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을 알면 골프가 보인다] '고의적 부정 vs. 우연의 일치' 백스토핑 논란의 쟁점

최지현 / 기사승인 : 2020-04-02 15: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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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주타누간, 에이미 올슨(왼쪽부터 사진: 선수 인스타그램)
 

아리야 주타누간(태국)과 에이미 올슨(미국)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2라운드 18번 홀에서 주먹을 맞부딪히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골프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상황은 이랬다. 


주타누간은 지난 달 22일 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2라운드 18번 홀 그린 밖에서 칩샷해 홀 가까이에 공을 붙이고 마크하기 위해 그린에 올라서다 멈춰섰다. 올슨의 샷 준비 때문이었다. 

 올슨은 주타누간의 공이 있는 그린에서 바로 칩샷을 시도했다. 올슨의 공은 홀 주변에 놓여있던 주타누간의 공에 부딪히며 멈춰 섰다. 올슨은 이 덕분에 짧은 퍼트를 넣어 버디를 했고, 규정에 따라 공을 원 위치해 스트로크한 주타누간도 버디를 잡았다. 

 

두 선수 모두 버디라는 행복한 결과를 얻었으므로 서로 주먹을 맞부딪히는 것으로 '윈-윈 게임'을 펼친 데 대해 자축했지만 일부 골프 팬들 사이에서는 ‘백스토핑(back stopping) 위반’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논란이 제기된 '백스토핑'은 무엇일까. 


야구에서 홈플레이트 뒤에 세워놓은 네트를 백스톱이라 하는데 공이 뒤로 굴러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골프에서도 홀 주변에 있는 공을 마크하지 않고 남겨두면 동반자의 백스톱이 될 수 있다. 샷한 공이 그린 위에 있는 공을 맞고 멈춰서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것.  

공을 맞힐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작은 백스톱이라도 있어서 나쁠 건 없다. 백스톱 역할을 하는 공은 골프규칙에 따라 원래 자리로 옮겨 놓으면 되기 때문에 동반 플레이어는 손해 볼 것도 없다. 

골프규칙 15.3a-1에 따르면 상호 합의로 마크를 하지 않고 이득을 본 경우 합의한 선수들은 모두 2벌타를 받게 된다. 공이 실제로 백스톱에 도움이 됐는지 아닌지, 규칙을 알았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만약 규칙에 어긋난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기로 합의했다면 골프 룰 1-3b항 ‘합의에 의한 반칙’으로 실격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 '상호 합의' 여부가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안병훈도 지난해 6월 재미교포인 존 허의 공을 홀 바로 뒤에 둔 상태로 칩샷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안병훈과 존 허가 서로 합의를 했다는 증거가 없어 크게 문제되진 않았다.

 

2016년 PGA 챔피언십 우승자인 지미 워커(미국)는 백스토핑에 대해 “그게 무슨 문제인가. 나는 친한 선수면 도움을 주기 위해 그냥 공을 두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선수라면 마크를 한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문제가 된 장면(사진: 골프채널 화면 캡쳐)
 골프 팬들은 올슨과 주타누간이 주먹을 맞부딪히며 기뻐하는 장면을 문제 삼아 “이들이 상호 합의에 의한 룰 위반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주먹을 맞대는 동작 하나만으로 올슨이 칩샷을 할때 주타누간이 마크를 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했다. 

올슨 역시 당시 인터뷰에서 "전날 18번 홀에서 경기가 상당히 지체돼 있었다. 그래서 플레이를 빨리 한 것뿐이다. 더구나 주타누간의 공은 내가 의도한 라인에 있지 않아 내 플레이에 도움이 될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크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슨은 "PGA 투어 중계를 많이 보지 않아 백스토핑 문제에 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LPGA 투어에서도 이 문제로 논란이 된 적이 없다. 나중에는 좀 더 신중하게 플레이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LPGA 투어는 올슨의 해명을 받아들여 "올슨과 주타누간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두 선수 간 합의는 없었다. 룰 위반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지난해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올해의 뉴스 메이커를 선정하면서 '백스토핑'을 20위에 올려놓았다.  

 



[참고규정(출처: 대한골프협회)]

 

- 골프룰 15조 3항 플레이에 도움이나 방해가 되는 볼이나 볼마커(2019 개정)

15.3a 퍼팅그린에 있는 볼이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경우 규칙 15.3a는 퍼팅그린에 정지한 볼에만 적용되며 퍼팅그린 이외의 코스에 정지한 볼에 는 적용되지 않는다.

 

퍼팅그린에 있는 볼이 누군가의 플레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플레이어가 합리적으로 믿는 경우(예, 볼이 홀에서 멀어지는 것을 막아줄 수도 있을 것으로 믿는 경우),
 

·그 볼이 자신의 볼인 경우, 플레이어는 규칙 13.1b에 따라 그 볼의 지점을 마크하고 그 볼을 집어 올릴 수 있으며, 그 볼이 다른 플레이어의 볼인 경우에는 그 다른 플레이어에게 그 지점을 마크하고 그 볼을 집어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규칙 14.1 참조).

 

· 그 집어 올린 볼은 반드시 원래의 지점에 리플레이스 하여야 한다(규칙 14.2 참조).
 

·스트로크플레이에 한하여 볼을 집어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은 플레이어는 그렇게 하는 대신, 먼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 둘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들 중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볼을 그대로 두고 플레이하기로 합의한 후 그 누군가가 그 볼을 그대로 둔 채 스트로크를 한 경우, 그렇게 합의한 플레이어들은 각각 일반 페널티(2벌타)를 받는다.

- 1.3b 규칙의 적용
 

(1) 규칙 적용에 관한 플레이어의 책임 - 플레이어는 스스로 규칙을 적용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 규칙을 위반한 경우, 플레이어는 스스로 그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그 페널티를 정직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 페널티가 부과되는 규칙을 위반한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그 페널티를 적용하지 않은 경우, 플레이어는 실격이 된다.

» 둘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어떤 규칙이나 페널티가 적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그것을 무시하기로 합의한 후 그들 중 누구든 라운드를 시작한 경우, 그 플레이어들은 모두 실격(그들이 그 합의를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았더라도)이 된다.

 

· 사실상의 문제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 플레이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뿐만 아니라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그 밖의 모든 정보를 고려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 플레이어는 레프리나 위원회에 규칙에 관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합리적인 시간 안에 그러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플레이를 계속하고 추후에 레프리나 위원회에 그 문제를 제기하여야 한다(규칙 20.1 참조).
 

(2) 규칙을 적용하여 위치를 결정하는 경우 플레이어의 ‘합리적인 판단’ 수용하기
 

· 다음과 같은 경우, 규칙에서는 지점·점·선·구역·위치 등을 플레이어 스스로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
 

» 볼이 페널티구역의 경계를 마지막으로 통과한 지점을 추정하는 경우
» 구제를 받고 볼을 드롭하거나 플레이스할 때 추정하거나 측정하는 경우
» 볼을 원래의 지점(알고 있는 지점이든 추정한 지점이든)에 리플레이스하는 경우
 

· 이러한 위치 결정은 신속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때로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 그러나 플레이어가 정확한 결정을 하기 위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노력을 다한 경우에는 그 스트로크를 한 후 비디오 증거나 그 밖의 정보에 의하여 그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플레이어의 합리적인 판단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 플레이어가 그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을 인지한 경우, 플레이어는 반드시 그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규칙 14.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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