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
3시간 만에 흥국생명이 쥐고 있던 '정규리그 1위 확정을 위한 매직넘버'가 GS칼텍스에 넘어갔다.
9일 오후 6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만난 박미희(58) 흥국생명 감독은 "우리가 우리 순위를 결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열린 현대건설과의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25-22 12-25 11-25 29-27)으로 패했다.
이제 흥국생명은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없다.
경기 뒤인 오후 9시 10분께 다시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미희 감독은 "우리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GS칼텍스보다 먼저 치른다. 그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여전히 승점 56(19승 10패)으로 1위지만, 상황은 GS칼텍스에 훨씬 유리하다.
흥국생명은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GS칼텍스는 12일 홈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만나고, 16일 인삼공사와 정규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흥국생명이 승점 3을 추가해도, GS칼텍스가 2경기에서 승점 5를 얻으면 정규리그 1위 타이틀은 GS칼텍스가 차지한다.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전에서 승점 3을 얻었다면, 13일 인삼공사전 3-0 혹은 3-1 승리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미련만 남긴다.
박미희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6일 한국도로공사전을 펼치고) 이틀 만에 다시 경기해 체력적인 어려움도 있었다"며 "전체적으로 기복이 너무 심했다. 4세트 듀스 싸움에서 밀려 승점 1도 얻지 못해 더 아쉽다"고 곱씹었다.
이날 흥국생명은 1세트에서 현대건설을 압도했다.
하지만 2·3세트에서 서브 리시브가 심각한 수준으로 흔들렸다. 4세트 듀스 승부에서는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등록명 브루나)의 '결정력 부족'을 절감했다.
박 감독은 "나도 선수 출신이다. 정말 안 될 때는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며 "격려도 하고, 큰 소리도 내보지만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개막전 포함 10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정규리그 1위를 향해 질주하던 흥국생명은 팀 주축인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 논란 속에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흥국생명은 포스트시즌 진출권은 확보했다.
정규리그 1위를 놓치더라도, 봄 배구에서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있다.
박 감독은 "지금도 (세터 김다솔, 라이트 브루나, 레프트 김미연 등)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자 노력 중이다"라며 "순위가 확정되면 체력 보강 문제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