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보통해 대한체육회의 올림픽 헌장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해줄 것을 요청한 것과 관련, 경기단체연합회와 대한체육회 41개 정·준회원종목단체가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서를 26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우려 표명의 이유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유치와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내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총회에 대한 악영향 △체육계 내부의 불안감 조성에 따른 한국 스포츠 전반의 위축 가능성 등을 꼽았다.
이어 성명은 대한체육회가 심석희의 '미투' 폭로 이후 많은 반성과 함께 '체육시스템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언급한 뒤 "대한체육회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서한보다는 남북한 당국과 국민들이 염원하는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 유치성공을 위한 결의문을 IOC에 보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훨씬 국익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고 밝혀 시민사회 단체의 서한이 국익에 반하는 행동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젊은빙상인연대, 체육시민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사회단체는 바흐 IO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대한체육회는 공공연히 존재하는 스포츠 현장에서의 폭력과 성폭행, 인권침해에 대처하지 못하고 심지어 징계를 받은 지도자들이 다시 복귀하는 것을 돕기까지 했다는 의심을 받는 실정"이라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운동선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대한체육회의 올림픽헌장 위반 사항을 확인, 선수 인권침해를 방조하고 조장한 대한체육회에 강력한 경고와 제재를 가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겸하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총괄하는 한국 체육계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고, 올림픽 운동의 총본산이자 최상급 기관으로서 IOC가 KOC의 올림픽 헌장 위반 사실을 조사하고 그 결과 위반 사실이 발견됐을 경우 그에 따른 적절한 제재를 내려달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요구이자 최후 수단적 성격을 갖는 간절한 요청이었다.
IOC가 회원국에 대해 올림픽 운동을 통한 세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올림픽 헌장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조사하는 것은 IOC 고유의 권한이자 본연의 의무로서 이를 회원국의 스포츠 관련 시민사회 단체가 요청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따라서 경기단체연합회와 대한체육회 41개 정·준회원종목단체가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비뚤어진 국익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은 성명에서 남북 올림픽 공동 유치나 올림픽 남북 단일팀 등의 사안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했지만 그보다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IOC의 조사와 제재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 문제에 정당성을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스포츠의 위축과 국익을 걱정했지만 사실은 '메달'로 대변되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 분야의 헤게모니를 잃는 상황을 더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 단체의 이번 성명은 오랜 기간 국내 체육계에 만연해 온 인권 침해와 각종 부조리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 없이 정부가 내놓고 있는 여러 체육계 개혁안에 대해 반발하며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체육계의 현 상황이 그대로 투영된 성명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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