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정화 "1년 기다린 '닥터 차정숙' 연기 칭찬 놀라워...응원은 물 먹듯이 해야해"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6-12 06: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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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나이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기회도 없어지고, 좋은 작품을 찾기도 어렵다. 이건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데 제약을 두는 것은 옛말이다. 누구나 열정이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 시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20년을 자신의 꿈을 잊은 채 전업주부로 살아가던 차정숙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후 두번째 기회를 얻고 살아가는 인생 리부팅 드라마다. 가수 이자 배우 엄정화는 '닥터 차정숙'으로 데뷔 30년차에 안방에서 자신의 인생작을 경신하며 N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차정숙 役 엄정화/사람엔터테인먼트


'닥터 차정숙'(연출 김대진·김정욱, 극본 정여랑, 제작 ㈜스튜디오앤뉴·SLL·JCN)은 첫회가 시청률 4.9%를 기록, 매회 점차 오르며 5회만에 10%대를 돌파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후 8회가 15%를 넘어선 16.2%를 기록, 12회에서 18.5%라는 마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에 대세로 떠올랐다. 최종회는 18.5%를 기록, 이는 JTBC 역대 시청률 4위를 기록했다. 최종회에서는 결국 차정숙(엄정화)이 서인호(김병철)와 이혼을 앞두고 그에게 간 이식을 받았다. 이후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된 정숙은 자신의 병원을 차렸고, 주말마다 의료 봉사활동을 다니며 닥터 차정숙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되찾았다.

종영에 앞서 서울 강남구 사람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엄정화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엄정화는 "꿈같은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넷플릭스에 올라가는 것은 좋지만 한국적인 정서라서 걱정했다. 근데 해외 팬들도 많이 늘었다. 외국 팬들이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보내주신다"고 기뻐했다.

엄정화는 차정숙을 제안 받고 촬영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제목도 좋았고 의학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 정숙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모두가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차정숙을 연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년 정도 기다렸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을 함께 한 부부 차정숙과 서인호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평범한 가정인 줄 알았으나 남편 서인호는 대학시절 첫사랑이었던 승희(명세빈)와 외도를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둘 사이에는 자신의 막내딸과 동갑인 딸이 존재했다.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 덕분에 '닥터 차정숙'은 기대작으로 손꼽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정화는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차정숙이 좋았다. "처음 봤을 때는 이 여자의 진심이 오롯이 전달됐으면 했다. 병원에 들어갔을 때는 진심이나 따뜻한 마음이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닭살스럽다거나 마음을 쓰는 부분들이 공감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오롯이 차정숙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게 제 목표였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차정숙 役 엄정화/JTBC 제공


엄정화는 '닥터 차정숙'의 타이틀 롤이었다. 첫 방송전부터 부담감을 가졌을 터. 하지만 첫회 시청률은 4.9%로 방영 시간대에 비해 낮은 수치가 아니었다. 첫 방송 당시 온통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은 최근 방영중인 tvN 예능 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잘되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시청자들의 반응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최소 차정숙에 공감했으면 했다. 우리 작품이 대작도 아니고, 큰 감정은 있지만 사건은 소소한 편이다. 근데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연기 칭찬을 받았다. 워낙 잔잔하고 감정의 폭이 큰 씬이 없어서 그런 부분은 기대도 안했다. 저에겐 공감이 제일 중요했다. 근데 연기에 대한 칭찬들을 보고, 댓글에도 연기 칭찬이 있어서 너무 놀랐다."

엄정화가 분한 차정숙은 어떤 면으로는 답답하기도 하다. 오지랖도 넓어서 환자들에도 의사가 아닌 사람으로 다가간다. 정숙은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하려고 했다. "실제 저는 오지랖이 넓은 편은 아니다. 사람을 위해서 마음을 써주는 것은 과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정숙이가 엄마로서도 살고, 딸도 있어서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에서 마음을 쓰고 시간을 쓰는 부분은 쉽게 하지 못하겠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많이 느꼈다."

정숙이 좀처럼 감정을 터뜨리는 캐릭터가 아니었기에 눈물 참기가 어려운 장면도 있었다. "차정숙은 감정 표출은 잘하는 사람이지만, 극단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인호를 향한 눈빛이나 그런 부분들이 독하지만, 내뱉지 않는다. 인호를 쳐다보는 눈빛이 분노가 아니었으면 했다. 담담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독기를 품거나 독해지거나 그런 부분이 성격 안에서 변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듯한 마음씨가 중요했다."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가 살아난 차정숙. 그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어했던 의사를 떠올린다. 가족들 몰래 홀로 고군분투 끝에 전공의 시험에 합격, 남편과 아들 정민(송지호)이 근무 중인 대학병원의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로 근무하게 된다. 이를 불편해 하는 남편은 계속해서 그만두라고 강요하고, 이때 정숙은 '날 걸어갈 수 있게해줘. 길을 닦아주거나 손을 잡아주거는 건 바라지도 않을게. 그냥 걸어갈 수 있게 해줘'라고 애원한다. 이처럼 정숙의 대사들은 많은 공감을 샀던 바. 엄정화는 "'엄마는 지금이 강해'라고 아들에게 하는 대사가 있다. 그때 울컥했다. 제가 밥 먹다가 울컥하면 안되서 힘들었다. 그 대사가 너무 와 닿았다. '내가 행복해지는 길은 나 스스로 찾아보겠다'는 대사도 너무 좋았다. 또 옥상에서 환자한테 죽지말고 살아내라라고 하는 대사도 참 좋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엄정화 김병철/JTBC 제공


또 엄정화는 "(정숙의)장애인 등록증을 자신의 차에 둔 인호의 차를 보고 와서 이혼을 이야기하는 씬은 너무 어려웠다.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것 말고,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퍼부을 수도 있고, 원망하면서 철철 울 수도 있다. 근데 정숙은 이미 마음의 정리가 끝나서 담담하게 이혼 선언을 한다. 그 선을 잘 지켰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착한 마음씨 덕분에 자주 시청자들에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선사했지만, 통쾌한 대사도 있었다. "'남편 죽었어요'라고 대답하지 않나. 저는 드라마 볼때 댓글을 같이 보는 편이다. 그 장면에서 살아있는 남편 인호는 맥주를 뿜는다. 사람들은 피하고 정민이가 놀라서 손을 데어서 '정민아'하고 소리도 지른다. 그 엔딩이 너무 재밌었다. 또 옥상에서 떨어질 때 로이킴(민우혁)이 정숙이를 안고 떨어진 엔딩도 재밌었다. 실제 미희 역의 백주희랑 와인 마시면서 보다가 데굴데굴 굴렀다. 너무 웃기더라. 하하."

엄정화는 '닥터 차정숙'에서 김병철과 첫 부부 호흡을 맞췄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정숙이 인호에 사이다를 날렸고, 인호는 그제서야 정숙의 매력에 빠져 홀로 로맨스를 펼친다. 엄정화는 "생각보다 인호랑 붙는 장면이 많이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김병철씨를 만나면 너무 재밌었다. 정숙과 인호가 엄청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보통 때와 달리, 카메라만 돌면 뻔뻔해지고 얄미워지더라. 그래서 더 즐거웠다. 4회 침대에서 뺨 때리는 씬 촬영도 너무 잘해줬다. 상대 배우의 힘을 느꼈다. 김병철 배우를 너무 사랑하게 됐다."

서인호의 불륜 상대인 최승희 캐스팅은 쉽지 않았다. 명세빈이 합류하며 호흡하게 됐다. "오래 활동한 배우분이다. 이번에 처음 만나면서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마음이 열려있더라. 너무 열심히 했다. 배우로서 볼 때 고민도 많이 하고, 열심히 하더라. 정성이나 노력들이 승희가 되서 나오는 것 같았다. 세빈도 드라마 잘되서 너무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차정숙 役 엄정화/사람엔터테인먼트


로이킴과는 로맨스 라인이 그려졌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그 마음이 느껴지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정숙을 생각해주는 상대가 있다. 그에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런 게 감동적이었다. 항상 따뜻한 말을 해주고, 오토바이를 태워주면서 기분전환도 시켜준다. 고마운 마음이 큰 사람이다."

차정숙으로 엄정화는 자식들에게 받는 위로도 처음 경험했다. 또한 그 누가 뭐래도 항상 차정숙의 편이 되어 주는 든든한 엄마가 있었다. "아들이나 딸에게 받는 위로도 이 드라마로 처음이었다. 어려운 상황들인데 자식들이 너무 착했다. 김미경 선배님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다. 처음 엄마 역할로 캐스팅됐다는 소식 듣고 내가 이 배우님을 만나는구나 기대됐다. 엄마를 하기엔 너무 젊으시다. 제가 만나자마자 너무 팬이라고 했었다. 정말 좋은 배우의 눈을 마주보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 작품이 그랬다. 박준금 선배님도 너무 귀여웠다. 김미경 선배님은 따듯하고 카리스마 있었다(미소)."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아들 뻘의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못하면 당연히 혼나면서도 정숙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참아냈다. 차정숙의 그런 모습은 최근 MZ 세대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엄정화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엄정화는 지난 10일 개최된 '위버스 콘서트'에서 걸그룹 르세라핌과 '엔딩 크레딧' 무대로 특별 콜라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엄정화는 "저는 마음을 잘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안되겠더라. 응원을 해주는 소리는 물 마시듯이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그런 이야기를 못 듣고 활동했다. 항상 불안해하면서 쓸데없는 고민들로 힘들었다. 그런 것들을 후배들 만나면 배우, 가수 할 것 없이 하는 편이다. 실제로 후배들은 너무 잘하고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응원을 항상 해준다. 그런 말은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차정숙 役 엄정화/사람엔터테인먼트


'닥터 차정숙'은 결혼이라는 설정을 제외한다면 엄정화의 삶과 비슷하다. 최근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고려대학교 축제 무대에 오른 엄정화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대교차가 되는 가운데,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등이 재조명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얘네는 20대인데 나를 알까? 걱정이 있었다. 제가 '포이즌' 할 때가 27살이었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래서 집에 갈까 생각도 했었다. 근데 '포이즌' 하고 나니 그 기분으로는 한 시간도 하겠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엄정화는 "나이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기회도 없어지고, 좋은 작품을 찾기도 어렵다. 이건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무대는 더더욱 그렇다. 그것들이 공감하게 했던 것 같다. 나이가 주는 부담감은 사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것이다. 옛날 사람들의 시간대의 기준에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많이 공감이 됐다. 이 작품이 더 잘 됐기 때문에 힘을 받는다(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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