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시맨틱 에러'부터 '나의 별에게', '블루밍', 올해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까지, 대중이 픽한 BL드라마의 공통점은 여성 감독이라는 것이다. BL드라마는 소수의 마니아 층과 여성들이 주 시청층이기 때문에 섬세함이 중요하다. 특유의 섬세함으로 BL드라마를 만든 남성 감독이 등장했다. 바로 '비의도적 연애담'을 연출한 장의순 감독이다.
과거 MBC에 입사, '커피 프린스 1호점'(이하 '커피 프린스') 조연출이었던 감독은 여성인 은찬(윤은혜)을 오해, 성별을 불문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한결(공유)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가 연출한 '비의도적 연애담'(극본 신지안/연출 장의순/제작 ㈜넘버쓰리픽쳐스/원작 피비)은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신뢰 회복 심쿵 로맨스 드라마다. 성별 불문 '순수한 사랑'이라는 점은 장 감독을 매료시켰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장의순 감독/넘버쓰리픽쳐스 |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은 웰메이드 BL 드라마라는 평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TV-OTT 통합 화제성 5위에 등극, 주연 차서원이 출연자 부문 5위에 올랐으며, 티빙 4월 첫 주 전체 유료가입기여 8위를 기록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 아이치이(iQIYI)와 일본 OTT 라쿠텐에서도 동시 방영, 라쿠텐 주간 매출 편수에서 4월 첫째 주 종합 랭킹 1위를 달성했고, 한국 드라마 부문 월간 1위와 연간 3위를 기록하며 역사를 세우고 있다. 아이치이(iQIYI) 역시 북미 지역에서 5위에 랭크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비의도적 연애담' 최종회는 의도적이었던 첫 시작에서 비의도적 연애의 감정으로 빠져든 윤태준(차서원)과 지원영(공찬)이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또한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하던 고호태(원태민)와 김동희(도우) 역시 서로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내어주는 듯, 한발짝 나아가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비의도적 연애담' 제작사의 당초 목표는 '티빙 TOP 20' 차트 인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됐다. 최종회는 제작사 대표의 제안으로 상영관을 대관,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시청했다. 연출을 맡은 장의순 감독은 '비의도적 연애담' 종영 후 스포츠W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장의순 감독은 "배우들도 다들 만족하는 것 같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화제성도 5위라고 들었다. 평가나 반응이 좋은 것 같아 다행이다. 제작발표회 했던 곳에서 처음과 끝을 함께 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장의순 감독의 BL드라마 연출은 '비의도적 연애담'이 두번째다. 지난 2021년 제작사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신지안 작가가 초고를 완성, 본격적으로 이듬해 5월부터 합류했다. 감독의 목표는 원작 팬들도 좋아할만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었다. '비의도적 연대담'은 배우들의 외모 싱크로율은 물론, 1회부터 윤태준의 그릇 가게가 있는 청년몰이 웹툰을 바로 연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극의 음악이나 분위기 자체가 그 어떤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못지 않았다. 섬세함의 비결은 BL 찐팬들의 조언이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메인 포스터/넘버쓰리픽쳐스 |
"제작사 대표님과 제작 이사님 두 분 다 여성이다. '비의도적 연애담'의 찐 팬들이다. 후반 작업할 때 그분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뭔가 코드들이 있더라.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좋아진 것 같다.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항상 리얼한 시청자 반응을 주셨다. 음악도 약간의 진중함에 긴장감을 더해 멜로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다. 음악 감독은 드라마 '커피 프린스'에서 함께한 티어 라이너와 '궁'에서 'Perhaps Love'를 부른 하울이 맡아줬다. 멜로적인 긴장감을 디테일 하게 조성해준 것 같다."
또 하나의 목표는 한국 BL드라마 시장의 대중화에 보템이 되도록 한발짝 더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드라마에 BL드라마 경험자가 저와 원태민(호태 역)이 뿐이었다. 다들 처음에는 사실 어색해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몰입하면서 재밌고 섬세하게 잘 해주더라. 배우들 연기를 보면서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더라. BL드라마가 처음인 사람이었는데 그런 반응이었다. 그래서 타겟을 좀 넓혀보자 싶었다. 로코를 확장하고 BL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잘 들어오게 하고 싶었다."
장 감독의 전작 한태 합작 BL드라마 '피치 오브 타임'은 태국인은 태국어를, 한국인은 한국어를 하면서도 서로 소통이 되는 독특한 세계관이었다. 이질적이게 느껴지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조연출 시절부터 특유의 섬세함으로 멜로, 로맨스 씬을 잘 찍는다는 평을 들어온 장의순 감독은 '비의도적 연애담'으로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피치 오브 타임' 촬영할 때는 시간이 많지 못했다. 우리는 태국어가 다 익숙치가 않다. 그럼에도 합을 최소 이틀밖에 못 맞췄다. 태국 배우들은 2주 정도 맞춰야 하는데 들어오고 코로나19 기간이라 격리 기간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격리 풀리고 이틀 있다가 대본 리딩 하고 그랬다. 통역사가 있어야 했어서 소통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촬영 전 거의 한 달을 남영관(차서원 집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최대한 오랜시간 대본 리딩을 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차서원 공찬 스틸/넘버쓰리픽쳐스 |
'비의도적 연애담'에는 두 커플이 등장한다. 억울하게 퇴직한 원영(공찬)이 의도치 않게 자신의 회사 복직을 위해 태준(차서원)에 접근했다가 시나브로 스며들며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서로 같은 마음이지만 가족같은 사이의 절친 호태(원태민)와 동희(도우)다. 감독은 태준, 원영 커플의 레퍼런스를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정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멜로다. 거기서 남자 주인공은 되게 가볍고 여자 주인공은 무겁다. 이데올로기 안에서 움직인다. 거기서 태준이 상처를 받은 인물이라는 점을 연결 지었다. 그 무거움을 자연스럽게 풀고 싶었다. 원영이는 가벼운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댕댕이 같은 면모가 있고, 순수하다. 그 점을 가볍다는 인식으로 접근했다. 그게 베이스였다."
하지만 '비의도적 연애담' 1, 2회에서 윤태준은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도 크지 않다. 다정다감한 표현력과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인 차서원의 늦은 등장과 다소 원작에 비해 올드해 보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감독 역시 인정하며 "당시 차서원은 일일 연속극 특유의 쪼가 있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차서원씨가 작품을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일일 연속극 특유의 쪼가 있었다. 그걸 바꾸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배우는 그걸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서원씨는 처음부터 6회 대본까지 보고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얘기했다. 긍정적인 욕심이 많은 배우다. 6회까지 감정선을 재밌게 잘 풀어내더라. 또 1회에서 태준이 등장하기까지 10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원영의 상황만으로 풀어야 했어서 고민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걸 설명하지 않고 간다면 흐름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차서원은 '비의도적 연애담'의 대들보 같은 존재였다. 주연 배우는 물론, 배우들이 모여서 리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집을 내줬다. 전개상 특별한 사건 사고가 없는 '비의도적 연애담'은 차서원의 디테일함과 오랜 시간 대본리딩으로 이뤄진 케미다. "우리 드라마는 큰 사건이 없다. 배우들의 디테일한 표현과 케미가 중요했다. 그게 1번이었다. BL은 상업적이지만 시장은 크지 않다. 그에 맞는 것을 찾아야 했다. 배우를 확실히 4명의 색과 케미를 맞추는게 제일 중요했다. 차서원이 잘 잡아줬다. 남영관에서 6~10시간씩 연습했다. 그 시간이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하더라. 촬영 전 함께 리딩하면서 배우들과 감정에 대한 디테일을 잡고 갔다. 연민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사랑은 아니다. 그게 포인트였다. 대본 연습은 프리하게 연극처럼 했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차서원 공찬 스틸/넘버쓰리픽쳐스 |
덕분에 '비의도적 연애담'은 전라북도 전주와 강원도 양양을 오가는 빠듯한 스케줄에도 비교적 촬영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6회분을 촬영 중 차서원은 입영 통지서를 받고 멘붕 상태가 됐었다. "6회 바(bar) 씬 찍는 날에 입영 통지서를 받았었다. 날짜가 딱 일주일 후였다. 그날 다음 씬이 감정이 깊은 8회 엔딩이었다. 원영이가 사장님 포기 못한다고 하던 장면. 근데 차서원이 멘붕 상태여서 쉽지 않았다. 바 씬 찍을 때도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아사모사 잘 넘어가긴 했다. 8회 비 씬을 촬영할 때는 스태프들도 다 알게 됐다. 그때는 해탈한 모습이었다(웃음). 그때가 촬영 3회 차 남겨둔 시점이었다. 쫑파티하고 다다음날 OST 녹음 하고, 그 다음날 군대갔다."
원영으로 분한 공찬은 어땠을까. 감독은 "공찬은 에너지가 좋다. 일단 밝다.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순수한 애가 있을까 싶었다. 팀에서도 막내더라. 해맑음이 있다. 꾸미고 할 필요가 없다 고 생각했다. 실제 막내가 아닌데 다들 막내 같이 느껴서 진짜 막내인 도우에 반말을 하면 스태프들이 놀랐었다. 공찬은 차서원에 비해 연기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도 중압감을 주지 않을고 했다. 그냥 그대로가 원영의 모습이었다. 차서원이 중심을 잡아줬다면, 공찬이 그에 맞춰 케미를 만들어갔다."
공찬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1회 엔딩에서 태준이 다가가지 않나. 벽밀 씬에서 원영이가 한숨을 쉬는데 연기인가 싶었다. 근데 연기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 그런 모습들이 작품에 잘 표출된 것 같다. 도예씬도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8회 엔딩도 너무 잘해줬다. 특히 10회 화장실 씬은 처음으로 당당함을 표출해줬다. 폭발하지 않고 끌고 가줘서 그 부분이 제일 좋았다(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