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한국형 히어로물의 성공 시대가 도래했다. 그동안 수많은 제작사, 감독들이 도전해왔지만,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히어로물과 비교되며 연이은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무빙'이 드디어 성공 발판을 마련했다. '무빙'에 담긴 한국형 히어로는 지구 멸망 위기에서 인류를 구하는 것이 아닌, 오직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내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 공감을 이끌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2회씩 공개중인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휴먼 액션 시리즈로, 지난 13일 17화까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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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무빙' 박인제 감독/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무빙'은 강풀 작가의 누적 조회수 2억뷰 신화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강풀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영화 '모비딕', '특별시민'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인 '킹덤 시즌2' 연출을 맡았던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무빙'은 총 20부작으로 최종회까지 3회만 남은 가운데 박인제 감독이 취재진을 만나 '무빙'의 뒷 이야기를 전했다.
'무빙'은 미국 Hulu에서 공개 첫 주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시리즈에 랭크되며 그 흥행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성공 선례가 없기 때문에 선택부터 쉽지 않았다. 박인제 감독을 이끈 것은 '가족' 소재였다. "이 대본 받았을 때 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안됐을 때다. 대본이 부모 자식간의 이야기를 한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것. 하늘을 나는 것이라 던지, 할리우드 영화에는 많은 이야기지만 그런 점에서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감독은 '킹덤2'로 시리즈를 경험했으나 '무빙'은 20부작으로, 제작비만 650억인 대작이다. 무려 2년간 9개국 60개의 스튜디오가 함께 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특히나 한국형 히어로물의 성공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저는 이미 망해봤기 때문에 그런데서 오는 부담감보다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는 재미가 더 컸다. 작품의 흥망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20부작이라는 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대본 자체가 20부작인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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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무빙' 메인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강풀 작가는 웹툰을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이전에 시나리오 경험이 없는 강풀 작가의 대본은 기존의 대본들과는 구별됐다. 서로 생각이 같을 수 없기 때문에 반대되는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 받았다. "이야기 구조는 작가님이 이미 설계해 놓은 부분이다. 1화부터 7화까지 공개한다던지 하는 부분들이다. 대본에 있는대로 잘 구현만 하면 전달이 잘 될 것 같았다. 다만, 작가님은 처음 글을 쓰셨다. 사용설명서는 없지만 잘 뜯어보면 알 수 있는 구조의 대본이었다."
'무빙'은 기존 할리우드 히어로들과 달리, 자신의 가족을 위해 싸우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가족형 히어로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보다, 오히려 능력자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연고가 없는 곳으로 떠나 고립된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능력치가 발휘되는 액션 씬은 매회 화제가 됐다. 이런 액션 시퀀스를 완성한 것은 박인제 감독이다. "저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액션 시퀀스의 경우 작가님이 쓸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은 저희가 다 만들었다. 다른 드라마도 그런 식으로 작업한다."
'무빙'은 장희수(고윤정)의 17대 1 진흙탕 액션 씬부터 그의 부친 장주원(류승룡)의 1대 100 모텔 액션 씬과 장주원, 이재만(김성균)의 청계 지하수로 액션 등 레전드 액션씬을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부친 김두식(조인성)에 물려받은 비행능력자인 김봉석(이정하)가 비행 능력을 깨닫게 되는 지점에 감정을 추가한 것도 박인제 감독이다. "모든 액션 시퀀스는 제가 만들었다. 저도 아직 초보 감독이다. 캐릭터 감정이 묻어나는 액션을 좋아한다. 모든 출발은 작가님이 써 놓은 감정표현에서 출발한다. 시발점이 뭔지가 중요했다.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예를 들면 봉석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난다. 프랭크(류승범)가 운전하는 씬에도 감정이 묻어난다. 사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을 수도 있다. 시나리오대로 가면 그냥 가면 됐다. 하지만 프랭크의 지치고 절박함을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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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무빙' 고윤정 1대 17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강풀 작가와 공통분모는 비슷한 또래이기에 '아재감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풋풋한 봉석 희수의 로맨스는 과제였다. "같은 또래라서 느낄 수 있는 문화적인 감성이 공통분모가 있었다. 봉석, 희수 감성이 두식(조인성), 미현(한효주)보다 감성이 힘들었다. 멜로 영화도 좋아하는 포맷이 있다. 거지왕자. 일본 드라마 중에 '101번째 프러포즈'라고 있다. 공주님과 사랑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노팅힐' 그런 것. 그나마 그런것들을 본다. 희수, 봉석도 그런 것들이 투영된 것 같다. 두식 미현의 실없는 썰렁 개그를 하는 부분들이 표현된 것 같다(웃음)."
대사가 있는 출연배우만도 무려 120명이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김성균, 김희원, 류승범, 박희순, 양동근 등 내로라하는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 초호화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했다. "저는 원래 초호화 캐스팅만한다(웃음). 저는 운이 너무 좋은 감독이다. 너무 훌륭한 배우들과만 작업을 해봤다.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들과 해서 기분이 좋았다. 김종수 배우나 유승목 배우라던지 전석호까지 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그 중 류승범은 오랜만에 작품 활동으로, 한국의 숨은 초능력자들을 제거하는 프랭크로 등장했다. "류승범 배우는 무술 팀이 제일 만나고 싶어하는 배우라더라. 배우 중에서도 류승범 배우를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본다. 뭔가 타고난 게 있고 주먹 하나를 쥐어도 폼이 나오는 게 있다. 프랭크는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로 장주원과 비슷한 무한 재생 능력을 지녔다. 류승범 배우가 프랭크를 하는 게 완벽했다. 배우님도 저랑 같은 상황으로 새 가족을 맞이한 상황이었다. 가족 이야기에 끌리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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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무빙' 프랭크와 장주원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프랭크는 CIA의 지령을 받아 은퇴한 전 국정원 능력자 요원들을 제거하는 암살 요원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로 어린 시절 CIA에 의해 강제로 미국에 보내졌다.이 때문인지 한국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대한 의문, 트라우마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있어 제거하려는 타겟마다 자식이 있냐고 물어본다. "프랭크는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백인이었다. 입양아로 바뀌게 된 계기는 백인을 무술을 시켜서 한국말도 어설프게 해내야 하는 게 자신이 없더라. 더 락 이런 배우를 불러와야 하나 고민도 하고, 백인 스턴트맨을 캐스팅 할까 고민도 했다. 근데 프랭크는 묘한 연기가 필요하다. 극 중 러시아 에피소드에 나오는 스턴트맨이 백인인데 그분이 액션 스쿨에 계셨다. 그러던 중에 강풀 작가님이 류승완 감독님과 지인이라서 류승범씨와 연락이 닿았다."
김봉석이 자신의 비행능력을 자각하고 처음 시도하는 장면은 감동과 웃음을 안겼다. '무빙' 공개에 앞서 VFX 기술 관련한 설명 당시 작업과정을 취재진에 공개했던 바. 초능력자들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기에 CG 작업과 와이어 액션은 필수였다. 촬영 제작비만 500억, 후반작업에 150억원이 추가됐다. "봉석의 장면은 강촌에 되게 긴 뚝방길에서 100m이상을 와이어를 달고 2~30명의 무술팀이 잡는다. 그렇게 날았다. 인건비가 많이 든다. 장주원과 이재만의 청계 수로 액션 같은 경우는 그걸 진짜 수로를 가서 천정에 와이어를 달고 찍을 수 없다. 유독 가스도 많고 물도 깨끗하지 않았을 것이다. 촬영하면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세트다. 방수가 되어야 하는 세트라서 비용이 많이 들었다."
사실 '무빙'은 공개 전까지 한국형 히어로물의 성공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의심을 떨칠 수 없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1화부터 7화까지 공개된 전 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안겼다. 신인배우 이정하(봉석), 고윤정(희수), 김도훈(강훈), 일명 '정원고 NEW 히어로즈'인 자녀 세대 히어로들의 평범하고 아기자기한 하이틴 로맨스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신인 배우들의 캐스팅 기준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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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무빙' 정원고 New 히어로즈 3인방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제가 젊은 배우들과 작업한 경험이 심은경이다. 최민식 황정민 주지훈 거친 사내들 위주였다(웃음). 시나리오 자체도 어린 배우를 캐스팅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20대 배우들을 잘 몰랐다. 과거에는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려면 대학로 가서 연극을 봤다. 지금은 너무 많이 태가 바뀌었다. 3년 전에는 웹드라마 정도 됐다. 그래서 20대 배우들 거의 다 봤다. 거기서 캐스팅을 하게 됐다. 저는 현장에서 별로 하는 일이 없다. 모니터 보고 커피나 마신다. 캐스팅이 연기 연출의 끝이라고 생한다. 그래서 캐스팅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면 제가 현장에서 할 일이 없다. 고윤정, 이정하, 김도훈 중 김도훈 배우가 제일 늦게 캐스팅됐다. 봉석이는 빨리 먹여야 해서 빨리 했다. 배우들 캐스팅 할 때 리딩 시키고 연기를 보기보다 사람이 가진 느낌을 본다. 최종 후보가 올라왔을 때 사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런데서 봉석이나 희수와 어떤 부분이 맞을까. 그 공통 분모가 많은 친구를 캐스팅한 것이다. 둘 다 레퍼런스가 많지 않았다. '헌트'도 개봉하기 전이었다."
앞서 박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김두식과 이미현의 멜로를 일부러 크리스마스 시즌에 촬영했다고 밝혔던 바. 오랜 기간 촬영하면서 에피소드도 전했다. "여성 배우들은 접근하는게 쉽지 않은데, 한효주 배우는 너무 친근했다. 두식과 미현의 로맨스는 실제 크리스마스 시즌에 촬영했다. 미현과 두식의 키스씬, 안기부 사무실 장면 촬영 때였다. 배우는 조인성 한효주밖에 없었다. 다들 촬영이 힘드니까 사기 진작 차원에서 마니또를 했다. 요새 복고가 유행하지 않나. Y2K 놀이를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배우들은 싫어할 수도 있다. 몰래 누구한테 잘해주고, 배우들도 누군가에세 해줘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저는 분장차 기사님의 마니또였다. 제가 비누랑 향수 이런 것을 선물해줘서 되게 싫어하시더라(웃음).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시작해서 12월 31일 자정에 발표했었다."
사실 '무빙'은 글로벌 인기작이지만, 연출을 맡은 박 감독은 자신의 손에서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는 공개된 후 '무빙' 모니터링은 물론, 주변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거나 하지 않는다. "저는 작업이 끝나면 다시 안 보는 편이다. 만들 때는 여자친구처럼 최선을 다하지만, 떠나면 헤어진 여자친구같은 존재다(웃음). 촬영할 때는 너무 사랑한다. 단편 찍을 때부터 그랬다. 너무 창피하더라. 시사회 하는데 너무 내가 보이더라. 저를 투영하는 느낌이다. 복기를 하는 감독들도 있지만 저는 정반대의 감독이다. 촬영할 때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 다 풀었으니까 최대한 관심을 안 가지려고 하는 편이다. 그게 저만의 자기방어법이다. 상처 받을 수도 있다. 제가 아직 부족하고 배우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서 잘 안본다. 결과도 잘 안보려고 하는데 잘 되서 너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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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무빙' 박인제 감독/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무빙'으로 다양한 도전을 한 소감과 얻은 성과도 궁금했다. "'무빙' 시작할 때 타이틀 로고가 항상 바뀐다. 색부터 다양한 영상이 비치는 등 모든 타이틀은 그 화의 내용과 연관돼 있다. 안 해본 것 해보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인트로 시퀀스가 없는 작품을 만들었다. 특정 화면이 나오고 '오프닝 건너뛰기'를 하기보다 타이틀에 의미를 두겠다는 도전을 해본 것이다. 소제목도 다 의미가 있게 하려고 해서 촬영할 때도 모든 씬을 염두했다. 아주 작게는 이렇게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해본적이 없다. 물리적으로도 이렇게 많은 CG, 와이어 작업을 처음 해봤다. 배우를 얻었다는 것이다. 작품하면서 배우들과 관계, 새로운 배우들을 만나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무빙'은 강풀 작가 웹툰 세계관 중 일부다. 이에 세계관 확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져 있다. 박 감독은 "세계관을 확장한다면 글로벌한 설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국위선양을 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이건 강풀 작가님의 세계관이다. 시즌2에 대한 것도 제 몫이 아니다. 하게 된다면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것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직 '무빙'을 접하지 못한 예비 시청자들에도 당부를 전했다. "모든 장르가 다 들어있다. 가족영화 멜로영화 액션 코미디 까지 다 들어있다. 쭉 안 보셔도 특정 회차만 봐도 된다. 20개가 너무 부담될 수 있다. '모레시계', '여명의 눈동자' 이런 느낌이다. 다 안보셔도 된다. 각자 좋아하는 회차들이 있더라. 그렇게만 보시는 것도 방법이고 시간 순서대로 보시는 방법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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