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달짝지근해' 이한 감독 "정우성 담배영정 씬, 제임스딘 같았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9 11: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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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영화 '오빠생각', '우아한 거짓말', '완득이', '증인'으로 착한 영화의 힘을 증명해온 '힐링 무비의 아이콘' 이한 감독이 돌아왔다. 이한 감독을 한번이라도 만나봤다면 그의 영화가 관객들에 힐링을 안기는 이유를 알게 된다. 순박한 웃음을 짓고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 자체가 선한 사람이다. 함께 호흡한 김희선은 '촬영장에서 2(two) 치호와 함께했다'고 할 정도다.


그런 감독이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과 원조 로코여신 김희선과 손잡고 달달한 로코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블록버스터의 홍수 속에서 '안 블록버스터'를 내놓으며 걱정도 있지만,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웃고 힐링할 수만 있다면 좋다고 말한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이한 감독/(주)마인드마크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는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로, 8월 텐트폴 영화 속에서도 '안 블록버스터'의 힘을 발휘, 87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달짝지근해'는 '스물',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의 원작이다. 통통 튀는 매력 속에 '착한 매력'이 더해진 것은 이한 감독의 각본 수정 덕분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수정을 거친다. 어느 순간 이병헌 감독이 썼는지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잘 섞였다는 느낌이 어느 순간 들었다. 어느 씬에도 조금씩은 서로가 묻어있는 느낌이 있다."

감독이 수정하고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방송국 씬이다. "촬영 전전날에도 수정했다. 치호도 PD도 돌아이 기질이 있다. 코미디 영화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수정된 대사를 스태프들에 보냈다. 씬이 원래보다 축약된 것이다. 해진 선배님이 연기를 너무 잘해주셨다. 저는 굉장히 만족하게 나온 씬이다. 끝까지 놓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기왕에 '영화적 허용'을 기댈 것이라면 확실히 하자 싶었다. 관객들이 생각할 시간을 줄이자 싶어서 중간에 용기를 얻었다(웃음)."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틸/(주)마인드마크


'저는 그냥 차치호입니다' 대사를 썼을 때는 혼자 만족했다. "'저는 그냥 차치호입니다' 썼을 때 혼자 소리 질었다. 그 대사는 '증인' 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썼을 때 같은 느낌이었다. 흘러가다보니 치호가 할 법한 말이더라. 처음부터 의도를 했다면 딱딱한 영화였을텐데 의도하지 않은 씬이다. 운전강습 씬은 골목길처럼 안 멋있고, 생활감 있는 곳들처럼 무의식의 흐름으로 가다보면 의미가 생길까 싶었다. 연출 부 중에 한명이 치호 눈에는 깜빡이가 이모티콘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치호라면 어떨까. 둘의 연애만 생각하다보니 만들어진 것 같다."

'달짝지근해'는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중년 로맨스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 순수하고 캐릭터 색깔이 명확하다. 최근 유행하는 MBTI가 분명히 구분돼 MBTI의 사랑법을 봐도 무방하다. 치호는 ISTJ로 내성적이고 무엇이든 계획적으로 행동한다면, 일영은 ESFP의 성격을 띤다. 유해진과 김희선은 마치 자신의 성격인양 찰떡같이 소화해 몰입도를 높였다.

"유해진 선배님이 다양하게 출연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한국영화의 축복이라 생각했다. 감독은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리는 작업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과 함께하면 기분 좋은 상태로 장면, 장면에서 필요한 감정들을 충실함 그 이상으로 표현해주면 엄청나게 든든하다. 유해진 배운와 함께 했기에 내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김희선씨는 원조 로코여신이다. 시나리오를 보시고 망설이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필편지를 썼다. 왜 일영 역으로 제안을 드렸는지, 두려워하실 필요 없다고 적었다. 나를 좀 믿어달라고. 처음에는 긍정적이셨는데 점점 두려워하시는 것 같더라. 희선배우님은 어떤 씬이던지 아주 자연스럽게 이물감 없이 그 씬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하다보면 계획이 어그러지기도 하고, 동선도 바뀌는게 그 모든 것을 유연하게 본능적으로 잘 받아들인다. 해진 배우님이 많이 고민하시면, 희선 배우는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들어갔어도 리액션을 할 때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잘 표현해주셨다. 정말 놀랐던 지점이다. 굉장히 준비도 많이 해오셨다. 현장에서 대사 외우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이한 감독/(주)마인드마크


치호 캐릭터의 경우 감독의 전작 '증인'을 떠오르게 하는 설정이 있다. 그는 중학교 때 사고를 당했으며, 그의 형인 차석호(차인표)는 치호에 '뇌가 떨어졌다 붙었다 한다'고 상태를 설명한다. "치호는 자폐적 성향이 있는 것이다. 치호는 뇌에 큰 손상을 입었다. 뇌가 붙었다 안 붙었다 한다. 교통사고가 났던 사람은 비가 오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프거나 멍해지거나 한다고 한다. 저도 얻은 지식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있는 설정이다. 후천성 사고에 의한 경미한 자폐스펙트럼 증후군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증인'에 이어 연이은 소재 차용은 감독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담겼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자폐스펙트럼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노력하기에 따라서 일반 사람처럼 지낼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런 분들이 겪는 남모를 고통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런 사람들이 우연치 않은 사건과 일들로 인해서 조금씩 성장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누구나 편견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거나 마음이 상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관객들이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려간다면 등장인물에 이입돼 조금이나마 편견이 사라지길 바라는게 같다. 그분들이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달짝지근해'에는 관객들을 반기는 특별출연이 줄을 잇는다. '증인'을 함께한 정우성, 염혜란, '오빠생각'의 임시완, 고아성, 우현이 신스틸러로 활약한다. 임시완은 고아성에 세레나데를 불러주기 위해 개인 교습을 받고 왔을 정도로 특별출연임에도 정성을 쏟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일영의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정우성이다. 이한 감독은 "일영이 젊었을 때 얼마나 예뻤겠나. 당대 최고의 미남과 결혼을 한 것이다.근데 그걸 정우성 배우로 한다고 하니 이게 다 맞아떨어지더라. 그 한 컷 찍는데 CG작업만 한달이 넘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특별출연 임시완 고아성 스틸/(주)마인드마크


정우성은 극중 짦은 등장이지만, 그가 사라질 때는 더욱 강렬하다. "뱀은 진짜 뱀이다. 그 영정 사진 찍을 때 는 가보지도 못했다. 그날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날이다. 촬영과 관련해 작은 사건 사고가 있어서 촬영이 지연됐다. 영정 사진도 그날 급하게 찍어야 했다. 산처럼 보이는 곳에서 찍으라고 했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사진을 찍었다가 애드리브로 찍은 그 사진이 너무 제임스딘 같더라. 어쨌든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긴 하다. 대중의 재미를 위해서 선택한 것이다."

'달짝지근해'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지만, 이한 감독의 작품은 매번 '착함', '힐링'이 작품의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힐링 소재만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감독은 "복잡할 때 단순화하면 해결 지점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 만들려고 했다. 대중들이 원하는 장르를 생각해볼 때 눈물일 수도 있고, 웃음도 있다.해석은 다양하게 될 수 있다. 저는 영화광이 아니다. 초중고 시절에는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그 이후에는 보통의 분들보다 영화를 훨씬 적게 본다. 나는 일반적인 관객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재밌는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착해지는 이야기, 편견이 없어지는 이유이다.제가 느끼는 재미를 따라가다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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