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동메달로 시작한 김수지(사진: 연합뉴스) |
"다들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말 재미가 있더라고요."
고향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를 동메달로 시작한 한국 여자 다이빙의 간판 김수지(울산광역시청)가 신이 나 경기를 되돌아봤다.
한국 다이빙 '세계선수권 1호 메달'의 주인공 김수지는 박수경(울산광역시청)과 짝을 이뤄 8일 오후 울산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일반부 플랫폼 싱크로다이빙에 출전, 동메달을 땄다.
총점 271.65점을 받아 5팀 중 3위를 차지했다.
인천 대표로 출전한 국가대표 14년 차 베테랑 조은비가 김서연과 합을 맞춰 282.54점으로 받아내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제주 대표 문나윤과 고현주가 272.55점으로 은메달을 가져갔다.
인천 선수들의 다이빙을 옆에서 봤다는 김수지는 "솔직히 너무 잘하더라. 보면서 입에서 비속어까지 나왔다"고 웃었다.
14살이던 2012년 한국 선수단 최연소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김수지는 한국 다이빙에서 여러 차례 최초 기록을 쓴 간판급 선수다.
2019년 7월 광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3위에 오르며 한국 다이빙에 사상 첫 메달을 선물했다.
전국체전에서도 여러 차례 출전해 족적을 남겼다.
무거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3년부터 전국체전에 출전한 김수지는 금메달 15개를 목에 걸었다. 2017년에는 4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플랫폼 다이빙, 1m·3m 스프링보드, 3m 싱크로다이빙 등 5개 종목에 나서 다관왕을 노리는 김수지로서는 동메달이 성에 차지 않을 법도 하다.
그러나 김수지는 후련한 표정으로 이날 결과에 만족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국내 최고 선수들 간 수준 높은 경쟁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거듭 말했다.
김수지는 "다들 열심히 준비해온 게 보이더라. 경기장에서 각자 최선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 경기력 면에서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우리도 최선을 다했다"며 "다시 시간을 돌려도 오늘 한 것보다 잘 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수지에게 이번 체전은 특별한 대회다.
울산 출신인 김수지는 전날 진행된 개회식에서는 성화 최종 점화자로 나서 '다이빙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대형 스크린 꼭대기에서 다이빙과 함께 김수지가 사라지자, 스크린에는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성화를 들고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김수지의 영상이 상영되며 관중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그는 최종 점화자로 선택받아 영광스럽다면서도, 선수로서 '들뜬 마음'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수지는 "울산에서 열리는 대회라서 내겐 정말 특별하다"면서도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하면 부담이 된다. 모든 시합에서 잘하고 싶은 게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와 똑같이 대회에 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