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여성 스포츠] 여자라서 문제? 성차별 논란 부른 해프닝 세 장면

최지현 / 기사승인 : 2020-03-29 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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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엘리트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 선수들의 경기력이 남성 선수 못지 않게 향상되어 가고 있는 요즘에도 스포츠 현장에서는 성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헤프닝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한다.  최근 국내외 스포츠 현장에서 성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헤프닝들을 몇 가지 정리해 봤다.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추월하면 반칙?

 
▲(사진: 니콜 한셀만 인스타그램)
 

지난 3월 벨기에에서 열린 사이클링 대회에서 대회 주최 측이 여성 선수가 앞서 출발한 남성 선수를 따라잡았다는 이유로 경주를 중단해 파문이 일었다.

스위스 국내 챔피언을 지낸 니콜 한셀만(비글라 프로)은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사이클연맹(UCI) 월드투어 ‘자갈 클래식’의 시작, 옴루프 헷 뉴스블라트 레이스에 출전했다. 겐트에서 니노베까지 123㎞를 달리는데 한셀만은 출발 지점으로부터 35㎞ 떨어진 곳에서 남자부 레이스 지원 차량 뒤에 바짝 붙었다. 2위 그룹과는 7㎞, 2분 정도 앞선 상태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남녀부 레이스 간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여자부 레이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한셀만은 2위 그룹과의 격차를 인정받아 2분 앞서 재출발했다. 그러나 금세 따라 잡힌 한셀만은 7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셀만은 경기 뒤 인스타그램에 “다른 여성들이나 난 너무 빨랐고, 남자들은 너무 느렸다”고 농을 했다. ‘사이클링 뉴스’ 인터뷰에서는 “우리가 너무 남자들에게 근접해 (조직위원회가 개입해) 시간 갭을 둬야 했다. 난 매우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었는데 흐름이 끊겼고, 다른 선수들은 날 따라잡을 동기를 새로 얻었다”고 전했다.  

 

여자 선수는 성질 좀 부리면 안되나요? 


‘테니스의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는 ‘여성’이라서 겪는 부당함에 항상 적극적으로 싸운다. 

지난해 US오픈 나오미 오사카(일본)와의 결승전 2세트에서 게임스코어 3-1로 앞서던 세레나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주며 쫓기게 되자 라켓을 코트 바닥으로 내던지며 화를 표출했다.

이 상황에서 심판은 이번이 2차 경고라고 판정했다. 경기 초반 세레나가 부당하게 코치의 지시를 받아 이미 한 차례 경고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심판은 오사카에게 포인트를 부여했고, ‘코칭 바이얼레이션’ 상황을 알지 못했던 세레나는 이를 강하게 항의하며 주심을 향해 '도둑'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평정심을 잃은 세레나는 리드를 빼앗겼고 점수 차는 3-5로 벌어졌다. 이 판정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세레나는 “누군가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다른 남자 선수들이 심판들에게 폭언하는 것을 봤지만, 그들에게서 게임 포인트를 뺏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차별에 대해 정확히 지적했다.

결국 세레나는 벌금 1만7천 달러(약 1천9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1차 경고에 대한 벌금 4천 달러, 라켓을 던진 것에 대한 벌금 3천 달러를 각각 부과했고 주심에게 '도둑, 거짓말쟁이'라고 폭언한 부분은 1만 달러의 벌금이 더해졌다.

심판들의 성차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세레나는 “나는 계속해서 여성을 위해, 동등해지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여자라는 이유로 이러한 일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아주 부당하다. 다음의 다른 선수는 이런 부당함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심판은 반드시 치마를 입어라?

 
▲류지원 심판(사진: 류지원 심판 인스타그램)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들도 이런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장이 여성심판에게 ‘치마 착용’을 지시해 지난 2월 논란이 불거졌다.

당구 심판은 당구공의 이물질을 닦고, 공 위치를 확인하는 등 당구대에 바짝 붙어야 한다. 거의 엎드린 자세로 당구대 위에 당구공을 확인하려면 치마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심판위원장은 2017년부터 여성심판에게 치마착용을 지시했다. 대한법률방송보도에 따르면 심판위원장은 심판들에게 “여자심판은 스커트를 준비하라. 녹화방송에 여자 스커트는 필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입기 싫은 사람 입지 말라해. 안 입으면 부심만 하다 가야지. 그것도 5일만.”이라고 덧붙였다.

치마 착용을 거부한 류지원 현직 심판은 주요 경기에서 배제됐고, 전국대회 15회 참가 정지 제재도 받았다. 류 심판은 빌리어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치마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심만 봐야 했던 것, 심지어 지난 서울 월드컵 때 UMB 심판 라이센스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선 한 경기를 제외하고 부심만 봐야 했다. 준결승과 결승 경기에서도 배제됐다.”고 전했다.

전국대회 15회 참가 제한 징계는 거의 3년 동안 전국대회에서 심판으로 설 기회가 없다는 의미다. 류 심판이 이런 중징계를 받은 표면적인 이유는 <빌리어즈> 잡지에 심판 수당이 6만 원이라고 공개한 것과 개인 SNS에 “수당은 박봉이지만 슬프도록 아름다운 일에 동참할 사람을 구한다”고 심판모집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류 심판은 빌리어즈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언론 활동과 SNS 활동을 이유로 제재를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범하는 일”이라며 “위의 징계 문제가 발단이 되어 그동안 심판들 사이에서 문제로 제기된 여러가지 일에 대한 진정과 고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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