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서준 "'콘크리트 유토피아' 최후 생존자라면 절망적일 것 같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9 07: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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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재난 상황에서 인간은 가장 원초적인 인물이 된다. 박서준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대지진 속 유일하게 남은 황금 아파트 입주민이자 생존자 민성으로 분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 명화(박보영)를 지키고자 고군분투 한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16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 지난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수 381만 4514명을 기록, 손익분기점인 38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민성 役 박서준/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범죄도시3', '밀수'에 이어 세 번째로 300만 관객을 돌파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해외 152개국에 선판매에 이어,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글로벌 관객들을 만나며 글로벌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콘트리트 유토피아' 속 민성은 시나리오 정보와 더불어 박서준으로부터 출발했다. "언제나 어떤 작품을 하던지 내가 이 인물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한다. 민성은 대출을 끌어서 집을 샀고, 아내 명화(박보영)가 유산을 했고 공무원 출신이다. 이런 정보들로 시작했다. 외형적으로는 근육질의 몸은 아닐 것 같았다. 인생의 목표가 가정의 행복이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영혼까지 끌어모은 것 같고. 여가 시간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명화와 시간을 보내는 인물일 것이다. 이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같이 보낸 시간이 많았을 것 같았다. 그래서 화려한 외형도 아닐 것 같았고, 공감을 잘하는 캐릭터라는 느낌을 초반에 주고 싶었다. 그런 성격을 가졌다면 화도 안내봤을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반상회 장면에서 공무원이니까 말해보라고 하는데, 어눌할 것 같았다. 무시 당하면 화도 낼 것 같고,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캐릭터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어떻게 반응할까를 고민했다."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며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어떤 캐릭터를 보느냐에 따라 영화를 보는 관점과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이 영화의 특징이다. 그 중 박서준이 분한 민성은 극한의 재난 속에서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책임감을 지닌 인물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점차 변화해간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는 또 다른 의미로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연기하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 너무 또 극단적인 감정을 표출하면 영화의 전체적인 조화를 봤을 때 안된다고 생각했다. 영화 중심은 영탁(이병헌)이지만 영화의 시선의 중심은 민성 같았다. 영탁 말고도 팔로우할 수 있는 또 다른 감정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경계를 찾는게 제 숙제였다.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을 신뢰하면서 한씬 한씬 찍어갔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민성 役 박서준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민성에게 최우선 순위는 아내 명화(박보영)다. 하지만 영탁의 눈에 띄어 방범대로 발탁된 후 조력자가 되며 서서히 변곡점을 맞는다. "상황마다 표현이 중요했던 것 같다. 민성은 명화가 하는 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인물이다. 명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항상 잘 배려한다. 굳은 일을 하는 것을 티내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이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발휘되는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커다란 변곡점이라면 '대표님 제가 더 잘할게요'라는 대사를 하면서부터다. 변곡점으로부터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들을 감정을 쌓아가면서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명화로 분한 박보영과는 달달한 신혼 부부 케미를 선보였다. 두 사람의 찰떡같은 부부 케미는 더 보고싶어 아쉬울 정도다. 이에 엄태화 감독은 민성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 소품용 사진을 공개하며 영화 속에 담기지 못한 민성, 명화 부부의 서사를 보여줬다. 박서준은 "박보영 배우는 처음부터 너무 좋았다. 대사를 맞춰보기 전, 집에서 혼자 대본을 생각할 때는 상대방이 어떻게 대사를 할지 모른다. 짐작할 뿐이다. 처음 들려오는 대사가 제가 원하는 느낌이었다. 황도 먹여주는 장면에서도 뽀뽀하자는 대사에 적절하게 '지금?이라고 대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할만한게 없었다"고 호흡 소감을 전했다.

외부인을 숨겨준 사실이 들통난 아내의 잘못을 모면하기 위해, 황금 아파트의 실세이자 입주민 대표 영탁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민성. 이병헌의 오랜 팬이라는 박서준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그와 첫 호흡했다. "학생 시절부터 선배님 엄청 좋아했었고 팬이었다. 그 이후에 데뷔하고 연차가 쌓이면서 작품을 하나를 같이 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모든 게 맞아야 할 수 있는게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저도 그 시기가 비어 있었다. 언젠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야기를 들을 때, 이병헌 선배님께서 하신다고 들었다. 제작사에서 받아서 보니 역할도 마음에 들었다. 아야기도 재밌고 다른 표현을 할 수 있는 역할이라서 끌렸다. 어떤 특별한 질문을 해서 배운 게 있다기보다는연기하시는 것, 그 외의 현장에서의 에티튜드를 보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다. 저만의 방식이 생겼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데 선배님의 에티튜드를 보면서 스스로도 평가해보게 되고 정말 디테일하시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한번 더 깊게 생각해보자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민성 役 박서준/롯데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박서준은 이병헌에 의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끌고가야 한다는 부담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선배님께 의지도 하면서 조금은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넓게 바라볼 수 있었던 순간인 것 같다. 시각 자체도 조금 넓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황금 아파트 입주민과 외부 생존자들의 사투를 통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박서준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인간 박서준은 외부인을 받아들였을 것이다"고 답했다. "의지의 한국인이라 생각한다. 극단적인 상황이 생길수록 뭉치는 게 한국 사람의 본능이라고 생각했다. 머릿수가 많을수록 잘 해쳐나갈 것이라 생각해서 저는 받아들이겠다. 투표가 가장 잔인했던 포인트 같다. 결국 민성의 돌은 안나오지 않냐. 그 부분도 생각해 볼만한 것 같다. 토론할 수 있게 펼쳐주신 것 같다."

극 중 민성은 아내 명화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민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명화를 먼저 챙겼고, 그를 지키려 했지만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가족을 잃고 혼자 남은 명화와 엔딩을 박서준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는 "저는 정말적이게 봤다"고 했다. "엔딩은 절망적인 것 같다. 산 사람들은 살아가는것 자체가 희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만약 제가 최후의 생존자였다면 엔딩은 절망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살아남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혼자 뭔가 버림 받은 느낌이 처음에는 강하게 들 것 같다. 물론 우리 영화의 엔딩은 절망속에서 새로움을 일깨워주기도 해서 그런 부분은 희망적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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