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빙' 류승룡이 지천명에 만난 터닝 포인트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0-04 06: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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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류승룡이 스스로 한계가 없는 배우임을 증명해냈다. 영화 '7번방의 선물'(2013)로 스크린 관객들 눈물을 쏙 빼놓더니, '명량'(2014)과 넷플릭스 '킹덤'(2019, 2020) 시리즈에서는 악인으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한 2019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에서는 다시 한번 '전매특허 코믹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모든 장르를 '류승룡화'하는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이 '무빙'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안방을 사로잡았다.

 

류승룡이 출연한 디즈니 플러스(디즈니+)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휴먼 액션 시리즈로, 강풀 작가가 자신의 웹툰을 직접 시리즈화 한 작품이다. '무빙'은 지는 8월 9일 공개, 9월 20일까지 20부작 전편이 공개됐다.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시리즈 '무빙' 장주원 役 류승룡/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류승룡은 '무빙'에서 다쳐도 금방 회복하는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인물 장주원을 연기했다. 장주원은 고통은 느끼지만, 잘 참아낸다. 또한 근력도 강해서 상대가 지칠 때까지 두들겨 패는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싸운다. 그는 안기부 요원으로 훈련 받고, 활동해왔으나 아내 황지희(곽선영)와 사별한 후 딸 장희수(고윤정)와 함께 능력을 숨기고 치킨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무빙'은 휴먼, 코믹, 멜로, 액션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특히 류승룡은 딸을 지켜내기 위한 부성애, 가정을 이루기 전까지 남달랐던 연애 과정을 담은 멜로, 초능력자로서 활약으로 액션까지 모든 장르를 소화해내며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를 완성, 호평 받았다. 그는 "관객수나 시청률이 없다. 집계 방식도 잘 모르겠다. 한국 영화도 그렇지만, 제작비에 따라 BP가 다르다. 해외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팬서비스를 소소하게 보답하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승룡은 장주원을 어떻게 접근했을까. 그는 "'무빙' 같은 경우는 순수한 면도 필요하고 불도저 같은 모습도 보여져야 한다. 아빠로서는 딸 바보다. 제가 (내)애들을 봤을 때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이다. 그때그때 마다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저는 저부터 출발한다. 메소드 연기는 '7번방의 선물'하고 '시크릿'(2009) 뿐이다. '최종병기 활'(2011) 정도는 청나라에서 태어났으면 그랬겠다 생각한다. 아이디어도 많이 연구하지만, 현장성을 위해 항상 열어둔다. 반반 정도를 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강풀 작가와 박인제 감독의 시너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자르려는 자' 박인제 감독과 '지켜내려는 자' 강풀 작가의 밀당으로 나온 주옥같은 대사들이다. 대사도 긴 것도 많았다. 웹툰은 그냥 쭉 읽으면 되지만, 영상은 표정으로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게 많다. 장주원은 글이 그렇게 쓰여졌다. 인간이 괴물이, 어떤 위로와 공감을 얻어냈을 때 자존감이 회복됐을 때 변화하는 모습. 위로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지희고 나중에는 희수가 된다. 그래서 두식(조인성)도 브로맨스로 나를 살려줬다. 끝까지 티키타카 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파트너였다."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시리즈 '무빙' 장주원 느와르 포스/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부성애를 베이스로, 류승룡은 '무빙'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무빙'을 대표하는 웬만한 액션 시퀀스에서 장주원은 빠지지 않았다. 또한 역대급 라인업을 자랑하는 '무빙'에서 첫 대결 상대는 프랭크(류승범)이었다. '무빙' 1화부터 7화까지 신예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이 주축을 이루어 애틋하지만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면 극의 긴장감을 이끈 사람은 오랜만에 연기 활동을 펼친 류승범이다. 류승범의 등장에 배우들은 물론, 무술팀도 신기해했다.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부터 형인 류승완 감독과 한국 액션 계보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전설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류승룡은 "류승범 캐스팅은 너무 신기했다. 너무 자유롭고, '배우들의 배우'같은 느낌이다. 지금은 슬로베니아(?)에 산다고 하던데 밤에 전기도 다 뽑고 산다고 하더라. 정말 전설같은 사람이다. 고윤정도 류승범을 보려고 촬영장에 왔었다. 액션 씬 촬영하는데 보호대도 안하더라. 나를 위해서 하라고 했다. 7화까지 긴장감은 다 류승범 덕이었다"고 했다.

 

류승범이 분한 프랭크는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이, FBI로부터 지령을 받고 미션을 완수해간다. 과거 국정원 소속으로 일했던 초능력자들을 한 명씩 죽여나가며 그들의 2세도 좇는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장주원과 결국 맞대결을 펼친다. "프랭크와 7화에서 만난다. 극 전체에 있어서도 프랭크는 중요한 포지션에 배치돼 있다. '아라한' 때부터 무술 팀이 90도로 인사할 정도로 액션 시조새다. 아직도 몸이 날래다. 맨 몸으로 싸워야해서 합이 중요했다. 긴장감도 있어야 하고, 액션 씬으로 감정도 전해져야 했다. 제가 용(龍)이고 류승범은 범(虎)이다. 말 그대로 용호상박의 만남이었다(미소)."

 

장주원의 애틋한 연애사 속 등장한 1대 100 모텔 씬 또한 역대급이다. 류승룡은 해당 액션 씬 촬영만 6개월을 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1박 2일동안의 이야기다. 전국 5군데를 돌아다니면서 해운대 기장, 경주, 충주 등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찍었다. 그 장면 보고 하나도 허트루 보내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저도 드라마를 보는데도 힘들더라."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시리즈 '무빙' 장주원 役 류승룡 모텔 1대 100 액션씬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초능력자이지만 안기부가 택하지 않은 이재만(김성균)과의 청계천 지하 수로 액션씬은 원작의 명장면이 영상으로 재탄생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류승룡은 "물에서 제일 힘들었다. 물이 조금만 들어가도 뇌까지 들어간다. 그 장면은 정말 힘들었다. 하루 12시간씩 4회차 촬영을 했다. 근데 세트장의 물을 데워놨더라. 스태프들도 4일동안 같이 빠져서 고생했다. 물을 데워놓은 걸 보면서 제작비 규모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무한 회복 능력 덕분에 상대가 지칠 때까지 싸워야 하는 장주원은 극 말미 동일한 능력을 지닌 북한의 기력자 권용득(박광재)을 만난다. 설상가상으로 괴력의 북한의 기력자 박찬일(조복래)과 끝이 보이지 않는 대결을 이어간다. 결국 18화 장주원의 입에서 나온 '지겹다'는 대사는 안쓰러운 상황임에도 공감돼 시청자들을 빵 터지게 했다. 류승룡은 "그 대사는 원래 있었는지, 애드리브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둘다 무한 회복이 된다. 지겨울 정도로 이어지니까 대사가 나온 것 같다. 음악도 달파란 음악 감독님이 어울리게 잘 해주셨다"고 말했다. 

 

장주원의 연애사는 10화 '괴물'부터 펼쳐진다. 류승룡은 "곽선영씨는 코로나19 때라서 밖에서 따로 못 만났다. 그래서 우리 가족(황지희, 장희수)끼리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었다. 처음 두 사람을 만날 때 각각 다른 꽃을 선물하면서 화이팅 하자 했다. 곽선영씨 덕분에 절절한 로맨스가 잘 나온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순박하게 해야한다. 특별히 뭘 안해도 잘 리드해줬다. 저에게 길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류승룡은 멜로로도 역대급 명장면을 또 한번 탄생시켰다. 아내 지희의 장례식장에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한 채 상복 바지를 갈아입는 씬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박인제 감독님이 당일에 제안을 해주신 장면이다. 계속 우는 장면을 원테이크를 쭉 했다가 '영정 앞에서 울음을 뚝 그친다'였다. 중간에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아내 이름이 있었으면 했다고 했는데 거기서부터 점핑해서 울음이 나왔으면 했다. 그래서 상복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입는 씬이 등장한 것이다. 전투복을 못 벗어서 엉거주춤하자 했다. 집중해서 울다보니 넘어졌다. 컷을 안하더라. 그렇게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장면이다."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시리즈 '무빙' 장주원 役 류승룡/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러면서 류승룡은 "13화 지희 장례식장 씬에서 나온 음악이 11화에서 지희와 멜로 씬에서 나왔떤 음악이 편곡된 곡이더라. 전혀 몰랐는데 댓글 보고 알았다. 달파란 감독님께 너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첫 부녀 호흡을 맞춘 고윤정은 촬영이 끝난 지금도 '아부지'라고 부르며 살갑게 군단다. "윤정이는 성격도 너무 좋고, 지금도 아부지 아부지 한다. 스트레스도 잘 안 받고 넉살이 좋다. 예능 나가서 엄청 긴장하는 모습을 봤었는데 너무 사랑스럽더라. 아직 한 면 밖에 안 보여진 배우다. 보여질 게 무궁무진한 배우인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무빙'의 플랫폼인 디즈니+는 국내 시청자들에게 크게 선호하는 OTT 플랫폼은 아니었다. 가장 인기를 끝었던 작품은 최민식 주연의 '카지노' 시리즈였다. 타사에 비해 비교적 접근성이 낮았던 플랫폼이었으나, '무빙'이 공개된 후 전세가 역전됐다. '무빙'은 키노라이츠(국내 OTT 통합검색 및 추천 플랫폼 9월 4주차 기준)에서 무려 7주간 압도적으로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소위 디플의 '일등공신'이 된 '무빙'. 이에 자연스럽게 디즈니+에 대한 관심도도 치솟았다. 작품 선택에 있어 우려한 바는 없었을까 궁금했다. 이에 류승룡은 "디즈니+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아직 확장되고 성장되야 하는 단계"라며 작품 선정 기준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무빙'은 긴 호흡으로 가는 작품이다. 공감 포인트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여러 종류의 액션도 많았고, 서사가 충분히 배치돼 있었다. 이해도와 공감도가 달라서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당연히 플랫폼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디플도 확장과 성장이 필요했다.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전폭적인 제작 지원과 휼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한 호의적 상호작용이라 생각한다."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시리즈 '무빙' 장주원 役 류승룡/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무빙'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주원 부녀는 북한의 기능력자 권용득과 가족이 됐다. 또한 최종화에서 프랭크와 똑닮은 새로운 초능력자가 등장,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전편이 공개된 후 N차 주행은 물론, 입소문을 통해 전편 몰아보기를 하는 새로운 시청자들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2021년(당시 50세)에 류승룡에게 온 '무빙'. 그에게 '무빙'은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류승룡은 "터닝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렇게 긴 호흡, 여러 모습을 보여드린 게 처음이다. 저는 드라마도 잘 안하는 배우다. 20부작도 처음이다. 정말 원 없이 연기할 수 있는 장이었다. 그래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앞으로 또 어떤 액션을 선보이게 될지, 이것보다 더 힘든 것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시즌2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이야기는 없다. (시즌2 제작이) 돼 봐야 알 것 같다."

 

차기작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항상 제가 생각한 것보다 그 이상의 캐릭터가 오는 것 같다. 많은 시청자들이 놀라워 한다. 한국 작품은 끊임없이 거미줄에서 줄을 빼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빼듯이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웹툰도 있고 영상화 하는 것도 있다. 그런 면이 너무 대단하다. 물론 부담이 되긴 하지만, 그 다음 스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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