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속에 도쿄행 티켓 따냈지만 올림픽 연기설 '모락모락'
▲임애지 |
일본 정부는 2020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입장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접어들면서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미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거나 도전하는 선수들에게는 힘 빠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표 선수들에게는 마음잡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임애지(21·한국체대)는 현 상황이 낯설지 않다.
이미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앞두고 대회 참가 자체가 불발될뻔한 위기를 수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애초 2월 3∼14일 중국 우한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번 대회는 이 지역에 창궐한 코로나19로 인해 이달 3∼11일 요르단 암만으로, 개최 시기와 장소가 변경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한 달 더 샌드백을 두드려야 했던 한국 복싱 대표팀은 이번에는 요르단 정부가 한국인 입국 금지 방침을 밝히면서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대표팀은 부랴부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요르단 정부는 대표팀의 출국을 불과 9시간 남겨두고 최종 입국 허가를 내렸다.
장한곤 대표팀 감독은 "공항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도 과연 요르단까지 갈 수 있을까 불안했다"고 말할 정도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이로 인해 면역력이 생겨서인지 임애지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올림픽 연기설에도 의연했다.
그는 "처음에 우한에서 열리기로 했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이 한 달 뒤로 연기됐을 때도 훈련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그 시간을 이겨냈다"고 돌아봤다.
임애지는 "만약 올림픽이 연기되면, 마음이 괜찮진 않겠지만 그래도 올림픽을 준비할 시간이 더 많이 주어졌다고 여기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번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여자 페더급(57㎏급)에서 동메달을 따내고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의 역사를 썼다.
여자복싱은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나 한국은 런던에 이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한국은 이어 오연지(30·울산광역시청)가 여자복싱 라이트급(60㎏)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지역 예선에서 올림픽 본선 진출자 2명을 배출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올림픽 티켓을 땄다는 감흥이 별로 없었다"며 "그런데 주변에서 많은 연락을 받고서야 실감이 나더라. (여자복싱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임애지에게는 지난해 11월 13일 한순철(36) 코치가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 큰 힘이 됐다.
한 코치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16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임애지와 비슷한 체급인 라이트급에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등 복싱 스타일까지 닮은 한 코치는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해 새 역사를 동반 합작해냈다.
임애지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이 열린 암만에서 바깥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택시 운전사들이 길을 걷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가리켜 '코로나, 코로나'라고 손가락질하는 등 아시아인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인종 차별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회를 마치고 13일 귀국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펜싱 국가대표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해외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온 대표 선수들의 선수촌 입촌 시점이 최대 3주 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복싱 대표팀은 애초 지난 18일 입촌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변경돼 다음 달 3일까지 자가 격리한 뒤 같은 달 4일부터 진천선수촌에 들어갈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일정에도 꿋꿋한 임애지는 나란히 올림픽 티켓을 따낸 오연지와 함께 여자복싱 올림픽 첫 메달 도전을 위한 담금질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