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선, 전국체전 여자 마라톤 2연패(사진: 연합뉴스) |
올해 열릴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최경선(32·제천시청)은 전국체전 마라톤 풀코스 경기에 출전했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도 다시 치러야 하지만 최경선은 "1년을 더 벌었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시안게임 대신 출전한 전국체전 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자신감도 더 얻었다.
최경선은 9일 울산 시내를 돌아 종합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39분05초에 뛰어 우승했다.
이수민(30·논산시청)이 막판까지 위협했으나, 최경선은 1초 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 이수민의 기록은 2시간39분06초였다.
최경선은 2019년 전국체전에서도 2시간32분26초로 정상에 올랐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체전이 열리지 않았고, 2021년에는 고등부 경기로 축소해 개최했다.
3년 만이지만, 최경선은 전국체전 여자 마라톤 2연패를 달성했다.
경기 뒤 최경선은 "내가 뛰어본 마라톤 코스 중 가장 어려웠다. 대회 기록(2시간31분52초) 경신을 목표로 출전했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 코스를 확인한 뒤에 '순위 싸움'에 더 힘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경선의 개인 최고 기록은 2시간29분06초다.
이날은 개인 최고 기록보다 10분 가까이 느리게 달렸지만, 목표로 정했던 '순위 싸움'에서는 이겼다.
더 다행스러운 건, 최경선이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경선은 2020년 3월 훈련을 하다가 도로가 파인 곳에 발이 빠지면서 크게 다쳤다.
최경선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달리는 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사실 최경선은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도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지만, 근육 경련이 일어나고, 탈수 증상에 시달리면서도 완주에 성공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부상 후유증'과 '도로 훈련'의 두려움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올해 4월 서울마라톤에서 국내 1위(2시간30분42초)를 하고, 전국체전 2연패도 달성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최경선은 "이제 불안감은 완전히 떨쳐냈다"며 "'마음의 부상'을 극복했으니, 이제는 '달릴 때 다리가 많이 돌아가는 자세'를 고치고 있다. 몸 상태가 점점 올라오는 중이어서, 내년에는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경선의 시선은 다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향한다. 또한, 김도연이 보유한 한국 기록(2시간25분41초) 경신을 향한 의욕도 커졌다.
최경선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다. 그러나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당시 아시안게임에서 김혜성(북한)은 2시간37분20초에 레이스를 마쳐 3위에 올랐다. 4위가 2시간37분49초를 기록한 최경선이었다.
그러나 김혜성이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자격 정지 처분과 기록 삭제를 당했고, 최경선이 3위로 올라섰다.
이 외에도 최경선에게는 '불운한 순간'이 많았다.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35㎞ 지점에서 김혜성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치아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졌다.
그러나 최경선은 급하게 지혈한 뒤 다시 달렸다. 기록은 2시간45분46초로 좋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목표인 완주는 이뤄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고, 레이스 중에는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최경선은 늘 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희망도, 자신감도 자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최경선에게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최경선은 "이제 국내 대회에서는 기록 경쟁을 해야 한다. 내년 봄에는 한국 기록에 도전하겠다"며 "한국 기록을 깨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선발되고,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에 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최근 마쓰다 미즈키(2시간20분52초), 이시야마 마오(2시간21분02초) 등 일본 마라토너들은 2시간20분 내외의 기록을 내고 있다.
케냐 출신이지만 바레인 국적을 얻은 유니스 춤바는 2시간20분02초로, 올해 아시아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최경선도 아시아 마라토너가 자신보다 앞서간 걸 인정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최경선의 묵직한 각오에 한국 마라톤은 희망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