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경수 작가 만난 설경구, 박동호로 일으킨 시리즈 '돌풍'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0 14: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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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 매번 스크린에서 길게는 두 시간만 그의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1994년 MBC 아침드라마 '큰언니', '사춘기', 1995년 '코리아게이트' 에 단역으로 출연한 후 줄곧 영화에만 전념했다. 그런 그가 '정치극 대가' 박경수 작가와 함께 첫 시리즈물에 도전했다.


드라마 신인 설경구의 첫 주연 시리즈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6월 28일 공개 이후 3주 연속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또한 공개 이후 1,8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에 등극하며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박동호 역 설경구/넷플릭스


설경구는 '돌풍'에서 박동호를 연기했다. 박동호는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을 심판하고, 정치판을 바꾸고 싶어하는 국무총리다. 1회 만에 대통령 장일준(김홍파)을 시해, 미수에 그쳤지만 그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거머쥐게 된다. 시작부터 파격적인 '돌풍'. 박경수 작가의 믿고 보는 시나리오는 설경구를 단숨에 홀렸다. "글이 너무 재밌었다. 말도 안되는데 읽히더라. 못 덮고 계속 읽게 되더라. 말을 만들더라. 사실 박경수 작가를 잘 몰랐다. 전개가 급급급이라고 하더라. 완급 조절이 없다고. 한계는 없다는 말이 맞다. 작가님 인생에 스며든 것 같다. 같은 동시대 살았으니 어디서 본 듯한 현 사회의 정치 이야기가 스며든 것 같다."

대통령을 심판하겠다는 신념을 가졌지만, 사실 박동호 역시 청렴한 인물은 아니다. '썩은 정치판의 싹을 잘라낸다', '당신의 미래가 역사가 되면 안 된다'는 명분 하에 살인이라는 선을 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이 가진 권력을 최대한 이용한다. 급기야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탄핵 국정까지도 뒤바꿔 버린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악인도 의인도 아닌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이 말도 안되는 설정에 설경구는 처음부터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시작부터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설정을 극적 충격으로 봤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더라. 저도 책 보기 전에 김희애 씨로부터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몰랐다. 근데 시작부터 파격적이니까 어떻게 설명이 안되더라. 설득도 안되고. 극적 충격 장치로만 봤다. 다만, 박동호가 악이라고 생각 안하고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쓴다고 생각했다. '신난다. 나만이 쓸 수 있다' 생각하면서. 하하."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박동호 역 설경구 스틸/넷플릭스


그럼에도 공감한 지점은 멘토로부터의 얻은 배신감이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멘토에 배신감을 느꼈을 때, 이 사람이 썩었으니 뿌리를 잘라버리자는 느낌이었다.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된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잡힌다. 박동호는 권력이 필요한 사람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권력을 이용한다. 온갖 수를 다 쓴다. 한계가 없게 만든 게 시작점이었다. 현실적으로는 못하지만 상상적으로는 가능하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만나면 안되는데 차 끌고 다니면서 만난다. 다 들킬 텐데. 근데 감독님이 딱 한마디 하시더라. '드라마잖아'."

박동호의 명분 하에 그와 첨예한 대립각을 이루는 인물이 정수진(김희애)이다. 경제부총리인 정수진은 운동권 출신이지만, 남편으로 인해 재벌과 결탁한 썩어빠진 정치인이 됐다. 설경구와 김희애가 맞붙는 모든 장면은 '돌풍'의 핵심이다. 박동호는 정수진의 끝을 보기 위해 브레이크가 고장난 8톤 트럭처럼 끝 없이 질주한다. 극 중 박동호는 자신의 끝을 수없이 대사로 복선을 깔지만, 그의 마지막은 그럼에도 충격적이었다. 절벽 씬의 박동호 엔딩은 촬영 들어가고 나중에 받은 책이었다.

"죽든지,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든지 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대사로 복선을 계속 깔았다. '마지막 카드가 남았다고'. 그게 무엇일까 고민은 했지만 그런 결말일 줄 몰랐다. 11부는 조금 오래 걸렸다. 10부까지는 작가님께서 대본을 빨리빨리 주셨는데 11부에는 고민이 되게 많으셨던 것 같다. 대본에 정확히 '정수진을 똑바로 쳐다본다'고 써 있었다. 자신이 몰락하면서 정수진을 노려본다. 워딩 차제가 되게 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박동호 역 설경구/넷플릭스


김희애와는 '더 문'을 시작으로 개봉을 앞둔 '보통의 가족'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설경구에 '돌풍'을 처음 알게 된 것도 김희애의 제안이었다. "책임감도 어마어마 했다. 소녀같은 면도 있고 어리바리한 면도 있더라. 근데 촬영 현장 오면 아우라를 갖춘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갖추더라. 이래서 42년을 주인공 하는구나 싶었다."

설경구는 첫 시리즈 주연작 '돌풍'으로 드라마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었다. "매번 인터뷰마다 드라마도 책이 좋으면 한다고 막연히 대답했지만, 그럼에도 벽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랑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었다. 공개되는 플랫폼이 다르다. 현장에서의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 5부까지 책을 읽고도 쉽게 결정을 못하겠더라. 스스로 선입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선입견 갖고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돌풍'이 끝나고 선입견은 완벽히 없어졌다. 무엇보다 박경수 작가와 소통으로 후시 작업을 통해 조금 더 완벽해진 박동호를 만들면서 새로운 재미를 알았다. "영화는 작가님이 책을 넘기면 수정할 일이 거의 없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수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드라마는 그게 안된다. 작가님과 소통한다는 것을 아예 생각 못했다. 전화 조차도. 이번 시리즈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방대한 분량이라 테이크 과정이 적더라.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말을 못하게 됐다. 후시로 하자 했는데, 촬영 끝나고 작가님과 소통했다. 디테일한 부분을 후시로 보정하려고 많이 애를 썼다. 둘다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저는 경험이 없어서 당연히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끝나고 작가님을 더 많이 뵀다."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박동호 역 설경구/넷플릭스


설경구의 긴 호흡은 팬들에게도 반가움을 안겼다. 악인도 선인도 아닌 박동호의 흡인력은 가히 어마무시 했다. OTT 플랫폼이 아닌, 방송 매체로 그의 긴 호흡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시리즈의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된 설경구는 차기작도 시리즈다. "현재도 드라마 촬영 중이다. 한번 경험하고 나니까 훨씬 더 편하다. 드라마는 토씨 하나 틀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대사를 소화하려고 했다. 박동호 말투도 내 말처럼 내뱉기 어려워서 5부를 통으로 외우고 들어갔다. 다만, 개선할 수 있다면 촬영 끝나고 식사 시간이 제 각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밥차로 식사했으면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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