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혁이 첫 주연을 맡은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연출 한태섭, 오준혁/극본 차해원)은 찬란한 역사를 뒤로 하고 망해가는 대학 응원단에 모인 청춘들의 뜨겁고 서늘한 캠퍼스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다. '치얼업'은 응원단이라는 소재로 역동적이고, 뜨거운 열정의 20대 청춘들을 그려냈다. 특히 최근 3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거리두기 체제로 대학교 수업조차 온라인으로 수강하게 된 신입생들에 캠퍼스 로망에 대해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 박정우 役 배인혁/유유컴퍼니 |
이를 증명하듯 '치얼업'은 방영과 동시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월화드라마 화제성 1위를 차지했고, OTT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발표한 10월 1주 차(10/1~10/7)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도 '치얼업'이 5위에 오르며 시청자의 관심을 입증, 상승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11월 3주차에도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연이은 결방 여파를 맞았다. 먼저 지난 10월 31일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 애도 기간을 시작으로, 11월 7일에는 2022 KBO 한국시리즈 5차전 중계로 인해 또 다시 결방됐다. 여기에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해 11월 21일과 22일까지 결방의 여파를 맞았다. 시청자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오매불방 방영이 재개되길 기다렸다.
지난 13일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 종영에 앞서 배인혁은 스포츠W와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 "'치얼업'의 경우에는 결방 이슈가 많았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흐름이 끊기는 환경이었을텐데도 16회까지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다. 틀을 깬 드라마로서 의미있게 남았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배인혁은 '치얼업'에서 연희대학교의 망해가는 응원단 '테이아'의 51기 단장 박정우로 분했다. 대나무 같은 원칙주의자인 그는 흔히 '꼰대'로 불렸다. 기본 성향이 까슬까슬하나, 은근한 허당미를 보이기도 했다. "처음 '치얼업' 제안을 받았을 때는 신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응원단이라는 것 자체가 경기장의 치어리딩만 생각했는데 드라마로 만든다고 하니 신선했다. 또래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다."
박정우는 천문우주학과 4학년 재학생이다. 하고 싶은 것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배인혁은 서울예대 입학 시절 자신을 떠올리며 공감했다. "학업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학업에 소홀하게 된다. 근데 대학에 대한 추억이 없을 것이라는 부분이 공감이 갔다. 저같은 경우는 서울예대 입학당시 봉산탈춤 동아리 '예민회'를 하고 싶었다. 근데 생각보다 바쁠 것 같아서 안했다. 학교를 1학기는 열심히 다니고 학업보다 활동 위주로 하고 싶어서 혼자 프로필을 찍어서 연기를 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 박정우 役 배인혁/SBS |
실제 배인혁도 캠퍼스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실현이 쉽지 않았다. '치얼업'으로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대학 가면 모든 게 술술 다 풀리고 재밌을 줄 알았다. 근데 현실에 부딪혔었다. 제가 입학했을 당시는 미투가 터져서 입학식도 하나도 못했다. 매번 선배들은 시위하고 있어서 대학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치얼업'하면서 학교 축제 분위기도 즐겨보면서 대리 경험을 했다. 100% 갈증을 해소하진 못했지만 덕분에 이런 비슷한 분위기겠구나 감정을 알게 됐다. 아예 몰랐던 것보다 해소된 느낌이다."
박정우는 또래에 비해 훨씬 성숙한 캐릭터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살지만 학업때문에 떨어져 지낸다. 배인혁과 싱크로율은 48%다. "정우는 감정 콘트롤을 너무 잘하는 캐릭터다. 부딪힘이 있는 캐릭터다. 어머니가 부산에 무작정 찾아갔을 때 시장 축제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시고는 '춤 추는 모습이 빛이 난다'고 한다. 하고 싶은 걸 참으면서 현실에 부딪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진중한 면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또래에 비해 너무도 성숙했던 정우를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배인혁은 감독과 많은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정우는 20대다. 어떻게 보면 지금 제 나이랑 비슷한 친구다. 근데 감정 콘트롤을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어려웠다. 특히 연애하는 모습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순간적인 감정도 분명 있을 것인데, 아마 자신의 감정보다 상대방의 감정이 더 우선이어서 그게 가능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배인혁은 박정우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예를 떠올렸다. "자신이 어렵게 뮤지컬 티켓을 구해 약속을 잡았는데 해이(한지현)가 전화 한통으로 이유도 말 해주지 않고 약속을 취소한다. 걱정되는 마음에 집에 갔는데 다른 남자(진선호/김현진)과 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연인 사이에서 그런 상황에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근데 정우는 그러지 않고 이해를 하더라.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질투와 화난 감정보다는 해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서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받아들이려고 했다."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 박정우 役 배인혁/유유컴퍼니 |
또 어려웠던 점은 박정우의 '꼰대' 설정이었다. 테이아를 너무 애정하는 정우는 응원단의 전통을 수호하고, 단복을 신줏단지처럼 모신다. 하지만 작년 부실축제 논란으로 학생들의 보이콧 속에 단원 부족, 불길한 세번째 예언으로 인해 예민해진 상황이다. 신입 단원들에게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본에 쓰여진 대사들은 절대 평소에 사용하지 않을 법한 말투가 대부분이었다. "대사가 입에 잘 붙지 않아 감독님과 많은 상의 끝에 평소 쓸법한 말투로 바꿔나갔다.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했고, 제가 잘 전달하고 싶었다. 극 중 축제 하다가 천문대로 오라고 하고는 혼자 뛰어올라가서 '비겁하게 숨지말고 당장 나와'라고 하는 씬이다. 감정적으로 엄청 올라오는 씬인데 오글거리는 대사 때문에 너무 어려웠다."
또 배인혁은 "설명에는 '꼰대' 정우라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신입 단원들이 하는 대사를 보면 전혀 선배 취급을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게 카리스마 있고 선배로서 선을 지킬 수 있는지 많이 여쭤봤었다"고도 속내를 털어놨다.
응원단이라는 소재 특성상 배인혁은 치어리딩 동작을 익혀야 했다. 배인혁은 "평소에 춤을 배워본 적도 없다. K팝 댄스를 따 춘 적도 없다. 몸치는 아닌 것 같은데 가르쳐주면 곧잘 따라하긴 했다"고 했다.
'치얼업'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실제 응원전을 방불케했던 축제 합동 응원전 씬이다. 무려 5일동안 촬영을 진행하며 배우도 스태프들도 체력적으로 모두 힘들었다. 그만큼 웅장하고 화려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의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제일 더운 시기에 두꺼운 옷을 입고 춤을 췄다. 계속 추니까 힘들고 살도 많이 빠지고 그랬다. 그 씬을 위해서 달려왔다. 촬영이 끝나도 축제 씬을 위해서 계속 연습했었다. 그날을 위해 달려온 것이다. 하나하나 오케이 날 때마다 열심히 했다는 느낌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때가 장마철이고 태풍도 많이 불었다. 태풍 속에서 촬영했다. 어느 날은 열심히 찍었는데 하루 치 촬영분이 데이터 오류로 인해 다 날라간 적도 있었다. 그때는 진짜 멘붕이었지만 재촬영 공지가 뜨고 다시 촬영했어야 했다."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 박정우 役 배인혁/유유컴퍼니 |
'치얼업'은 배인혁이 주연으로서 이야기를 이끄는 역할로 처음 작업한 작품이다. "몸도 힘들고, 마음적으로도 제일 부담이 갔던 작품이다. 그 전까지는 선배님, 형 누나들이 이끌어가는 스토리에 따라갔다. 지현 누나도 있지만 이끌어가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자리가 너무 무거웠다. 처음 느껴보는 부담감이고 했는데 역할 비중을 떠나서 선배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상대 주연배우로 호흡한 한지현 역시 '펜트 하우스' 키즈에 이어 자신이 첫 주연으로 임했던 작품이다.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은 두 신예가 이끌어가는 작품이었다. "지현 누나는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거의 못했다. 누나는 즐기는 마인드다. 저는 걱정도 많은 스타일이다. 정말 즐기는 성격이다보니 부담감은 갖고 있지 않더라. 누나는 촬영 분량이 많으니까 체력적으로도 힘들텐데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강심장인가 궁금했다(미소)."
올해 '대세 루키'로 떠오른만큼 배인혁은 무려 세 작품에서 청춘을 대변했다. 지난해 6월 방영한 SBS '왜 오수재인가'에서도 로스쿨 재학생으로, '치얼업'에서는 졸업을 앞둔 응원단장 박정우로, 영화 '동감'에서는 95학번 기계공학과 평범한 학생을 연기했다. 배인혁은 "몰입은 정우한테 제일 많이 됐다. 응원단이라는 소속 단체가 있다. 연습하기 위해 뭉쳐서 다니다보니 그게 더 훨씬 집중이 되고 응원단의 일부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대학생 캐릭터에 대학생이 아닌 캐릭터에 갈증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부담보다는 캐릭터마다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속해있는 대학교나 단체들이 비슷하니까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회사원이나 학생 신분을 벗어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최근에 봤다. 남주혁 선배 같은 성숙한 모습도 좋은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