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두 개의 최초’ 흥국생명의 화려한 왕좌 복귀 스토리

마수연 / 기사승인 : 2020-03-28 10: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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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KOVO
 

지난 시즌 최하위에서 1년 만에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흥국생명의 스토리는 새로운 기록과 함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극적이고 화려한 왕좌 복귀라고 할 수 있다. 


흥국생명은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3-1(15-25, 25-23, 31-29, 25-22)로 승리했다.


이로써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프전에서 3승 1패를 달성한 흥국생명은 마침내 오랜 숙원이었던 챔프전 우승과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흥국생명의 챔프전 우승은 2008-2009시즌 이후 10년 만이며 통합우승은 2006-2007시즌 이후 12년 만이다.


흥국생명의 이번 우승은 ‘전통의 명가’ 부활뿐만 아니라 두 가지의 큰 기록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4대 프로스포츠 최초 여성 감독의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과 V리그 최초의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 탄생이 그것이다.  
▲ 사진 : KOVO


▶ ‘코트의 여우’에서 ‘명장’으로, 첫 여성 감독 통합우승 일군 박미희 감독


박미희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첫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끈 여성 감독이 되었다. 이는 2014-2015시즌 부임 이후 5년 만에 이룬 업적이다.


박 감독은 이미 정규리그 우승에서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성 감독 최초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패배하며 첫 통합우승의 기회를 놓쳤고, 이후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 과정에서 사령탑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고민도 했으나 ‘여성 감독’이라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 팀에서도 재계약을 선택하며 박 감독에 대한 믿음을 보였고, 결국 이에 부응한 박 감독은 단 한 시즌 만에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우승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 당시에도 보이지 않았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패 없이 잘 버텨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보냈다.


또한 “여성 감독으로서 많이 부담스러웠고,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며 “누군가 내가 가는 길이 새로운 길이라고 늘 말했다. 계속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고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현역 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리며 센터와 세터로 코트를 누비던 박 감독은 이제 V리그 우승 감독이자 ‘명장’의 반열에 오르며 지도자로서 새로운 기록을 써가고 있다. 대업을 달성한 박미희 감독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사진 : KOVO


▶ 최초의 ‘만장일치’ 챔프전 MVP… ‘차기 레전드 예약’ 이재영


V리그에서 최고 영예로 손꼽히는 상은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 등 3대 개인상이라 할 수 있다. 흥국생명의 우승이 확정된 27일, 여자부 사상 세 번째로 3대 개인상을 모두 섭렵한 선수가 탄생했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포인 이재영이 그 주인공이다.


이재영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며 흥국생명의 우승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득점 2위, 공격 7위, 수비 7위로 공수 양면에서 리그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그는 챔프전에서도 이 활약을 이어갔다.


이재영은 챔프전 4경기에서 총 107득점을 올리며 경기당 평균 26.75득점의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다. 또한 네 경기에서 평균 40%에 가까운 리시브 효율을 선보이며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활약을 선보였다. 여기에 블로킹만 17개를 잡아 흥국생명의 높이에도 힘을 보탰다.


그 결과 팀의 통합우승은 물론이고 챔프전 MVP 언론사 투표에서 29표 모두를 가져가며 사상 첫 만장일치 MVP에 올랐다. 자신의 첫 챔프전 우승에서 MVP까지 섭렵하며 완벽한 결말을 만든 것이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맹활약을 펼친 이재영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의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만약 그가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한다면 2012-2013시즌 알레시아(IBK기업은행) 이후 6년 만에, 여자부 역대 여섯 번째로 통합 MVP의 영예를 안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 여자 선수 중 3대 개인상을 모두 휩쓸고 통합 MVP에 올랐던 선수는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과 황연주(현대건설) 단 둘뿐이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여자배구의 스타플레이어이며 수많은 기록을 달성한 차세대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실력으로도, 스타성으로도 인정 받은 이재영이 이번 우승으로 선배들의 뒤를 따라 ‘차기 레전드’를 예약한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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