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정지인 감독 "'옷소매' 5회 엔딩 최애씬, 촬영 후 이준호-이세영과 부둥켜 안아"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2 10: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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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정지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으로 정조 이산- 의빈 성씨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1월 1일 17회가 최고 17.4%를 기록하며 2021 사극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옷소매'가 시청자들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한 중심에는 현장에서 항상 호탕한 웃음 소리로 지친 배우, 스태프를 격려한 정지인 감독이 있다. 사극 특유의 고전미를 살리는 것은 물론 역사적 고증도 놓치지 않으며 '사극 매니아'들까지로 사로잡으며 '갓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종영 후 바쁜 시간을 쪼개 많은 그동안 많은 사랑을 주신 시청자들에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포스터/MBC

Q. 원작소설이 있지만 실존인물 정조와 역사를 다루게 되면 조심스럽고 더 신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배경지식에 대해서는 어떤 공부를 하셨는지, 또 각색이 있을 경우는 어떤 식으로 풀어내는 연출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원작의 기획 단계에서 제일 먼저 읽은 책은 <한중록>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정조어찰첩> <조선왕조실톡> 등도 보면서 도움이 되겠다 싶은 부분은 배우들에게도 추천했습니다. 그 외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서적들도 짧은 시간에 많은 참고가 됐습니다.

정조는 기록과 해석이 워낙 방대하고 많아 그 안에서 개인 이산의 감정은 어떤 것일지 헤아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원작에서 묘사된 까칠하고 곁을 주지 않는 모습을 기본으로 삼고 다양한 기록을 통해 느껴지는 성격이나 분위기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성덕임은 기록이 어차피 많지 않아 훨씬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어제비문>은 정조의 관점에서 본 의빈 성씨라는 생각에 그만큼 산이 덕임을 절절이 사랑했다는 감정을 살리되, 드라마 내용에 다 녹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초중반에는 원작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최대한 구현하려 했고 연출할 때 갖고 있던 느낌은 <빨간머리 앤>의 앤이나 <작은 아씨들>의 조를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Q. 매회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명장면이 쏟아졌습니다. 편전에서 금등지사를 찾아내는 씬, 행궁 역모 씬, 쓸쓸하지만 엄중한 정조 즉위식, 호랑이 타위씬 등 특유의 연출력을 발휘하셨습니다.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 가장 어려웠던 씬이 있다면 촬영 비화와 함께 말씀해주세요.

A. 5회 엔딩에서 시경을 낭독하던 중, 영조의 난입 이후 덕임이 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엔딩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드라마 전개상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고, 산과 덕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동궁 처소 세트가 세워지자마자 두 사람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 지 고민했고,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에게 그림자를 이용한 투샷을 꼭 찍겠다고 했습니다. 그림자 때문에도 그렇고 초반의 세트 촬영이라 조명과 촬영장비 세팅도 한참 걸렸습니다.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난 후에 세영 씨랑 준호 씨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습니다. 셋 다 완전 지쳐 있는 상태로 얼싸 안고 너무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저한테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드라마의 수많은 엔딩 중 초반에 찍은 만큼 더욱 애착이 갑니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이준호 이세영 서고 스틸/MBC
 강렬한 장면들만큼 소중한 상황은 서고에서의 씬들입니다. 세트 촬영이 시작되고 가수 활동을 끝내고 온 준호 씨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산과 덕임의 2회 서고 상황부터 찍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시와 가짜 겸사서 나으리의 풋풋함은 성인이 된 산과 덕임의 서사에 있어서 중요한 시작이었기 때문에 리허설부터 촬영까지 배우들과 함께 상세한 동선을 짜가며 공들여 찍었습니다. 둘의 감정선에 따라 서고 가운데 서서 동전을 던지는 상황부터 창가 앞 덕임의 작은 서안에 함께 언제 편하게 앉을 지 계산해 가며 씬들을 촬영했습니다. 두 배우가 몸을 사리지 않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요구하는 디렉션에도 당황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에 앞으로의 촬영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소금과 먼지를 뒤집어 쓰며 두 배우가 열연한 덕에 풋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풋풋한 로맨틱코미디가 완성됐습니다.

그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든 순간입니다. 촬영 장소의 세팅과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모두 다 떠오릅니다. 함께 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송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인데 여전히 촬영 중인 꿈을 꾸는 걸 보면 한동안 잊는 게 힘들 것 같습니다.

Q. 또 편감과 감귤 연출도 색달랐습니다. 감귤 연출은 누구 아이디어 였을까요?

A. 감귤은 산이 덕임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수줍게 밝히는 매개체입니다. 덕임은 산의 마음을 알면서도 이를 우회적으로 거절하구요. 처음 대본을 본 순간, 작가님께 너무 귀엽고 좋은 씬이라 무조건 잘 찍어야겠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들과 리허설을 하면서 준호 씨와 세영 씨가 산과 덕임으로서 일차적으로 느낀 감정들을 최대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이세영 스틸/MBC


Q. 궁녀들의 처소 문풍지부터 속적삼 옷깃까지 꽃이 가득했습니다. 궁녀들의 옷까지도 신경썼다는 점이 돋보였는데요. 이준호씨는 한복 자태 좋은 예로 화제가 되기도 했죠.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의상과 이유가 있을까요?


A. 가장 애착이 갔던 옷은 옥색 나인복입니다. 의상 회의에서 가장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한 복장입니다. 의상팀에서 보낸 50개 이상의 옥색 중에서 색을 정해야 했고, 덕임과 궁녀들은 본인들의 처소를 포함헤 거의 모든 세트에 있기 때문에 세트장의 벽 색과도 대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 옥색과 가장 어울리는 붉은 끝동도 수십가지를 대보고 결정했습니다. 궁녀들의 댕기 색도 끝동 색에 맞췄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복장이고 덕임이 가장 오래도록 입은 옷이기 때문에 가장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 외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복장은 산의 하늘색 편복입니다. 처음 본 순간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덕임에게 푹 빠진, 가장 사랑스러워 보이는 산의 순간들에 오래도록 입도록 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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