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지인 감독 "김태리 열정과 노력은 '정년이' 원동력, 원작팬들 설득 노력 부족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7 09: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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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2024년 하반기를 강타한 최고의 웰메이드 드라마 '정년이'는 작품 안팎으로 뜨거운 박수갈채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록 제조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일 각종 흥행 지표들을 갈아치우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정년이'가 여성국극의 태평성대를 다시 불러올 수 있었던 비결은 극중극을 단순히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소비하지 않고, 국극에 헌정한 진정성에 있다.

정지인 감독은 전작 '옷소매 붉은 끝동'에 이어 다시 한번 시대극으로 여성 중심의 서사와 '여성국극'이라는 잊혀진 우리의 전통극을 재조명했다. 여기에 배우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를 비롯한 신예 우다비, 승희(오마이걸) 등의 열정과 노력, 정지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피, 땀, 눈물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기리에 종영한 '정년이'를 연출한 정지인 감독이 서면으로 스포츠W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정년이' 정지인 감독의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 정지인 감독 "김태리 열정과 노력은 '정년이' 원동력, 원작팬들 설득 노력 부족했다"/tvN


Q1. '정년이' 흥행에 대한 소감 및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무엇인가요?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정년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극에 대한 반응들입니다.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Q2. '정년이'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현대의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촬영 전부터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방향을 잡았습니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 김태리 님을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Q3.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은 무엇이며, 어떻게 촬영했는지 비하인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총력을 기울인 건 국극 장면들이었습니다. 보통 주 2~4회의 촬영을 진행하면 나머지 날들은 배우들은 연습을 하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틈틈이 국극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회의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무대 동선 확인, 카메라와 장비 동선, 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헤어 세팅 등을 보면서 본 촬영에서 수정 보완할 것들을 미리 확인했습니다. 본 촬영은 무대 위주의 촬영과 관객을 포함한 촬영, 그리고 CG용 관객 소스 촬영을 각각 나눠 진행했습니다.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습니다.
 

▲[인터뷰] 정지인 감독 "김태리 열정과 노력은 '정년이' 원동력, 원작팬들 설득 노력 부족했다"/tvN
 

국극을 제외한 촬영 중 가장 공들인 건 아무래도 10회 엔딩, 용례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이 처음으로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입니다. 한 씬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입니다.

Q4.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를 비롯해 배우들의 열연이 방영 내내 화제였습니다.이 같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어떠셨는지요?
김태리 님이 쏟은 열정과 노력은 우리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신예은 님의 촬영 중 반전의 순간들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종종 허영서와 신예은을 오가며 장난칠 때마다 다시 영서로 돌아오라고 말로는 그랬지만 속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라미란 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현신이었습니다. 단원들과 있을 때는 여고생같이 해맑게 있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어느새 소복으로 초 집중하는 모습에 수차례 반했습니다. 정은채와 김윤혜는 매란의 왕자와 공주로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저 역시 온달과 평강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가 참 슬펐습니다. 둘의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끝났고 이제는 보지 못할 조합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다시는 만나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이라 생각합니다. 이분들과 그 외의 모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Q5. 주란이와 영서의 언니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결혼을 택하는 설정이 원작과는 달랐는데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원작 팬들 반응을 확인하셨는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영서의 언니인 영인이는 사실 엄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살던 사람입니다. 본인의 삶을 살기 위해 성악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의 수단으로 결혼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주란이는 본인의 꿈을 포기하고 결국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당시 수많은 여성을 대변한다고 봤습니다. 원작의 주란이가 가진 단단함과는 다른, 현실에 순응하지만 이 역시 본인이 선택하는 길이기 때문에 힘겹게 나아갑니다. 주어진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는 주란에게 정년과 매란은 고단한 현재를 버티게 하는 아름다운 꿈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방향을 위해서는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도 이해할 수 있게 각색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각색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최대한 살릴 것을 살리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습니다. 원작의 중요한 메시지를 쉽게 담아내지 못한 것은 저 역시 아쉬움이 남지만, 많은 시청자들을 훌륭한 원작으로 이끄는 이정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 정지인 감독 "김태리 열정과 노력은 '정년이' 원동력, 원작팬들 설득 노력 부족했다"/tvN

Q7. 동시기에 '정년이'와 '정숙한 세일즈'까지 여성 서사가 주축인 작품의 흥행을 함께 이끌었습니다. 전작에 이어 여성 서사가 중심인 작품을 택하셨는데, 제작하는 작품 수가 많지 않은 요즘의 시장에서 연이어 여성 서사 작품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여성 서사가 주축인 작품을 연출할 때 다른 작품과 혹시 다른 부분이 있는지, 남다른 연출관이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무척 감사한 평가입니다만, 아직 많이 부족한 저에게 과찬입니다. 여성 서사라 남달리 노력하거나 어떤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여성인 점에서 여성 배우들과 소통할 때 좀 더 유리한 지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처럼 여성 배우들이 주축인 현장에서 큰 이질감 없이 배우들 속에 섞여 있을 때는 같은 성별인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제가 여성으로서 보냈던 10대와 20대 시절을 많이 떠올리며 촬영했기 때문에 좀 더 예민하게 대본 속 감정을 볼 때가 많았습니다. 

 

Q7. 혹시 '정년이'처럼 드라마로 연출하고 싶어 눈여겨 보는 작품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눈여겨보는 작품은 없습니다. 당장은 드라마가 끝난 후의 해방감을 느끼며 순수한 재미로 이것저것 보고 있습니다. 

Q8. 드라마 '정년이'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소리 한 가락, 한 소절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아 정년이에서 나왔구나! 정도의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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