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으로 정조 이산- 의빈 성씨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1월 1일 17회가 최고 17.4%를 기록하며 2021 사극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옷소매'가 시청자들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한 중심에는 현장에서 항상 호탕한 웃음 소리로 지친 배우, 스태프를 격려한 정지인 감독이 있다. 사극 특유의 고전미를 살리는 것은 물론 역사적 고증도 놓치지 않으며 '사극 매니아'들까지로 사로잡으며 '갓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종영 후 바쁜 시간을 쪼개 많은 그동안 많은 사랑을 주신 시청자들에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이준호 이세영 스틸/MBC |
Q. 이준호, 이세영, 강훈, 이덕화 등 캐스팅이 완벽했기에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일명 연기파티라고 불렸습니다. 캐스팅 비화가 궁금합니다. 배우들의 어떤 부분을 보고 캐스팅을 하셨나요? 또 배우들과 호흡 소감도 궁금합니다.
A. 2020년에 처음 편성을 논의할 때는 다른 배우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산이나 시기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배우 분들에게 매우 죄송스럽게도 제작이 불투명해졌고 작가님과는 그냥 이번 작품은 우리가 인연이 아닐 것 같으니 마음 편하게 털자고 했습니다. 기적적으로 다시 편성이 되고 제일 먼저 연락한 건 이세영 배우였습니다. 전작 ‘카이로스’를 워낙 재밌게 봤고 그전에 나온 예능들도 즐겨 보면서 이 배우가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와 감성들이 궁금했습니다. 원작에서 느꼈던 덕임의 에너지를 그 이상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스케줄이 정해지기 전에 얼른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준호 배우는 ‘스물’과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방어적인 눈빛 연기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마침 제대 소식을 듣고 대본을 보냈습니다. 준호 씨가 표현하는 이산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두 분 모두 대본의 힘을 믿고 사극 연출이 처음인데도 저를 신뢰하고 출연 결정을 해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또 운 좋게 다시 편성이 되면서, 각각의 역할에 무조건 1순위였던 배우 분들에게 바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덕화, 장혜진, 오대환, 배제기 배우들이었습니다. 이준호, 이세영 두 배우 모두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들입니다. 배려심도 많고 상대방과의 연기 합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멜로물에서는 두 배우의 합과 케미가 중요한데, 세영 씨와 준호 씨는 리허설 중 끊임없이 상의하며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할 지에 대해 상대방과 맞춥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세상 희한한 장난도 섞여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습니다. 웃다가 정신 못 차리는 적도 많았습니다. 새삼 저렇게 장난 치다가도 슛을 들어가면 산과 덕임이 되어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습니다. 두 배우 모두 성실하고 연기 감각이 훌륭하며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작품이 아니었어도 빠른 시일 내로 흥행 대표작이 풍성하게 쌓일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둘 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 지 너무 기대가 되고 언젠가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 배우가 욕심껏 연기한 산과 덕임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많이 사랑했습니다.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는지 방송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꿈 속에 산과 덕임이 계속 나옵니다. 산과 덕임의 행복한 순간이 영원이 되었듯이 이준호와 이세영이 앞으로 언제나 행복하길 바랍니다. 이덕화 선생님에 대해서 돌아보자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영조와는 좀 색다른 느낌을 찾아야 했습니다. 변덕이 심하면서 명민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언제 어디로 분노할 수도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그리고 제왕의 카리스마를 살릴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지 고민했습니다. 많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덕화 선생님이었습니다. 대본을 보시고 ‘도시어부’ 스케줄만 문제 없으면 출연하겠다고 바로 연락받았습니다. 연산군이 언제나 하고 싶었는데 나이 들어서 영조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영조 役 이덕화 스틸/MBC |
이덕화 선생님은 본능적으로 본인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한방이 있습니다. “덕화는 덕화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후배 연기자들과 교감을 끝없이 하시더라고요. 준호 씨가 연기하는 정조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종종 영조의 몸짓이나 발성이 배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덕화의 영조가 이 드라마에 남긴 흔적들을 떠올렸습니다. 5회 엔딩과 11회, 12회 편전의 씬들은 이덕화의 영조가 아니었으면 완성이 안 될 장면들이었습니다. 특히 편전에서 금등지사를 확인하는 씬은 연기자들의 힘에 백프로 이상 의지해서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덕화 선생님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 중에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후배 연기자들을 독려하면서 편전 씬을 완성해나가셨습니다. 제작발표회에서 저에게 진정성 있는 감독이라고 한참 칭찬해주셨는데 선생님이야말로 진정성 중의 진정성을 보여준 연기자셨습니다. 강훈 배우는 성식 역으로 미팅을 왔었는데 부드러운 느낌에 서늘한 눈빛이 함께 있어 덕로 역할을 읽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대본을 주고 다음 약속에 만났는데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았습니다ㅎㅎ 그래도 제가 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약속을 잡았고, 결국 덕로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강훈 배우의 덕로를 만들기 위해서 촬영 직전까지 주 1-2회는 대본 리딩을 따로 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같이 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날렵한 미남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체중 감량과 운동도 병행할 것을 권했습니다. 덕로의 산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살릴까도 같이 고민했습니다. 덕로 홍국영의 정조 이산에 대한 충성심이 엿보이는 기록들을 함께 살펴 봤고, 정철의 ‘속미인곡’과 ‘사미인곡’을 보라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덕로의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을 보위에 올리게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올리겠다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장착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초반 촬영에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어색함이 약간 있었지만 촬영이 거듭될수록 누구보다도 오직 산을 바라보고 위하는 덕로가 완성되어 갔습니다. 덕로가 산을 향해 마지막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는 강훈이 사라지고 덕로 홍국영만 남아 있었습니다.
|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제조상궁 조씨 役 박지영 스틸/MBC |
박지영 배우님은 카리스마와 함께 왕에 대한 애증을 캐릭터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최고의 캐스팅 중 하나였습니다. 자신에게 궁녀 역할을 제안한 작품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감독인지 궁금했다며 호탕하게 웃으신 모습에 새삼 반했습니다. 1회에서 영조와 함께 아역들을 이끌어 주며 드라마의 시작을 힘있게 열어준 최고의 연기자였습니다. 사극을 처음 하는 감독과 후배 연기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셨고, 언제나 아이디어가 많았기 때문에 리허설을 할 때마다 무척 즐거웠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장희진 배우의 경우 ‘공항가는 길’에서 본 이중성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따뜻함과 서늘함이 우아하게 공존하는 모습에서 기존의 작품에서 보지 못한 정순왕후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실제 대화를 할 때와 연기할 때의 발성이 너무나도 달라 집중을 하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긴장감 있는 장면들에서 어디서 찬 바람이 부는 게 아닐까 하는 서늘한 분위기를 만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매력적인 배우였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녹두꽃’을 본 후 홍정여 역으로 조희봉 배우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마침 김화영 촬영감독도 그 작품을 보고 와서 계속 추천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조희봉 배우는 위엄 있는 좌의정과 함께 때로는 비굴하고 제조상궁의 손아귀에 있는 하찮은 소인배의 느낌이 모두 가능한 배우였습니다. 대본 속에 드러나지 않는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고민해 와서 진지하게 상의하고 이를 연기 속에 담아내는 배우였습니다. 심지어 귀엽고 웃기게 살린 연기들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들이었습니다.
|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서상궁 役 장혜진 스틸/MBC |
장혜진 배우는 이전 작품에 특별출연을 해주신 인연이 있었고, 서상궁 역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배우였습니다. 특별출연을 해주셨을 당시 슬픈 장면이었지만 유쾌한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에 덕임을 따뜻하게 감싸면서도 생활감 넘치는 서상궁으로 다른 사람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동궁전의 상궁으로서 산에게도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는 배우의 매력과 능력이 캐릭터 속에 녹아 산과 덕임을 끝까지 보듬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긴 촬영기간 동안 저 역시 이 배우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고 느꼈습니다. 강말금 배우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워낙 재밌게 봐서 꼭 한 번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습니다. 사극을 해 본 적 없고, 일반적인 드라마 연기랑은 분명 다른 톤이 나올 것 같아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혜경궁을 연기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배우와 함께 아들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에 서늘하고 목적지향적인 혜경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고 했습니다. ‘한중록’을 다 읽은 후 따로 감상평까지 보내 깜짝 놀랐습니다. 기록 속에서 찾아낸 혜경궁의 서늘하고 목적지향적인 모습들을 담아냈으며, 무방비하게 나오는 날것의 얼굴에 언제나 감탄했습니다. 원작에도 없는 좌익위 강태호는 오대환 배우에게 맞춰 만든 인물입니다. 오대환 배우가 일정이 안 맞으면 아예 역할을 빼버릴 생각까지 했습니다ㅎㅎ 오대환 배우는 애드리브를 받아줄 수 밖에 없게 연기하는 배우입니다. 대사가 없는 상황에서도 뭔가를 만들어 오고 드라마 상황에 맞게 찰떡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유롭게 놔두고 어디까지 무엇을 보여줄 지 언제나 기대하게 됩니다. 함께 연기를 같이 한 준호 씨도 대환 씨와 함께 하는 장면들에서 애드리브 욕심을 많이 냈으나 세손이나 왕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해서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다음에 혹시 두 분이 만나게 되면, 신분 제약이 없는 현대극에서 만나 환상적인 애드리브를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좌익위 강태호 役 오대환 스틸/MBC |
궁녀즈는 원작에 충실한 캐스팅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수많은 신인 배우들을 만났고 이미 캐스팅된 세영 씨와 어울리는 최상의 조합을 이미지로 맞추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경희와 영희가 되어줄 하율리, 이은샘 배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늦게 동무들에 합류한 복연 역할의 이민지 배우와 궁녀들이 처음 만난 날은 정말 어색해 보였습니다. 과연 이들이 어릴 적부터 함께 커서 죽어서도 함께 하겠다는 맹세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 걱정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어요. 궁녀들을 촬영할 때는 언제나 텐션이 높아 리허설 중에 너무 웃다가 정작 촬영하다 힘이 빠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느새 ‘찐친’이 된 궁녀즈 덕분에 덕임이가 덕임에게 안녕을 고하던 16회의 장면은 넷의 마음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한테 리허설 중에 울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그건 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습니다.
Q. 메이킹 속 현장에서 감독님은 웃음도 많으시고 배우들의 의견도 잘 들어주시고 특히 오대환 배우의 애드리브를 잘 받아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현장을 만들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뿐만이 아닙니다. 제 웃음 소리가 워낙 커서 유난히 잘 들려서 그렇지, 누구나 잘 웃는 현장이었습니다. 유머 코드가 서로 잘 맞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물론 원래도 저는 웃음 허들이 낮은 편이라 촬영 현장에서 많이 웃는 편입니다. 웃긴 상황을 좋아하기도 하구요. 이번 현장은 배우나 스태프들 중에 재미있는 사람들도 참 많았고 개그 욕심들도 많아서 현장 가는 게 참 즐거웠습니다. 지칠 때마다 많이 웃으면서 서로 서로 힘이 났던 것 같습니다. 사실 화내면서 웃은 적도 있는데 그건 메이킹에서 안 찍은 것 같습니다ㅎㅎ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