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세기 소녀' 김유정 "변우석과 기차역 씬, 귀여워보였으면 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8 04: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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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4살의 나이에 CF로 데뷔, 5살때부터 연기를 시작, 올해 데뷔 19년차를 맞은 '국민 여동생' 김유정이 글로벌 첫사랑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바로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를 통해서다.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 17세 소녀 보라(김유정)가 절친 연두(노윤서)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청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로, 공개 3일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 공개 2주차에도 3위를 차지, 상위권에 랭크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나보라 役 김유정/넷플릭스

김유정은 극 중 심장병 수술을 위해 떠나는 연두를 위해 대신 짝사랑을 관찰해주는 일명 큐피트 역할을 자처한 보라를 연기했다. 그는 누구보다 교복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 쯤은 간직한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했다. 하이틴 로맨스 영화가 기근인 한국에서 오랜만의 청춘 로맨스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다.

'20세기 소녀'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에 앞서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및 관객과 GV를 진행했다. 김유정은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 일정이 많기는 했는데 힘들어서 쳐지기보다는 관객들과 대화를 하니까 너무 좋더라. 더 좋은 에너지를 받고 왔다"고 회상했다.

'20세기 소녀'는 클리쎼를 따르기 때문에 누구나 예측가능한 전개로 이뤄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김유정은 "어린 친구들이 많이 울었다고 주변에서 들었다. 저는 판타지 장르도 꽤 많이 했다. '20세기 소녀'는 리얼리티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다거나 그런 부분은 없었다. 해외에서도 좋아하는 그 이유도 그 나라만의 감성이 다를 것 같다. 누군가는 경험했던 추억을 꺼내볼 수 있을만한 작품인 것 같다. 클리쎼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좋은 방향으로 보여진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김유정 변우석 스틸/넷플릭스
 

김유정은 보라로 변신하기 위해 다시 한번 교복을 입었다. "일부러 톤을 조금더 높인 것도 있고 쨍하고 맑은 목소리를 내려고 신경을 썼다. 저는 평소에 중저음이고 허스키한 편이다.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게 목소리와 톤 말투라고 생각한다. 그걸 보라 캐릭터 첫번째로 잡았다."

헤어나 메이크업 부분 역시 고등학생의 수수한 모습 표현을 위해 한결 가벼워졌다. "덜 꾸미면 덜 할수록 보라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머리도 툭 묶으니까 편했다. 옷에 뭐 흘려도 그것도 보라 같았다. 그런 부분은 촬영하면서 불편함이 없었다. 친구들이랑 노는 것처럼 촬영을 해서 다들 친해졌다. 사진찍어주고 맛있는 것 먹고 수다떨고 즐겁게 촬영을 했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편했다(미소)."

나보라는 절친을 위해 대신 그의 짝사랑을 관찰해준다. 아역배우부터 19년간 가득한 필모에 비해 학창시절 추억이 많지 않다.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는 직접 겪은게 없어서 연기로는 체험을 많이 했다. 설렘의 첫사랑의 포인트를 로맨스 연기의 경험만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다만, 학교는 열심히 다녔고 연두와의 감정선은 문제가 없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고 너무 몰입돼 문제였다(웃음)."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나보라 役 김유정/넷플릭스
 

나보라를 깊이 공감한 김유정은 사랑보다는 우정을 택하며 진짜 친한 친구라면 그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렇게까지 한다고? 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촬영하면서 '그래 이럴 수 있지'라고 공감하게 됐다. 사실 저라면 보라처럼은 못할 것 같다. 저는 지금까지도 친한 친구들이 학창시절 친구들이다. 별것도 아닌 장면에 이입이 되더라. 저는 연두랑 촬영하면 장면들이 오히려 눈물 포인트였다. 별거 아닌 이야기를 5시간동안 하지 않나. 그런 것들로 웃고 하는 그런 모습들이 공감갔다."

특히 우정을 강조하며 "개인적으로는 우정이 먼저다. 우정이 더 셌던것 같다. 친구들이 힘들어하거나 다른 친구들이랑 싸우면 나서서 얘기한 적도 있다. 우정도 사랑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와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지만 인간적으로 사랑하는게 훨씬 더 깊은 것이다. 온전히 아끼고 응원하는거니까. 다른 결이지만 친구가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청춘물 특유의 풋풋함도 '20세기 소녀'의 매력 포인트다. 보라는 자신에게 고백한 현진(박정우)을 거부하며 '방구로 '학교종이 땡땡땡'도 친다'고 내뱉거나, 마지막 풍운호(변우석)와 헤어짐을 앞두고 어린 아이처럼 목놓아 운다. 그 모습은 김유정 특유의 귀여운 매력이 더해져 완성됐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나보라 役 김유정/넷플릭스

"처음에 그런 대사를 받았을 때는 당황했다. 근데 귀엽더라.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었다. 너무 과하지 않은지, 당황해서 다다다다 쏟아내야 하는 장면이다. 썰렁해지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기차역 씬은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머리 아플 정도로 고민한 씬이다. 어떤 식으로 울고 말을 내뱉어야 감정이 드러나면서도 과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했다. 텍스트 자체가 너무 귀엽다. 성숙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저도 나오는대로 했다. 이 장면에서 이쁘고 그러기보다는 귀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시청자들이 보는 게 아니라 운호가 봤을 때 귀여웠으면 했다. 그래서 운호랑 많이 얘기했다. 너무 많이 울어서 힘들었다."

'20세기 소녀'는 1999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공중전화, 두꺼운 전화번호부책, 삐삐, 비디오 가게 등 그 시절 감성이 가득 담겼다. 반면 영화는 김유정과 같은 MZ세대는 물론, 3040세대에도 생소한 포인트를 지녔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보라가 현진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공중전화로 앙케이트 조사를 하는 것이다. 1999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80년대 감성이 담긴 것이다.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경험이 전무하다. 그런 기관(앙케이트 조사기관)이 있는 줄도 몰랐다. 처음이다보니 목소리 톤도 그 당시 아나운서 톤이나 비슷한 결의 영상을 소스로 받았었다. 버전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진짜 기계처럼 하는 것과 상담원처럼 하는 버전도 있었다. 코믹한 장면으로 나오지만 저는 되게 진지하게 촬영했다. 내가 웃기려고 하면 안 맞는 경우들이 있다. 나는 진지하게 해야한다 생각하면서 촬영했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나보라 役 김유정/넷플릭스
 

김유정은 '20세기 소녀'를 통해 아역시절 인연을 맺은 한효주와 재회했다. 아역과 성인 역으로 무려 세번째 만남이다. "성인 보라가 바뀌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가 냈다. 그게 영화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나이대를 연기하기에는 저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되게 한정적인 이미지여서 비슷한 분위기가 나면 계속해서 아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저도 효주언니 외에도 다른 분들의 아역을 많이 했다. 언니가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작품을 하게 됐다. 덕분에 부담감 없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개인적으로 언니가 연기해주신 나보라가 너무 좋았다. 영화 보면서도 슬펐다."

'국민 여동생'에서 '글로벌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는 반응에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미소 지었다. "어떤 수식어가 붙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분은 좋을 것 같다. 우리 캐릭터들은 미운 털이 없고 네 명 다 부드러우면서도 개성이 강했다. 제가 참여한 작품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잘 이뤄서 좋은 반응을 얻을 때 기분이 더 좋은 것 같다."

데뷔 20년차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이지만, 주연 부담감과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20세기 소녀'를 통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좋은 반응이 있어서 뿌듯하다.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아직도 있다. 경험해서 부딪혀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직은 나아가는 중이다. 20대 초반인데 경력은 많다. 어느 것도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활동해왔지만 아직도 많이 배우는 자세여야 한다고 스스로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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