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최근 조인성이 스크린 안팎으로 여심을 흔들고 있다. 40대 조인성은 무르익은 눈빛으로 캐릭터를 한층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올 여름 텐트폴 영화의 시작을 알린 영화 '밀수'에서는 느와르 액션 속 눈빛장인의 면모를 발휘하며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 냈고, 디즈니+ '무빙'에서는 작심하고 금기된 러브 스토리로 안방 여심을 자극했다.
▲영화 '밀수' 권상사 役 조인성/아이오케이컴퍼니 |
먼저 지난달 7월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22일 누적 관객수는 479만명으로, 5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조인성은 '밀수'에서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로 분했다. 지난 2021년 영화 '모가디슈' 이후 류승완 감독과 재회한 조인성은 '밀수' 출연 배경을 묻는 질문에 농담처럼 "같은 강동구 사람이라 불러내기 쉬웠다고" 말하지만, 당시 '무빙' 촬영을 앞두고 있어 3개월밖에 시간이 없었다. 특별한 서사도 없는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의 특정 포인트만 잡고 시작했다. 그 중 권상사의 가장 큰 역할은 춘자의 브릿지로서의 쓰임새다. "권상사가 나타난 이후부터는 국면이 전환된다. 브릿지 같은 역할이다. 감독님과 신뢰가 있는 배우가 들어왔으면 하지 않았나 싶다. 중요한 브릿지를 만들어가기에는 한번 경험해 본 배우와 작업하면서 좀 더 빠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밀수'에서 권상사의 첫 등장은 강렬했다. 자신의 허가 없이 밀수품을 판매하던 춘자를 찾아온 것이다. 강렬한 눈빛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여성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춘자를 위협하던 중 막혔던 물길을 '군천'으로 뚫어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낸다. 그렇게 춘자와 갑, 을 관계인 비지니스 파트너가 된다. "춘자에 라이터를 켜면서 위협하는 장면을 처음 찍었다. 촬영장은 긴장 상태였다. 특수분장이랑 같이 춘자 머리에서 피가 나와야 한다. NG가 나면 다시 세팅해야 한다. 그래서 긴장감 있게 찍었던 기억이 있다. 두 세번 정도 촬영했다. 피가 잘 안 지워져서 호흡 맞추는 게 중요했다."
▲영화 '밀수' 권상사 役 조인성 스틸/NEW |
춘자와 비지니스 관계를 맺고 군천에서 본격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군천을 잡고 있는 이는 권상사와는 다른 매력의 장도리(박정민)가 있었다. 권상사는 장도리의 눈앳가시같은 존재가 된다. 이에 장도리는 자신의 수하들을 이끌고 권상사가 묵고 있는 호텔을 습격한다. 범죄오락 장르에서 느와르 장르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권상사는 맨몸으로 무기를 든 장도리 패거리를 상대했다.
"처음 대본 보는데 권상사가 액션은 끝판왕이더라. 다행이 물속으로는 안 들어갔다. 저는 그게 제일 중요했다. 액션 시퀀스는 풀로 시퀀스를 외워서 갔다. 오차 없이 감독님이 찍어내셨다. 요즘은 그렇게 안하면 시간이 다 돈이다. 하루 이틀만에 찍을 분량은 아니었다. 힘들었다기보다는 각자의 분장이 웃기다. 너무 웃어서 NG장면이 많아서 그걸 감독님이 모아놓은 것도 가지고 계실 정도다."
그러면서 조인성은 권상사의 옆에 있던 든든한 오른팔 애꾸(정도원)에 공을 돌렸다. 애꾸는 권상사와 베트남 전쟁에서 살아남은 인물로, 장도리 패거리가 습격했을 당시 권상사에 앞서 홀로 칼 두자루로 맞서는 인물이다. 조인성은 "정도원 배우는 이 영화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 그 몸을 만들기 위해서 식단 하면서 수분을 빼야했다. 액션 씬 촬영 끝나고서는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남자들 복근은 3개월동안 사람 말려야 나오는 복근이다. 마지막에는 수분 섭취도 안 된다. 그렇게 멋지게 해줘서 그 형이 제일 잘 나오길 바랐다. 그 씬이 잘했다고 보여지는 것은 그 공기가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공기다. 없어져봐야 숨을 못 쉰다는 것을 안가. 그 강력한 공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영화 '밀수' 권상사 役 조인성/아이오케이컴퍼니 |
특히 해당 씬에서 권상사는 본격 싸움에 앞서 자신과 함께 있던 춘자를 화장실에 숨겨준다. 특유의 능글미로 양아치스러운 면모였던 권상사는 눈빛 하나만으로 신뢰감을 안겼다. 이에 춘자와의 로맨스에 대한 해석도 제기됐다. 조인성은 "사실 그게 케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말하지 않았던 투 샷의 연기가 작용을 통해서 보여진 것이고 느낀 것이다. 제가 단정짓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서로 멜로가 가능한 배우들이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다. 전국구 밀수왕이다. 경운기 타고 모인 애들이 칼도 아닌 닛을 들고 온다. 밀수왕으로서 품위를 지키면서 진정시킨다. 별일 아니야. 안심시켜주는 것이다. 그게 권상사의 품위다(미소)."
그러면서 조인성은 "그게 조인성의 결인 것 같다. 조인성을 쓴다는 것은 그 안에서 변형이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안될 것 같은 배우를 써서 변화하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지금 52시간 시스템에서 가능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저라는 사람이 전형성에서 탈피하고 싶고 새로움이었으면 하는 것. 호와 불은 있을 수 있다. 그걸 알지만 그게 제가 하는 작업의 묘미다"고 덧붙였다.
조인성이 말하는 '권상사의 품위' 때문일까. '밀수' 이후 관객들은 조인성의 수려한 외모와 분위기에 환호했다. 앞서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에서 너무 망가뜨렸었다. 같이 했던 크루들이 '밀수'도 다 같이 하니까 모두가 마음의 부채가 있었다. 이번에는 배우의 미모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조인성을 촬영할 때마다 원금을 까면서 빚을 갚는 느낌이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오죽하면 조인성 퍼스널 컬러가 류승완 감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조인성은 "권상사도 품위가 깨질 때는 본연의 모습이 나온다. 무너지는 모습이 다채롭게 보여진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이 섞여져서 인물이 완성된 것 같다. 감독님이 소싯적 본인의 모습 같다고 하셨지 않나. 하하. '안시성'에서는 변장을 했다. '더 킹'에서도 멋진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영화를 25년 정도 했는데 이런 무빙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저도 한번 정도는 이런 것이 있어도 되지 않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밀수' 권상사 役 조인성/아이오케이컴퍼니 |
'밀수' 엔딩에 권상사의 등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장도리 패거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이후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앞서 류승완 감독은 크루들의 성화에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권상사를 살렸고, 추가 촬영을 했다고 밝혔던 바. 조인성은 엔딩 비화도 공개했다. "그 씬에서 하얀 쌀밥 위에 다이아몬드를 올리는 것이다. 근데 색이 비슷해서 안 보이더라. 제가 급하게 김을 요구했다. 그렇게 김 위에 다이아몬드가 올려진 것이다(웃음)."
조인성은 자신의 몫 그 이상을 해냈다. 하지만 조인성은 말은 농담처럼 했지만, 적은 분량이기에 정해진 분량 안에서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때 스케줄이 굉장히 바빴다. 내 몫을 해야 하는데 스페셜리스트처럼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얼마 안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제몫을 해야한다. 오랜만에 긴장하면서 민폐 안 끼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가 찍어야하는 분량과 날짜는 한정돼 있다. 저는 18회차 찍었다. '모가디슈' 팀과 현장과 홍보를 넘나들었다. 함께 움직였다.잘하고 싶지만 민폐만 안 끼치면 흘러가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짧은 촬영이었지만 '밀수'로 얻은 것은 사람이다. "김혜수, 염정아 선배님의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김혜수 선배님은 사람을 보는 관점이 남달랐다. 관찰도 많이 하고 집중도 많이 한다. 그걸 관심으로 넘어간다. 그 관심을 통해서 사람을 알아봐주고 이해해주기 시작한다. 후배들 입장에서는 김혜수 선배님 뿐만 아니라, 꽃이 피려면 좋은 땅도 있어야 하고 비도 내려야 한다. 그런 역할을 다 해주신다. 절대 혼자서는 그런 연기를 할 수 없다. 그런 사랑 속에서 큰 것이다. '밀수'가 아니라면 그분들을 사귈 수가 없다. 제가 얻은 두 선배님이다.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그럴 것이다. 그게 정말 어마어마한 선물을 준 것 같다. 일은 힘들 때가 더 많다. 그걸 줄일 수 있는 팀과 만났다는 것이 너무 좋다."
늘 작품의 중심에 서 있던 조인성은 40대가 된 후 작품 선택에 있어 자유로워졌다. '밀수' 역시 지인이 된 류승완 감독과의 신뢰로 함께 한 것이다. "30대 초중반에서는 더 신뢰받기 위해 선택해야 했다. 지금은 경쟁보다 스스로 내 길에 대한 포커싱을 맞추는 편이다. 작품 선택에 있어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과 신뢰가 쌓였다는 의미다. 물론 나이가 주는 어드벤테이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잘 익어간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젊었을 때보다 지금 터치를 받은 게 감독님과 저의 케미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