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닥터로이어' 이동하 "항상 기다려진 소지섭, '시그널' 때 과호흡으로 기절"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9 14: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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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매 순간 워낙 격정적인 표현이 많아서 힘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엄친아'에 흉부외과 과장이지만 실제는 그 누구보다 불행한 삶을 살았다. 지질하고 불쌍하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대리수술을 하기 위해 '유령의사'가 등장하고, 처음으로 사랑한 여성에게 마저 이용당했다. '닥터 로이어' 속 구현성의 이야기다.

구현성을 연기한 이동하는 종영 후 스포츠W와 만나 "매 순간 워낙 격정적인 표현이 많아서 힘들었다"며 캐릭터를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 구현성 役 이동하/51K
 

이동하가 출연한 '닥터로이어'는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의사와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의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로 최근 '권선징악' 결론과 함께 종영했다. 구현성은 반석대학병원 이사장의 외아들로 반석병원 흉부외과 최연소 과장을 거쳐 최연소 기조실장 겸 반석원 원장 자리까지 꿰찬 인물이다. 병원장의 아들이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의사로서 열등감으로 뭉친 인물이다.

처음부터 구현성 역으로 제안을 받은 이동하는 현재의 구현성이 된 당위성에 접근했다. 그는 "굉장히 화가 많고 뭐든 때려부시고 자신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에 막대하고 열등감 있는 인물이라는게 첫 인상이었다"고 했다.

"여자한테는 순수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에 대한 공부를 먼저 시작했다. 환경적인 요인이 제일 크다. 자란 환경이 어떨까. 아버지에 대한 환경이 내가 어디까지 하고 싶고 의지가 있지만, 그걸 뛰어넘을 수 없을 때, 어릴 때부터 그 다음을 해결해주는 방식이었다. 채 자라지 못한 정신적으로는 아이 느낌이다. 어른 아이라는 인물에 대해 집중했다."

이동하는 드라마 '금쪽같은 내새끼' 속 아이들을 참고했다.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적용시켰다. 연애도 못해본 남자다. 여자 뿐만 아니라 사람한테 대하는 방식이 좋을 때는 표현하는데 화날 때는 지른다. 다 드러나는, 있는 그대로 다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게 내 의지로는 안되고 20년동안 비교당하고 살았고 내 감정이 컨트롤이 안되는 양육성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접근했다."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 구현성 役 이동하/51K


이동하는 어릴 때 미술을 한 경험도 있고 소질도 있기에 흉부외과 의사로서 손을 사용한 동작 부분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구현성은 수술 실력이 좋지 못해 '대리수술'을 일삼아 온 인물. 이에 구현성은 로봇 수술을 배워 자신만의 장점으로 삼는다. 그는 "실제 자문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촬영 전에 연습 많이 했다"고 했다.

"실이랑 도구로 많이 연습했다. 실제 로봇 수술을 위해서 해당 회사로 가서 트레이닝을 받고 집도도 해봤다. 로봇팔에 달린 집게로 실을 잡고 손보다 정교하게 안 보이는 쪽까지 수술하는 방식이다. 게임같은 것도 있었다. 그때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했다."

한 마디로 지질하지만 불쌍했던 현성에 열등감을 불러 일으킨 사람은 같은 병원의 '더블보드 천재 외과의' 한이한(소지섭 분)이다. 구현성의 부친 구진기(이경영 분)는 아들이 차기 병원장이 될 수 있도록 스펙을 대신 쌓아줄 한이한을 수술실 유령으로 세워 '대리수술'을 시켰다. 이동하는 소속사 선배인 소지섭과 처음으로 호흡했다. 이동하는 "작품 리딩하면서 처음뵀다. 어릴 때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엄청난 스타가 되신 분이다. 너무 떨리고 설레고 긴장됐다"고 회상했다.

"선배님과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고 잘 하고 싶어서 떨렸다. 첫 촬영 때 유나씨 추궁 씬을 찍고, 과거 흉부외과 씬을 촬영했다.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주셨다. 이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냐 물으시면서 대화를 많이 했다. 편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칭찬도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다. 그래서 장면이 재밌게 나온 것 같다. 하면서 되게 많이 챙겨주셨다."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 구현성 役 이동하/51K


특히 이동하는 "선배님은 현장에 제일 먼저 나오신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님, 후배 스태프들 까지도 챙겨주신다. 상대방 대사도 분석해 오셔서 조언을 해주시고 의견을 나눠주신다. 정말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나중에는 질문을 귀찮을 정도로 물었다. 연기적으로도 좋아했지만 인간적으로도 존경하게 된 분이다. 부담스러운게 아닌가 싶었지만(미소). 덕분에 현장에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구현성의 수술집도 씬은 몰입도를 높였다. 로봇 수술 장면 역시 새로웠다. 하지만 이동하는 자신을 낮추며 만족하는 장면이 없다고 했다. "매 순간 워낙 격정적인 표현이 많아서 힘들었다. 그 준비를 눈 뜨자마자 감정의 깊이를 생각했다. 왜 이랬을까. 매 순간 현성의 감정에 대해 고민했다. 특히 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그 감정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스스로 만족하고 좋다는 장면은 없다. 오히려 다른 건 없었을 지 끝나고도 고민해보고 그랬다."

첫 촬영은 임유나(이주빈 분)에 자신이 선물한 귀걸이를 잃어버렸냐고 추긍하는 장면이었다. 이주빈과는 전작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 같이 출연했으나 한번도 호흡하지는 못했다. "그때 처음 뵀고 촬영을 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유나씨는 현성이 처음으로 욕심 낸 사람이고 보석같이 대한다. 아무래도 의심은 충동 조절이 안된다. 그게 얼굴에 다 드러나더라. 순간순간 반응하기도 하고, 손으로 치고 하는 게 즉흥적이었다. 예민하고 민감하게 하라고 해주셨다. 시작부터 끝까지 사적으로 말을 놓지 않았다. 그것들이 호흡할 때 잘 엮여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순수하게 표현하고 프러포즈 하는데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잘 받아줬다. 정말 부담스러워하더라(웃음)."

임유나를 두고 신경전을 펼친 인물 제이든 리(신성록 분)는 13년 전 공연 '클로저'로 인연을 맺은 친구다. "서로 재밌게 만들어보자 했었다. 톰과 제리같은 케미로. 서로 연기하면서 되게 재밌었다고 하기도 했다. 제이든 리가 현성을 자극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마지막에 제이든 리가 찔리는 장면에 충격적이었다. 성록이와 서로 농담따먹기 하면서 재밌게 촬영했다."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 구현성 役 이동하/51K


'닥터 로이어'는 한이한이 5년전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절대 악의 존재였던 구진기가 죽음으로서 권선징악 결말을 맺었다. 특히 제이든 리가 구진기를 죽인 후 구현성은 복수를 행했다. 해당 공항 씬은 마지막 촬영이었다.

"극단적인 감정 씬이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미쳐버리는 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바로 넘어갔다. 그 사이 감정을 잘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공항에 사람들이 많았다. 이입이 되니까 제이든 리만 보이더라. 오래 찍었는데 짧게 느껴졌다. 그 순간들이 마치 컷컷컷 처럼 느껴지고 짧게 지나가더라. 끝나고 힘이 풀렸던 것 같다."

이동하는 2009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했다. '옥탑방 고양이', '라카지', '싱글즈', '쓰릴 미', '곤 투모로우', '오만과 편견', '렁스' 등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활약했다. 또한 TV 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시작으로 '시그널'에서는 '대도사건'의 진범 한세규로 등장해 강렬함을 선사했다. 매체 불문 종횡무진하며 활약해 온 이동하에게 '닥터 로이어'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런 역할을 맡아서 너무 고맙다. 제가 생각했던 현성의 느낌이 시청자들이 '진짜 지질하다', '역할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너무 기쁘다. '구현성' 이름을 계속 기억해주시더라. 제 목표가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걸로서도 고마운 부분이 있다. 주변에 부모님으로 나온 분들까지도 소통을 많이 했던 현장으로 기억한다. 저한테는 고마움이 많아서 의미있고 많이 배우고 감사함 현장이 아니었나 싶다."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 구현성 役 이동하/51K

매 순간이 힘들었던 만큼 구현성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지만 쉽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호흡하면서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유지됐었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고, 영화를 보는 등 자연스럽게 때를 기다린다. "'시그널' 때는 촬영 중에 과호흡이 와서 기절했다. 그 장면이 워낙 격했었다. 저는 그런 것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다. 연기인데도 호흡이 그러다 보니 긴장과 신경이 민감해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여운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또 새로운 인물을 받아드리려면 비워야 하니까(미소)."

롤모델은 영국 잉글랜드 출신인 할리우드 배우이자 최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3회 수상자인 다니엘 데이루이스다. "동경하는 대상이다. 저는 그 인물로 보여졌을 때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많은 공감을 사고,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는 주로 강렬하고 센 역할을 해 왔었다. 공연할 때는 코미디, 로코도 했다. 1인 10인 역도 해봤었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게 많다. 기회가 된다면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 같은 느낌의 역할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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