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자아니치의 삶 너무 몰라, 실제 역사 많이 배웠다."
23일 오전 11시 30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 프레스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방송인 박경림이 진행을 맡은 이날 행사에는 배우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정은채, 김성규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8월 23일 공개되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 프레스 컨퍼런스/연합뉴스 |
'파친코'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기 위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강인한 어머니 선자(윤여정/김민하)의 시선을 통해 사랑과 생존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다.
시즌2에서는 시즌 1로부터 7년이 지난 1945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2차 세계 대전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자’(김민하)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늙은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과 호흡을 맞췄다. 윤여정은 "선자가 아이들을 다 키우고, 아들이 파친코를 운영하면서, 삶이 안정이 됐을 시기다. 너무 혼자서 외로웠을 것이다. 로맨스까지는 아니고, 동무로서 가까이 두고 싶었겠다. 근데 인생은 계획대로 안되는 것이지 않나. 아들로 인해 그가 전쟁 참전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했다. 이어 "배우로서는 고통스러웠다. 일본말로 해야하니까 죽을 노릇이었다. 저는 토론토에 가서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일본어 대사지만 구구단처럼 외웠다. 근데 한국어로 이해하고 감정을 넣어야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8월 23일 공개되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 프레스 컨퍼런스 윤여정/연합뉴스 |
시즌1에서 손자 솔로몬(진하)와 주로 호흡을 맞췄다면, 시즌2에서는 아들 모자수(박소희/소지 아라이)와 관계성이 더 도드라진다. 윤여정은 "손자는 무조건 예쁘다. 아들은 염려가 많다. 손자는 그가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신들처럼 핍박 받을까봐 미국에 유학을 보낸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로서 염려가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지 아라이 배우는 자이니치 3세 배우다. 다른 세대를 사는 인물들이라서 그에게 물어봤었다. 소지 아라이의 이야기를 듣는데 몰랐던 것이 많더라. 걔 이야기 들으면서 어느 순간 울었다. 우리 역사의 뒷 이이야를, 진짜 실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감사했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찍는 동안에도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운 것 이외의 것을 많이 배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시즌2에서 고한수는 자신과 선자 사이에 태어난 아들 노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명 '쓰랑꾼'(쓰레기 사랑꾼)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 한수를 연기한 이민호는 "시즌2는 그 시대를 살아내려고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시즌1때보다는 욕망과 더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했다. 시즌1은 척박했다면, 시즌2에서는 모든 인물이 사랑을 하고 있다. 그런 대본과 완성된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좋은 에너지와 원동력이 되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8월 23일 공개되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 프레스 컨퍼런스 이민호/연합뉴스 |
시즌2의 고한수의 감정선에 대해 이민호는 "애초에 선자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 이상의 감정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할 때, 나와 같은 결에 있는 인간에 첫 눈에 반했다고 생각했다.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람을 갖고 싶었던 감정이었다. 그 시대에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서툰, 감정이 토막나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즌2에서는 선자와 노아에 집착하는 인물로 그렸다. 지금 시대라면 한수는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초적으로 접근했다. 혈육, 피. 노아는 나의 유일한 핏줄이고 나의 피가 흐르는 인간이다. 현재 시대에서 사라진다고 가정하면 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노아다. 내가 생존해왔던 방식을 노아한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어린 선자 역의 김민하는 7년이 흐른 후, 오사카에서 노아, 모자수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을 부양하려고 하는 가장의 모습이다. 김민하는 "시즌 1에 비해서 7년이라는 시간이 많이 흘렸다. 세월을 녹여내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두 아들과의 관계도 많이 나타난다. 시즌1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모성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시즌2에서는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8월 23일 공개되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 프레스 컨퍼런스 김민하/연합뉴스 |
시즌2에서 고한수를 대하는 선자의 태도에 대해 김민하는 "제가 느꼈던 한수는 선자에게 처음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백과사전 같은 사람이었다. 첫 사랑을 떠나서 새로운 문을 열게 해준, 의미가 너무 큰 사람이었다. 시즌2에서의 감정은 너무 더 복잡하다. 내 삶에서 없어졌으면 하면서도 매일 생각하는 그 감정은 뭘까. 근데 실질적으로는 이 사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그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희 역의 정은채는 "시즌1에서는 소개되는 인물로, 오사카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졌다면, 시즌2에서는 그 생활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으면서 좀 더 강인해진 경희를 만나실 수 있다"고 변화를 짚었다. 이어 "경희는 대부분의 많은 시간들을 가족과 타인의 삶의 기쁨에 초점을 두고 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시즌2에서 창호의 등장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고맙기도 하고 나의 일상을 흔드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은채는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감히 그때 사람들의 모습을 배우고 상상할 수는 있지만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가족간의 쫀쫀한 연대나 각자의 역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8월 23일 공개되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 프레스 컨퍼런스 정은채/연합뉴스 |
김성규는 시즌2에 김창호로 새롭게 합류했다. 그는 "그 전에 맡았던 역할들과 다른 결이 있었다. 함께 하게 돼 놀랐지만 어디에 말할 수 없어서 혼자 조용하게 기뻐하면서 촬영을 준비했다"고 합류 소식을 전해 들었을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전에 작업했던 역할들과 달리, 선자 가족들과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파친코'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대서사시를 따뜻하게 담아낸 ‘파친코’ 시즌 1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고담 어워즈를 비롯한 세계 유수 시상식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민호는 "처음 오디션 제안을 받고 대본을 봤을 때부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고, 관심이 없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큰 시장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참여하게 됐을 때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특성상 히스토리가 반은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를 이겨낸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지금 존재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8월 23일 공개되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 프레스 컨퍼런스 김성규/연합뉴스 |
김민하는 "촬영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자각을 하게 됐다.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파친코' 이야기에 공감했다.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이런 점이 너무 감격스럽다 생각했다. 우리 나라의 이야기임에도 다 통합되는 이야기가 감동이었다"며 시즌3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한편 '파친코2'는 총 8부작으로, 이날 1회가 공개, 매주 금요일 한 회씩 애플tv+를 통해 공개된다.8월 24일부터 9월 8일까지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가 오픈된다. 선자의 부산 영도 집을 재현한 세트부터 애플tv+ 라운지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