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예빈, 처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여자 고등부 400m 우승(사진: 연합뉴스) |
양예빈(18·전남체고)은 압도적인 레이스로 전국체전 육상 여자 고등부 400m에서 우승한 뒤 동료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지금 이 감정을 저 자신도 잘 모르겠어요."
안도감과 아쉬움이 양예빈의 마음속에서 뒤섞였고, 눈물로 흘러나왔다.
양예빈은 9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전 육상 여자 고등부 400m 결선에서 온 힘을 다해 달렸고, 56초55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양예빈의 라이벌 신현진(18·인일여고)은 58초30으로 2위를 했다. 이날 둘의 격차는 꽤 컸다.
동료와 함께 울던 양예빈은 안정을 찾은 뒤 "이번 전국체전은 고교 시절 마지막 대회다. 전남체고 동료들과 같이 훈련한 시간이 떠올랐다"며 "나도 지금 내 감정을 모르겠다. 많은 게 뒤섞였다"고 말했다.
양예빈은 계룡중 재학 시절부터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 7월에는 55초29의 400m 한국 여자 중학생 기록을 세웠다. 55초29는 실업, 대학, 고교를 포함해도 선수 기준 한국 역대 11위 기록이다.
대한육상연맹은 전체 기록과 선수 기준 기록, 두 가지로 기록을 구분한다.
하지만 양예빈은 중학교 졸업 후 피로 골절을 겪었고, 이후 슬럼프에 시달렸다.
양예빈이 조금씩 기량을 회복한 건, 고교 2학년이던 지난해(2021년)부터다.
2021년 여자 고등부 400m 랭킹 1위는 지금은 서울대학교 새내기인 박다윤(당시 인천체고·56초11)이었고, 한 살 어린 양예빈은 56초63으로 2위에 올랐다.
박다윤이 졸업하고, 양예빈이 기량을 회복하면서 2022년 여자 고등부 400m는 양예빈의 독주 체제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양예빈은 중학교 3학년 때 기록을 넘어서지 못하고서 고교 3년 개인 종목 일정을 마쳤다.
양예빈은 "중학교 때 기록을 아직도 못 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털어놓으며 "부상이 재발하기도 했는데 모두 관리를 하지 못한 내 탓"이라고 했다.
자책하는 동안에도 양예빈을 기다리고, 응원하는 동료와 팬은 많았다.
양예빈은 "내가 기록을 내지 못하는 중에도 여전히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았다. 나도 나를 믿지 못하는 데 나를 믿어주셨다"며 "늘 힘을 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여러 상황을 잘 이겨냈다"고 고마워했다.
양예빈은 고교 입학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체전이 열리지 않았고, 고등부 경기로 축소해 개최한 2021년에는 전학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 없는 규정에 따라 불참했다.
처음 뛴 전국체전에서 양예빈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고교 시절의 위안이 되는 메달이었다.
양예빈은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할 계획이다. 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실업팀에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곁을 지켜준 동료들과의 마지막 레이스도 멋지게 마무리할 생각이다.
양예빈은 "전국체전 계주(400m·1,600m) 경기가 남았다. 동료들과 함께 뛰는 두 종목도 잘 마무리하겠다"고 '우정의 레이스'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