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기자회견을 하는 바티(사진: AFP=연합뉴스) |
올해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애슐리 바티(1위·호주)가 한 달 전 프랑스오픈에서 부상 때문에 기권한 일을 떠올리며 "윔블던에 출전한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바티는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3천501만6천파운드·약 549억9천만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플리스코바(13위·체코)를 2-1(6-3 6-7<4-7> 6-3)로 물리쳤다.
2019년 프랑스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바티는 플리스코바의 백핸드 샷이 네트에 걸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코트에 주저앉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약 한 달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에서는 2회전에서 부상 때문에 기권했다.
당시 왼쪽 허리와 골반 부위 통증으로 기권한 바티는 "사실 그때 회복까지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윔블던에 출전한 것이 기적"이라고 기뻐했다.
2011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했던 그는 "전 세계 모든 테니스 선수들에게 윔블던의 의미는 각별하다"며 "주니어 때부터 이곳에서 경기한 경험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고 자신의 테니스 인생을 돌아봤다.
바티는 "윔블던에서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은 정말 믿기 어려운 결과가 찾아왔다"며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선수로는 1980년 이본 굴라공 이후 41년 만에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번 대회에 굴라공이 윔블던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던 1971년의 50주년 기념 테니스복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굴라공이 입었던 하의 디자인을 살려 코트에서 재현한 바티는 "이본은 내게 특별한 존재"라며 "젊은 호주 원주민 청소년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굴라공과 바티 모두 호주 원주민 출신이다.
바티는 2014년 하반기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일종의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며 테니스를 잠시 그만두기도 했다.
2016년까지 호주의 크리켓 팀에서 선수로 뛰었던 그는 이후 코트로 돌아왔으며 2019년 메이저 우승과 세계 랭킹 1위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거의 1년을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쉬다시피 했다.
이때는 9월 호주의 한 지역 골프 대회에 나가 우승하며 특유의 운동 능력을 과시한 바티는 올해 3월 호주를 떠나 미국과 유럽을 돌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와 메이저 대회 출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바티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홈 코트의 오사카 나오미(2위·일본)와 함께 치열한 금메달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