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서울 GS칼텍스 KIXX 배구단의 경기. 1세트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5년 전 여자팀의 지휘봉을 잡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남자팀에서 10년간 지도하면서 얻은 별명이 '차보스'였다.
남자 선수들도 버거워했던 그의 훈련량과 강한 지도 스타일을 여자 선수들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지도로 GS칼텍스는 2016-2017시즌 5위를 시작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매년 한 계단씩 순위를 올려놓은 차 감독은 올 시즌 여자부 사상 최초로 트레블(3관왕)을 이끈 사령탑이 됐다.
GS칼텍스는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2로 따돌렸다.
챔프전을 3연승으로 끝낸 차 감독은 한 시즌에 컵대회, 정규리그, 챔프전을 석권한 여자부 최초의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차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들 소문으로 알겠지만 내가 시키는 훈련이 힘들다"며 "칭찬도 잘 안 하는 스타일인데, 잘 버텨주고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선수단에 영광을 돌렸다.
그는 "평상시에도 '우승하면 기분이 어떨까?' 상상은 한 번씩 해봤다"며 "(우승이 확정됐을 때) 안도였는지 뭔지 모르겠는데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GS칼텍스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워크가 좋았다. 팀워크는 차 감독이 부임 후부터 지금까지 강조한 대목이다.
차 감독은 "부임 뒤에 성적을 낼 건지, 변화를 추구할 건지 선택을 해야 했다. 난 변화를 선택했다"며 "팀워크가 어느 순간이 되면 기량을 넘어서는 때가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그걸 끝까지 강조했다"고 지도 철학을 소개했다.
그는 "팀워크에 어긋나면 심하게 혼을 냈다. 벌금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이제 선수들도 내 성격을 잘 알고, 서로 신뢰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이 쌓이다 보니 선수들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정점에 선 차 감독은 이제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도전자들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차 감독은 정상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내부 자유계약선수(FA)인 레프트 이소영, 강소휘와의 계약을 꼽았다.
차 감독은 "금액은 한정돼 있다.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금액을 부르다 보면 구단이 잡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5시즌 동안 같이 땀 흘리고 고생해서 팀을 만들었으니 FA 선수들이 팀도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선수들이 돈보다 팀을 원하기를 바란다"면서 "FA 소리만 나오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여자팀 지휘봉을 잡는 걸 주저했던 차 감독은 '잘한 선택'이었다며 화통하게 웃었다.
그는 "내 배구 인생에서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오늘도 한 수 배웠다.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준우승팀인 흥국생명과 '배구 여제' 김연경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미희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박수를 쳐 드리고 싶었다. 김연경도 손가락이 아픈데 투지를 보였다"며 "상대 선수지만 김연경이 있어 한국 여자배구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격려했다.
이어 "배구인의 한 사람이라 배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여자배구가 여러 문제로 인해 위기에 있는데 빨리 극복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