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금진 전 한국수력원자력 감독(사진: 대한축구협회) |
빙상에서 시작된 스포츠계 성폭력 폭로가 축구에서도 나왔다.
2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여자축구리그인 WK리그 소속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하금진 전 감독이 지난해 9월 ‘개인사정’을 이유로 사퇴한 이유가 사실은 성폭력에 따른 퇴출로 밝혀졌다.
하 전 감독은 소속팀 A선수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했다. A선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늦은 시간에 감독님 방으로 불러서 ‘안아 달라, 뽀뽀해 달라, 뽀뽀하고 싶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놀라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랐다. 한 달에 4~5번은 그랬다"고 당시 상황 전했다.
A선수는 이를 코치들에게 알렸고, 코치들이 구단에 신고하면서 하 전 감독은 시즌 중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한수원 측도 하 전 감독의 성폭력 사실과 이로 인한 해임 조치 내용을 인정했다.
구단은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외부 기관인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에서 피해자와 참고인 조사 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이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센터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침묵해야 했다.
문제는 하 전 감독의 성폭력 물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 전 감독은 16세 이하(U-16) 여자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비슷한 전력으로 해임당한 것이 드러났다. 하 전 감독은 선수단 관계자에게 늦은 밤 방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 강요하고 “성관계를 하자”며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 ‘직장 내 성희롱’으로 2016년 1월 축구협회로부터 해임을 당했다.
이 사실을 숨기고 2016년 창단한 여자실업팀 경주 한수원 감독 공모에 신청한 하 전 감독은 이듬해 3월 사령탑으로 취임해 같은 짓을 반복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하 감독과 계약을 하기 전에 외부 기관에 의뢰한 신용 평가에서 성희롱 전력 등이 확인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관계자도 "당시 구단에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여자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경주 한수원이 그 감독의 성희롱 해임 사실을 알았다면 선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일 터지는 스포츠계 성폭력 파문에 대한축구협회는 초중고교와 대학, 실업 여자선수들의 피해 사례를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준비해왔다. 이 와중에 하 감독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자 협회는 23일 경주 한수원 선수들이 전지훈련 중인 제주도로 '긴급조사팀'을 급파하기로 했다.
조사팀은 협회 변호사와 심리상담 전문가인 대학교수, 김정선 여자축구연맹 사무국장 등 여성 3명으로 꾸렸고, 이들이 직접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를 면담할 예정이다.
또한 협회는 하 감독이 전임지도자를 맡았던 2014년과 2015년에도 U-20, U-16 여자대표팀 선수 가운데 동일 사례 피해자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