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김성균이 SF, 히어로물 장르 출연이라는 꿈을 이뤘다. 최근 넷플릭스 'D.P.' 시리즈에 이어 '무빙'까지 OTT에서 대활약 중인 그는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영화 '싱크홀'에 이어 한층 더 강렬해진 부성애를 선보이며 안방에 눈물과 여운을 선사했다.
김성균이 출연한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휴먼 액션 시리즈. 공개 후 미국 Hulu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 아태지역에서도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랭크, 국내외신의 호평도 쏟아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 이재만 役 김성균/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김성균이 분한 이재만의 에피소드는 '무빙' 14화 '바보'다. 이재만은 국가에 얽매여 히어로로서 능력을 갈취 당해 살아온 장주원(류승룡), 이미현(한효주), 김두식(조인성)과는 달리, 능력자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바보는 어디에 쓰냐'며 요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김성균은 이재만의 에피소드가 나오기까지 피가 말랐다며 웃었다. "'무빙' 기대치가 최고조로 치닫았을 때 재만 이야기가 나왔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났다고, 먼저 그 나온 장주원과 다른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 회를 거듭할수록 역대급이더라. 사람들이 너무 기대하는게 느꺼졌다. 언급이 너무 많이 되고 원작을 하는 분들의 기대심도 높더라. 그래서 저는 감독님께도 전화드리고 강풀 작가님께도 전화드리면 위안을 달라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주시더라. 뒷 이야기를 빌드업하는 과정이라서 그 정서에 맞게 잘 나온 것 같다."
이재만은 청계천에서 노점상을 하며 살아온 인물. '반편이'라고 불리지만 엄청난 괴력을 가진 초능력자로, 한번씩 분노를 터뜨려 폭력 전과가 있다. 이재만은 강풀의 제안으로 만나게 됐다. "강풀 형님이 전화를 주기 전까지는 원작을 못 봤다. 먼저 연락하셔서 아이 키우는 아빠이다보니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해주셨다. 근데 너무 재밌더라. 그래서 하게 됐는데 이렇게까지 원작 팬이 많더라. 하하."
이재만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설정이다. 그의 에피소드 제목조차 '바보'인 이유다. 하지만 그만큼 순수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굉장히 순수하고 어리숙한 바보같은 아빠다. 결론은 굉장히 순수하고 말을 좀 더듬는 어리숙함까지였다. 거기서 더 간다면 이재만 캐릭터가 성립이 안되더라. 아내가 일 나간동안 아들을 케어한다. 그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한없이 가족을 사랑하고 바보일정도로 순수한 사람인데, 위험에 처하면 괴력이 나타나는 사람이다. 빨간 티셔츠를 입는 순간 캐릭터에 대해 설명되는 것 같다. 평상에 엉덩이 자국 부분이 패일 정도로 앉아있는 모습까지도 순수하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 이재만 役 김성균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이재만은 괴력의 소유자이지만 날렵하고 민첩한 몸놀림이기도 하다. 김성균은 전 작품들에서도 한, 두씬 정도는 액션 씬은 항상 선보여왔다. "모든 작품에 액션 씬이 한 두개는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잘해야하는 컷들이 있었다. 강한, 절도 있는 표현력이라던지. 하지만 이번 액션은 수십명과 호흡이 맞아야 했다. 제가 액션할 때 그분들이 당겨주셔야 한다. 와이어 합이 잘 맞았을 때 오는 뿌듯함이 있었다. 이재만의 액션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재만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씬이 있다. 저도 모르게 액션 스쿨에서 배운 절도 있는 폼이 나오면 NG가 났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몸동작이 중요했다. 배우들도 액션 스쿨가면 주먹 지르기부터 기본적으로 다 배운다. 근데 이재만은 그 모양이 나면 안되고 모양 빠지게 보여야 했다."
'아들 바보' 이재만은 청계천 복원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아내가 전경에 끌려가는 것을 보고 분노해 결국 능력자라는 사실이 탄로난다. 이에 국정원에서는 장주원을 불러 그를 잡아오도록 시킨다. 원작 웹툰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청계천 지하 수로액션씬이 영상화되며 다시 한번 레전드를 장식했다. "힘을 써야하는 부분에는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써야 한다. 최대한 사악하지 않은 눈빛을 위해 신경을 썼다. 씩씩거릴 때도 흰자가 최대한 덜 보이게 했다. 그 안에 간절함을 더 부각시키자 했다. 가족의 이야기에는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무서워보인다고 하는 컷들은 다시 찍기도 했다."
수로 액션에 앞서 김성균은 실제 물대포를 맞아야 했다. "한창 찬바람 불 때였다. 살수차가 비를 막 뿌린다. 다른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 오들오들 떨 때 저는 좀 기고만장했다. 겨울에 비 맞는 것 쯤은 괜찮다고 했다. 난로 방은 갑갑하다고. 근데 물대포 한방 맞고 급 겸손해져서 난로 앞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목 뒷부분을 때리는데 아프다기보다는 호흡이 올라와서 숨을 쉬기가 힘들더라."
▲디즈니+ 시리즈 '무빙' 이재만 役 김성균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청계천 지하 수로 액션은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실제 청계천에는 유독 가스 등도 있고 위생 등 여러가지 문제로 촬영이 어려웠다. 김성균은 "청계천 지하수로 재현해낸 세트장을 보고 엄청 놀랐다. 어머어마한 물 양이었고, 그 물을 다 데워놨더라. 감동과 더불어서 그때 '이건 진짜 대작'이라고 느꼈다"며 회상했다.
함께 액션 호흡을 맞춘 류승룡과의 호흡도 전했다. "저는 14화부터 등장한다. 선배님은 그 전부터 뒹굴고 엄청 고생하시면서 무술팀과 와이어가 합이 맞는 상태였다. 그래서 제가 배려를 많이 받았다. 촬영 전에 문자를 주셨다. '이제 젖자. 한바탕 해보자'라고 하시더라. 그 믿음으로 가서 서로 합 맞추면서 서로 젖은 상태에 피 묻고 흙 먼지 묻히면서 촬영했다. 그 상태로 마주고보 야식 먹는데 서로 몰골에 웃음이 나더라."
이재만, 장주원은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던 이들은 수로에 빠진 아이를 발견, 어느 새 하나가 돼 부성애를 부각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재만은 장주원과 싸움이 끝난 후 '아들 강훈이에게 가야한다'고 보내달라고 한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국정원, 경찰들이 이후 이재만의 집을 찾았을 때 이재만은 아들 강훈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있었다. 홀로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던 강훈은 자신을 홀로 둔 아빠를 원망한다. 재만이 '아들바보'인 이유가 궁금했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 이재만 役 김성균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아들은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이 세상에 강훈이가 내 손을 잡아주고, 나를 기다려 준다. 과연 누가 재만을 기다려 준적이 있었을까 싶었다. 근데 아들은 나를 기다려준다. 그래서 아들만 찾고 온통 중심이 아들인 것이다. 일을 하다가도 아들과의 약속 시간이 되면 달려간다. 이 사람에게는 강훈이 밖에 없다."
이강훈(김도훈)은 앞서 '무빙' 초반 정원고등학교의 반장으로 김봉석(이정하), 장희수(고윤정)와 등장해 호연을 펼쳐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김성균은 평상에서 밤 늦게 야자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만을 기다리며 잠깐 등장했다. 또한 '무빙' 피날레인 18, 19, 20화에서는 북한 기능력자인 박찬일(조복래)에 맞서 아들과 함께 싸우며 가슴 뜨거운 부성애를 선보였다. 김성균은 "김도훈 배우가 그 역할에 그만큼 빠져있는 것이 보였다. 얘가 저를 진짜 같이 일하는 동료나 선배보다는 이재만으로 봐라봐준 것 같다. 촬영 끝나면 늘 카톡하고, 엄마랑 촬영 하고는 영상 찍어서 보내주고 했다. 그 친구가 자기 스스로를 캐릭터에 넣은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기특해했다.
김성균이 생각하는 '좋은아빠'는 뭘까. 그는 "좋은 아빠는 잘 참는 아빠인 것 같다. 인내심을 가지고 잘 참아주는 것이다. 대게 못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눈에 거슬리는 모습들을 참아야 하는데 그러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재만은 아들에게 못 해준게 많다. 저는 옆에 많이 있어주는 편이다"고 했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 이재만 役 김성균/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실제 슬하에 아들 둘에 딸 하나인 김성균. 그는 앞서 영화 '싱크홀' 인터뷰 당시에도 큰 아들에게 최대한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며 자신만의 양육법을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리즈로 호흡을 맞춘 구교환에게 조언을 얻는다고 밝혔다.
"교환이는 평소에도 애가 산만하다. 너를 보고 있으면 우리 큰 아들이 생각난다고 했었다. '우리 아들도 너처럼 될 수 있을까?' 물었다. 교환이가 그런 애는 야단치면 안된다고, 칭찬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너는 어떻게 살아왔냐고 물으면서 교환이를 팠다. 저의 양육 멘토가 됐다. 교환이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많이 이야기해줬다. 아들이 이제 중학교 1학년생인데 야단보다 칭찬을 많이 쳐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 말을 따르면 우리 아들도 구교환처럼 될 것이라고,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웃음)."
김성균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 '형따라 마야로: 아홉 개의 열쇠'를 종영 후 영화 '서울의 봄', 넷플릭스 '무도실무관' 등 다양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그에게 '무빙'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김성균은 "저는 초능력자 나오는, 상상력을 계속 자극하는 작품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걸 저는 이뤘다. 올 여름은 덕분에 정신없이 보냈다. 올해 나머지는 촬영장에서 보낼 것 같다. '무도실무관'을 찍을 예정이다. 재밌는 시간을 보냈고 반응도 좋아서 굉장히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할리우드 히어로물은 지구를 지킨다거나 종말의 위기에서 히어로들의 막강한 투쟁을 다룬다면, 우리 작품은 내 자식을 구하기 위해서 능력을 발휘하고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 정서가 독특하고 울림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로 '무빙'은 갈증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할리우드 배우들만 해보는 크로마키 앞에서 날고 점프해서 괴력을 선보이는 것들을 해볼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도 왔다. 좋은 느낌이 있다.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면 기술을 다 접해보고 싶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