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헌(사진: 스콘) |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영화 '히든페이스'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를 신고한 배우 송승헌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 '히든페이스'는 영화계에서 알아주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방자전(2010년)', '인간중독'(2014년) 등의 작품 연출을 통해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독보적인 장르를 구축해온 김대우 감독과 배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송승헌은 극중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 역을 맡아 아내인 '수연'(조여정)과 수연의 후배이자 자신의 오케스트라 단원 '미주'(박지현) 사이에서 '욕망의 줄타기'를 하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지난 13일 시사회를 통해 기자들과 먼저 만났던 송승헌은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감독님이) 생각보다 되게 후반 작업에서 속도감을 좀 많이 또 살리신 것 같다. 저희가 촬영했었던 것들이 매 작품 그렇지만 버려야 되는 것(장면)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되는 것들이 있다."며 "영화를 보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속도감 있게 편집이나 이런 것들을 잘 해주셨던 것 같다. 오히려 더 몰입감을 훨씬 살린 게 영화적으로는 좋았던 선택인 것 같고 그래서 좋았던 것 같다."고 느낌을 전했다. 지난 수 년간 TV시리즈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온 송승헌은 2017년 '대장 김창수' 이후 7년 만에 영화를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된데 대해 "오랜만에 이제 시사도 하고 관객분들 만났다. 아무래도 또 한국 영화 시장이 쉽지는 않은데 그래도 직접 만나니까 너무나 좋았다"며 "저희 작품이 뭔가 돌파구가 되거나 조금 계기가 돼서 다시 극장으로 많은 분들이 올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관객들도 직접 만나니까 너무나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히든페이스'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한 송승헌(사진: 스포츠W) |
송승헌은 이번에 연기한 '성진'의 캐릭터에 대해 "성진이라는 인물이 그동안에 어떤 제가 했던 캐릭터들에 비해서는 정말로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남자"라며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내 '나 얘 너무 별로다'라고 했을 정도"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자신의 성격과 다른 성진의 캐릭터가 인간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배우로서 작품에서 만난 캐릭터로는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뉘앙스였다.
▲ 사진: 스튜디오앤뉴 |
이어 그는 "멋진 부잣집 금수저인 약혼녀를 만나서 신분 상승은 했지만 또 어쩔 수 없는 또 미주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그 욕망이 드러난다."며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보다는 진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솔직한 인간의 내면이 욕망을 가지고 있는...그런 것들이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송승헌은 '인간중독'에서 '진평'의 아내 역으로 출연했던 조여정과 다시 만나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데 대해 "여정 씨가 워낙 베테랑이고 후배지만 현장에서 상대방을 되게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게 있다. '인간중독' 때도 마찬가지였고..."라며 "그런 점들이 되게 배우고 싶었고 되게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고 든든하게 해준다는 거가 좋았던 것 같다."는 말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인간중독'부터 '히든페이스' 사이에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 조여정은 오스카를 휩쓸었던 '기생충'이라는 작품으로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주역으로서 이전과는 분명 다른 위상의 배우가 되어 있다.송승헌은 "농담식으로 '이번에 묻어가야 되겠다. 여정아 우리도 (아카데미) 가자' 막 이러면서 농담하면서 촬영했다."며 웃은 뒤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시대가 됐으니까 어떻게 보면 되게 행복한 시기에 저희는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만큼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느껴야 되는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포 영화 '곤지암'에서 날 것 그대로의 연기로 주목을 받은 이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재벌집 막내아들' 등의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서 확실한 발판을 마련한 배우 박지현은 '히든페이스'에서도 파격적인 변신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주저 없이 얼굴색과 태도를 바꾸는 '미주'의 캐릭터를 연기한 박지현은 영화 속에서 송승헌과 호흡을 맞춘 애정씬에서 높은 수위의 노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 사진: 스튜디오앤뉴 |
10년 전 당시 신인 배우였던 임지연과 '인간중독'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승헌은 이번에도 '신예'의 범주에 속하는 배우 박지현과 연기 호흡을 맞춘데 대해 "(임)지연이도 그렇고 (박)지현이도 낯을 많이 가리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또 많이 달라지는 친구들"이라며 "박지현 배우는 '히든페이스'에서도 그렇고 되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포인트들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앞서 '인간중독'에서 송승헌과 임지연이 펼친 정사 장면은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두고두고 회자가 됐을 만큼 노출과 표현의 수위가 상당한 수준이었음에도 송승헌이 김대우 감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명분 있는 노출과 정확한 디렉션이었다.
송승헌은 "그냥 그 노출을 위한 노출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이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고 그런 장면이 있을 수밖에 없이 설득력 있게 영화를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저희도 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고, 또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디렉션도 굉장히 정확하고 딱 어느 선까지만 하는 걸로...다른 현장들 얘기 들어보면 '그냥 알아서 해보고 나중에 편집하면 돼' 막 이런 현장도 있고 배우들이 힘들어 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전혀 그런 걸 용납을 안 하시기 때문에 굉장히 신뢰가 가고 김대우 감독님이기 때문에 가장 할 수 있었던 용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히든페이스'에서 등장하는 '색(色)스러운' 장면들 역시 노출과 표현의 정도, 상황의 연출이 '이 정도였어?' '이렇게 까지?'라는 평가를 할 만한 정도의 수위를 보여준다. 이 역시 김대우 감독의 원칙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박지현과 함께 침대에서 벌이는 정사 장면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송승헌은 "감독님께서 이제 조 감독을 데려다 놓고 이제 남자 둘이서 '이렇게 여기서 여기까지' 정확하다. 저한테 어떤 (재량) 허용을 안 주신다. '여기서 여기까지만 끝' 이렇게 '알아서 해봐' 이런 게 절대 아니어서 어떻게 보면 더 편했다"고 전했다.
이 영화의 중요한 장치는 역시 '밀실'이다.
▲ 사진: 스튜디오앤뉴 |
수연의 집에 숨겨진 장소인 밀실의 존재와 집의 일부로 붙어져 있는 독특한 구조가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높여주고 인물들 각자가 가진 욕망과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승헌은 영화 속 밀실에 대해 "감독님이 그리고 싶었던 거는 인간의 욕망 그 이면"이라며 "거기에 딱 맞게 이 밀실과 접목시키면 이 밀실이 그 인간들의 욕망에 어두운 면을 좀 그리는 걸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뭔가를 누군가를 지켜보거나 숨어서 보거나 이런 관음적인 느낌 그런 것들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들과 연결시키시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송승헌은 그 동안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 작품이나 진지한 연기를 펼치는 작품이나 주로 바르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소화해 왔다.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로 통하는 그에게는 지나치게 잘 생긴 외모와 미려한 음성이 오히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있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탓인지 송승헌은 이번 '히든페이스'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갈등하고 고민하는 연기를 펼친 데 대해 들었던 칭찬에 사뭇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기존에 했던 것들은 일단은 바르고 정의롭고 멋있고 어려운 사람 도와줘야 되고 이제 그런 쪽이었다."며 "근데 여기서는 정말로 현실적이고 누구나가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고 약간은 속물인 것 같기도 하고 욕망덩어리 처럼도 보이고 그런 것들에 대해 좋게 말씀들 해주시고 그동안 했던 어떤 연기보다도 진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를 해서 오히려 더 새로움을 많이 느껴서 좋았다 그런 얘기 들었을 때 너무 좋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헌이 김대우 감독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포인트는 역시 '캐릭터'였다.
'인간중독'을 서슴지 않고 자신의 터닝포인트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 역시 김 감독이 송승헌에게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송승헌은 "부하의 와이프와 사랑을 빠진다는 건 뭐 저는 나름대로 첫 사랑을 만난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는 했지만 그런 캐릭터를 할 수 있었다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재밌었다."며 "(불륜은) 현실 속에서 할 수 없는 일탈이기 때문에 그런 캐릭터들을 할 때 뭔가 내 스스로도 재미있고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히든페이스'에서 송승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색다른 볼거리는 역시 말끔한 연미복 차림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송승헌의 '마에스트로' 연기다.
▲ 사진: 스튜디오앤뉴 |
이 영화에서 클래식 음악, 특별히 슈베르트의 음악은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와 첼리스트로 호흡을 맞추는 성진과 미주의 관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이 영화는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을 실제 연주회 실황을 촬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촬영했다. 오케스트라도 진짜고, 송승헌의 지휘도 진짜라는 말이다.
송승헌은 이번 영화를 위해 '1대 1 단기 속성' 지휘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는 오케스트라가 스스로 연주를 하고 자신은 그 위에 적절히 지휘 동작을 얹는 것이 어떨지 김대우 감독과 상의했지만 김 감독은 송승헌이 직접 오케스트라 연주를 맡아줄 것을 요구했다.
클래식 음악은 물론 대중음악도 잘 듣는 편이 아닌 송승헌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을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지휘 레슨을 받으면서 송승헌은 김 감독의 요구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송승헌은 "모든 음악을 제가 일단 파악을 하고 있어야 됐다. 바이올린이 나오면 지휘를 하는 게 아니라 '너 나와' 하고 손짓을 해줘야 한다. 영화 속에서 필요한 슈베르트 음악을 사실 촬영 기간 동안은 3~4개월은 그것만 들었다. '이건 이거고, 이건 이거고, 이건 무슨 악기야' 해서 제가 이걸(손짓) 해줘야 그 음악이 시작이 된다. 내가 느려지면 음악이 같이 느려지고 내가 빠르면 같이 빨라지고...승마를 하면 (말이) 내가 하는 대로 가는데 말에 탄 느낌이어서 되게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어찌 보면 영화의 곁가지 같은 장면일 수 있었지만 이와 같이 공을 들인 결과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조각 같은 외모의 마에스트로 송승헌의 지휘로 멋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섹슈얼한 요소를 지닌 멜로 영화지만 밀실이라는 공간적 장치를 활용해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한 영화인 만큼 '히든페이스'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역시 '파격'이다.
▲사진: 스튜디오앤뉴 |
극중 베를린으로 떠날 줄로 알았던 수연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의 집 밀실에 갇혀 성진과 미주의 불장난을 지켜보며 분노하고 절규한다.
자신의 약혼자와 후배가 자신의 침실에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목격하는 상황.
송승헌에게 박지현과의 정사 장면이 스스로 생각할 때 파격적이라고 생각하는 지 물었고, 송승헌은 '장면 자체의 표현보다는 그 장면을 둘러싼 상황을 볼 때 파격'이라는 취지의 대답을 전했다.
"이 상황은 단순한 둘(성진과 미주)의 상황이 아니라 누군가 바라보고 있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이잖아요.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상상도 하기 싫지 않으세요? 그 상황이 되게 파격적이고 쇼킹하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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