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역도 간판' 손영희(오른쪽)와 김수현(사진: 연합뉴스) |
한국 여자 역도 최중량급(87㎏ 이상)에는 세계적인 선수가 두 명 있다.
2021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손영희(30·부산체육회)는 원숙한 기량을 뽐내고, 2022년 세계주니어선수권 챔피언 박혜정(20·고양시청)은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
경기장 안팎에서 둘은 서로를 인정하고, 예우한다.
그러나 2024년 파리올림픽에는 둘 중 한 명만 출전할 수 있다.
파리올림픽 역도는 여자 최중량급이 기준 체중이 81㎏으로 줄었고, 나라별 출전 선수도 1명으로 제한됐다.
14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손영희는 "현실적으로 파리 대회는 내가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올림픽"이라며 "혜정이가 너무 잘해서 국내 1위를 장담할 수 없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혜정이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체급당 2명이 함께 출전할 수 있었던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둘은 서로 위로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손영희는 합계 280㎏(인상 121㎏·용상 159㎏)으로 5위에 머물렀다.
박혜정은 합계 274㎏(인상 119㎏·용상 155㎏)으로 8위에 그쳤다.
2022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손영희가 합계 292㎏으로 일반부 우승, 박혜정이 285㎏으로 고등부 우승을 차지했던 터라, 세계선수권 결과가 더 아쉬웠다.
2022 세계선수권에서는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이 체급 최강자 리원원(23·중국)이 합계 311㎏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 싸움은 치열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에밀리 캠벨(29·영국)이 합계 287㎏으로 2위에 올랐고, 2021 세계선수권 2위 두안각소른 차이디(26·태국)가 합계 286㎏으로 3위를 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부진했지만, 손영희와 박혜정 모두 합계 기준 290㎏ 내외를 드는 '자신의 기량'만 펼치면,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손영희는 "리원원은 여전히 잘하더라. 정말 굉장한 선수"라며 "사실 리원원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우승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은메달은 노릴 만하다"고 했다.
파리올림픽 랭킹 포인트에서 '국내 1위'에 오르면 올림픽 메달 가능성은 무척 커진다.
국제역도연맹은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유리하게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배분안을 짰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뒤 "역도는 서른부터"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긴 손영희도 체력 분배를 고민해야 한다.
그는 "노련미는 확실히 좋아졌는데, 체력 회복은 어릴 때보다 확실히 어렵더라"고 웃으며 "나는 후배보다는 더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더 높은 랭킹 포인트가 걸린 경기를 전략적으로 택해서 출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