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EPA=연합뉴스 |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2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확약했다"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여성축구 관련 회의에서 "이란 당국이 여성을 축구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확약했다"라며 "다음 경기(10월 월드컵 지역예선전)부터 이 방침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예외가 있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지 40년이 지났다"라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남녀를 구분하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과 관습에 따라 여성이 축구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다.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1981년 여성이 축구경기장에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여성이 남성 관중의 성희롱·추행, 욕설, 폭력 등 범죄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종종 여성이 입장할 수는 있었지만, 선수나 고위 인사의 가족, 외교관, 취재진 등 이란축구협회가 지정한 범위로 한정됐다.
올해 3월 테헤란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보려고 남장하고 몰래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된 한 이란 여성이 징역 6개월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달 초 법원 청사 앞에서 분신해 결국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이란에서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FIFA도 이 사건 이후 이란에 대표단을 보내 이란축구협회와 관계 부처에 여성도 축구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FIFA는 22일 낸 성명에서 "여성도 축구경기장에 자유롭게 입장해야 한다는 FIFA의 확고하고 명확한 입장을 (이란에) 강조했다"라며 "입장하는 여성의 수는 수요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입장권 판매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이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최근 열린 이란 프로축구팀 FC에스테그랄의 경기를 관람하는 남성 관중이 "블루걸을 기억하자"라면서 분신해 사망한 여성을 추모하는 노래를 합창하는 동영상이 널리 퍼졌다.
상징색이 파란색인 이 축구클럽의 열성팬인 이 여성은 '독타르 어비'(파란 소녀) 또는 '블루 걸'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