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류승룡표 영화는 언제나 대중을 울리고 웃긴다. 그가 새롭게 도전한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여기에 음악까지 더해졌다. 덕분에 웃음도, 눈물도 배가 돼 다시 한번 '류승룡 표 힐링'을 선사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이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개봉 후 SNS 눈물 인증 열풍을 몰고 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진봉 役 류승룡/롯데엔터테인먼트 |
류승룡이 분한 진봉은 겉이 바삭하다 못해 딱딱하기 그지없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 첫사랑을 만나게 해달라는 아내 세연의 황당한 요구에 못 이겨 결국 그녀의 첫사랑을 찾기 위한 여행길에 나선다. 류승룡은 "진봉과는 너무 다르다"고 했다. "진봉의 모습에는 우리의 윗 세대 남성들의 모습이 내제돼 있다. 저는 웬만하면 좋은 멘토, 좋은 선배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진짜 그늘이 되고 뗄감이 되고 집을 지어줄 수 있는 아빠이고 싶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그런 진봉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까지는 아니야'라는 마음의 위안이나 자기 반성도 있을 수 있다. 여러 갈등 요소를 위해 그런 진봉에 그런 설정이 더해졌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진봉 役 류승룡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
'인생은 아름다워'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누구나 한 장면쯤은 공감하고 나 스스로는 물론, 가족, 지인, 사랑하는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 공감극이다. 류승룡의 눈물샘을 자극한 장면은 세연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밝힌 씬이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울컥하는 지점이 다 다른 것 같다. 저는 여름 옷을 버려야 할지, 겨울 옷을 버려야 할지 세연이 얘기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그 이후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복잡한 표정이 있다. 사람이 어떤 일을 수긍하기까지 단계가 있다고 하더라. 처음엔 부정, 그리고 순응, 분노, 수긍까지 있다더라. 그 부분에서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생각한다."
류승룡이 가장 기억에 남는 시퀀스는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아내 세연의 시한부 소식을 듣고도 한번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던 그가 술집에서 속내를 보여주는 시퀀스다. "앙상블 촬영이 있는 날이면 항상 스태프들은 전체 노래 가사를 큰 대자보에 써서 모두가 흥얼거리도록 했다. 공연 하나를 올리는 것처럼 많은 배우들이 합을 맞춰야 하는 경우가 우리 영화에서 많지 않았다. 2D 고속도로 장면이나 '알 수 없는 인생' 시퀀스, '뜨거운 안녕' 같은 시퀀스는 같이 연습하고 호흡하며 하나가 됐다고 느끼는 지점들이 있다. 다른 영화 할때는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진봉 役 류승룡/롯데엔터테인먼트 |
'알 수 없는 인생'은 기존에 알고 있는 곡을 새롭게 해석한 계기가 됐다. "'조조할인'도 있지만 술 먹으면서 '알 수 없는 인생'의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라는 첫 가사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때 진봉의 속마음은 너무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우리가 아는 템포가 아니라 그러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부분 느린 템포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 류승룡은 "하현상 배우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부를 때는 정말 뜨거워졌다. 염정아씨는 너무 슬펐다고 정말 어마어마하게 울더라. 최백호 선생님의 '부산에 가면'은 너무 어려웠다. 너무 쉽게 편하게 부르시던데 호흡이 느려서 박자나 음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후배 가수들도 부르기 어렵다던데 저도 공감했다."
'뜨거운 안녕' 시퀀스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류승룡은 장례식을 미화한 것으로 봤다. 그는 "계속 참아내면서 촬영했다. 나의 장례식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 장례식을 정할 수 있다면 간소화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영상으로 찍어서 재밌게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리가 기존에 익히 알고 있던, 이문세, 토이, 이적 등 스테디셀러 명곡들로 이뤄진 뮤지컬 영화다. 여기에 '주크박스' 수식어가 더해지며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새롭게 명명했다. "신선하고 짜릿하고 설레었다. 클래식 뮤지컬이면 도전하고 싶어도 못하는 기능적인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영화 안에서 가수가 아닌 배우들이 노래하는 장면들이 조금은 어려울 수 있다. 우리 영화는 기존에 친숙하고 많이 알려진 노래을 대사화시켰다. 이질감은 크지 않았다. 가사가 대사가 되고, 대사가 노래가 됐다. 2D로 탄생한 '솔로예찬' 같은 경우는 신선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진봉 役 류승룡/롯데엔터테인먼트 |
춤, 노래를 비롯해 새롭게 도전한 것은 진봉의 20대부터 50대까지 연기한 것이다. 현재의 진봉이 70년대 복고풍 의상을 입고 세연과 첫 만남부터 그려냈다. 감성적이기보다 '웃음코드'가 더욱 도드라진다.
"진봉 캐릭터는 괴팍하고 화를 유발시키지만, 서툴고 어설프고 빈틈이 있고 유머러스하고 장난꾸러기인 부분을 과거 노래에서 배치를 많이 한 것 느낌이었다. 영화 볼 때 젊은 시정은 가발을 쓰고 복고풍 의상을 입는다. 얼굴은 지금의 내 모습에 그려낸 모습이 재미의 요소로 작용한다.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그때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랐다."
진봉의 아내 세연으로는 염정아가 분했다. 처음으로 부부 호흡을 맞췄지만, 두 배우 모두 학부형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실 부부처럼 아이들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지만, 이렇게 편하고 오랫동안 만난 것처럼 그러기 쉽지 않은데 염정아 배우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배려가 몸에 베어있다.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편했다. 아내와 티키타카 하는 장면들도 특별한 합을 요구하지 않아도 척척 잘 맞았다."
또 아들 강서진과 딸 강예진으로 분한 배우 하현상과 김다인을 비롯해 젋은 배우들과의 만남에 대해 "선물처럼 만나게 된 배우들"이라고 칭찬했다. "연기보면서 깜짝 놀랐다. 아들로 나온 하현상 배우도 담백하게 툭툭 던진다. 무기교의 기교인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다인이의 당돌한 모습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빠를 챙겨주지 않았나. 다인 배우가 너무 귀여웠다. 염정아씨가 다인이 눈을 보면 그렇게 울었다"고 전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진봉 役 류승룡/롯데엔터테인먼트 |
직접적으로 호흡하지 못했지만 10대 시절을 연기한 배우 박세연, 옹성우의 활약도 언급했다. 특히 옹성우와는 차기작 '정가네 목장'에서도 함께했다. "박세연 배우는 눈이 큰데 미세한 눈동자만으로 설레임과 당황스러움을 다 보여주더라. 너무 깜짝 놀랐다. 옹성우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영민하게 잘 한 것 같다. '정가네 목장'에서 수의사 역할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너무 성실한 배우다."
극 중 '종이 한장으로 인연을 정리할 수 있느냐'는 대사는 많은 의미가 함축됐다. 무엇보다 생의 끝자락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그린 '인생은 아름다워'이기에 절로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귀중하게 생각하고 소중한 것을 떠올린다면 가족이다.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고 있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어떤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인가' 거시적인 질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일상을 감사하게 생각하자. 아내 같은 경우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섭더라. 그 전에 무서움과는 달라졌다. 모든 갈등의 해소는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 있다는 생각만으로 모든 게 해결이 되는 느낌이다. 저한테는 큰 답을 준 영화인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세연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만약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쓴다면 무엇을 쓰겠냐는 물음에 류승룡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소중하고 감사하게 살 것 같다. 가족들과 여행하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우리 큰애가 고2인데 대학 합격자 발표 전에 가족 넷이서 오로라를 보러 가고싶다. 요르단 같은 곳. 로키산맥을 트레일러 타고 가고, 대자연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