 뽑혔다.
그리고 13번째 시즌에 MVP에 올랐다.
양효진은 "어릴 때 MVP를 받았다면 안주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큰상을 기대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자리에 섰다"고 했다.
▲양효진(사진: KOVO) |
양효진은 "이번 시즌 5라운드에 들어선 뒤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꼈다. 순위 싸움도 박빙이었는데 내가 처지면 팀 성적도 처지니 정신력으로 버텼다"며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후회 없이 경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중단됐다. 정규리그라도 끝나기를 바랐다"고 '미완'이었던 이번 시즌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올 시즌 양효진은 MVP의 자격을 모두 채웠다.
현대건설은 '득점력 높은 센터' 양효진 덕에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을 조기 종료했지만, 양효진은 반짝반짝 빛났다.
양효진은 세트당 0.853개로 블로킹 1위를 차지하고, 센터로는 가장 많은 429점(전체 6위)을 올렸다.
개인 통산 기록 부문에서도 여자부 최초로 5천500득점(5천562점), 블로킹 성공 1천200개(1천202개)를 돌파했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에 자주 "선수로 뛸 시간이 많지 남지 않았다"고 했다.
선수 생활의 끝을 떠올리는 양효진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량 유지'다.
양효진은 "어릴 때는 앞만 보고 달렸다. 이제는 책임감이 많이 생긴다"며 "현재 기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30대에 접어든 뒤에도 양효진의 기량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코트 내 영향력은 더 커졌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