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KOVO |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의 5라운드 첫 경기.
4라운드 5경기에서 승점 2를 거두는 데 그치며 4위로 내려앉은 IBK기업은행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봄 배구'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선 5라운드 첫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승리를 향한 의지와 집념을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온몸으로 보여줬다.
김희진은 세트 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에서 블로킹 도중 팀 동료 표승주의 팔꿈치에 코를 맞았다.
김희진이 통증을 호소한 것은 랠리가 끝난 뒤였다.
"경기가 중단될 줄 알았는데 랠리가 계속됐다. 소중한 1점이다 보니 참고 해보자는 생각뿐이었다"는 게 김희진의 설명이다.
김희진은 팀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휴지로 지혈만 한 채 다시 힘차게 코트를 누볐다.
김희진의 '코피 투혼'이 자극제가 된 듯 IBK기업은행은 4세트에 이어 5세트도 따내고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에 만난 김희진은 상태를 묻는 말에 코뼈를 매만지며 "좀 세게 맞아서 아직 통증이 있는데, 괜찮은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처음에는 한쪽에서만 출혈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반대쪽에서도 피가 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희진은 계속 뛰었다. 승리가 절실했던 팀 동료들도 괜찮냐는 물음은 잠시였고, 참고하라며 김희진을 독려했다.
5세트에서는 리베로 신연경이 수비 도중 김주향과 부딪혀 목이 꺾이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들것이 들어왔지만, 신연경은 벤치에 출전 의사를 밝히고서는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앞서 2연패 과정에서 맥없이 0-3 패배를 당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 경기만 해도 점수 차가 벌어지면 쉽게 포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이날만큼은 잇따른 부상에도 주저앉지 않았다.
김희진은 "우리 팀에는 중요한 의미의 경기였다"며 "장충에서 할 때마다 성적이 안 좋아서 오늘은 선수들끼리 정말 다른 마음가짐으로 해보자고 미팅을 했다"고 소개했다.
신연경이 아찔한 부상에도 다시 일어선 것을 두고는 "결국 이기고 싶다는 의지"라며 "그 간절함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박수를 보냈다.
김희진은 "남은 9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시즌 성적이 갈린다"며 "상대에 개의치 않고 매 경기 간절하게 임하며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