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무서운데 재밌다". 코미디, 스릴러, 공포, 오컬트, 미스터리, 다크 판타지까지 온갖 장르를 총 망라한 영화 '핸섬가이즈'는 관객들 사이에서 무섭지만 웃긴, 도파민 폭발하는 작품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 결과, 손익분기점이 110만인 '핸섬가이즈'는 개봉 3주차에 100만 돌파라는 값진 성적을 이뤄냈다.
남동협 감독은 데뷔작부터 신선하고 파격적이지만, 어느 하나 빈틈 없는 코미디 수작으로 관객들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감독의 첫 상업 연출작 '핸섬가이즈'는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이성민), 상구(이희준)가 하필이면 귀신들린 집으로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다. 2010년 개봉한 캐나다 영화 '터커&데일 Vs 이블'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NEW |
오랜 시간 조연출로서 경험을 쌓아온 남동협 감독은 마침내 첫 상업영화를 내놓게 됐다. 데뷔작을 코미디 영화로 하고 싶었다는 감독은 원작 '터커&데일 Vs 이블'을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 중 하나로 꼽았다. "11, 12년 전에 우연히 원작을 접했는데 너무 웃겼다. 콘셉트도 너무 매력있고 혼자 배꼽 잡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1년에 한 번씩 꺼내 보는 영화 중에 하나였다. 지금 제작사(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님이 연출 제안을 해주셨다. 제가 써 놓은 시나리오나 아이디어만 적은 시놉 형태 여러가지 아이템이 있었지만, 불현듯 그 작품이 떠올랐다. 원작을 한국 상업 영화로 리메이크 하면 재밌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원작은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감독은 고심 끝에 호러, 오컬트 요소를 추가하게 됐다. "원작이 미국 호러 영화를 비튼 작품이다.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려면 좀 더 오락적인 요소가 가미되야 할 것 같았다. 이런 아이디어를 제작사 대표님이 잘 어울리겠다고 하시면서 판권을 알아보셨다."
'악마들의 악마' 바포메트 존재가 더해지며 '핸섬가이즈'는 오컬트 성향을 갖췄다. 감독은 오컬트 영화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염소를 굳이 피하지 않았다. "염소라는 동물 자체가 클리세일 수 있지만 오컬트물의 단골 소재다. 피해갈까 생각했는데 이게 아니어도 특이한 게 많을 것 같았다. 익숙한 것은 익숙한 대로 잘 활용하자 생각했다. 처음엔 고라니를 생각했었다. 근데 너무 강력해진다. 제작사 스태프들과 굉장히 정제하려고, 선을 과하게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영화 '핸섬가이즈' 메인 포스터/NEW |
코미디와 오컬트가 섞인 '코믹 오컬트' 장르를 연출하면서 가장 경계한 지점은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가 중요했다. "코미디를 유지하돼, 필요에 의해서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호러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봐도 신경써서 찍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애 썼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기본 코미디 영화니까 코미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되게 노력했다. 그 안에서 여러 장르들의 밸런스를 찾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레퍼런스도 많이 없다. 우리 영화만의 톤을 찾아야 한다. 너무 호러쪽이면 심각해질 수 있다. 코미디 줄기를 유지하면서 우리 영화에 맞는 톤을 찾으려고 여러 분장 테스트도 많이 하고 미술감독님과도 룩에 대해서 상의를 많이 한 것 같다."
'핸섬가이즈'는 여러 장르가 복합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빈틈없는 꽉찬 개연성을 자랑한다. 웃음에도 상황에도 모든 이유가 뒤따르고 논리가 있다. 감독은 어린 시절 홍콩 코미디 영화 같은 주성치 영화를 즐겨봤다며 "코미디 영화하면서 경계한 것은 무작정 웃기려고 하면 힘들 것 같았다. 판타지라도 이 세계 안에서는 나름 개연성과 논리가 존재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원인과 복선을 만들려고 되게 애를 썼다"고 말했다.
코미디 장르에서 웃음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지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상황이나 설정,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다. 감독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두 연기 천재 이성민, 이희준이라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코미디 연기야말로 진짜 연기를 잘 해야한다. 아담 샌들러나 짐 캐리도 우리에게 코미디로 각인돼 있지만 연기를 너무 잘한다. 상황이 과장될 수도 있고 과잉 돼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관객들에 설득력 있게 전달되려면 그 상황을 실제처럼 리얼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연기가 뒷 받침 돼야 했다. 연기력으로 깔 게 없는 배우들에 제안했다. 재필, 상구는 양쪽 다 오갈 수 있는 배우였으면 했다. 그래서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연기가 검증된 배우. 험악한 연기도, 순박한 연기도 잘하는 배우들을 두고 여러 배우들을 고민하다가 이성민 이희준 조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래서 두 분께 시나리오를 전해드렸다. 코미디 연기에 갈증이 있으셨다고 하시더라. 운명인가 생각들었다. 대표님의 촉이 좋았던 것 같다."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NEW |
겉으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비주얼의 재필과 상구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가 들어나길 원했다. 상구는 미나(공승연)와 함께 하면서 러블리한 모습들이 드러나는 반면, 재필의 존재감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 "재필 캐릭터는 츤데레에 가까운 캐릭터다. 제가 원한 것은 비호감 적인,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들 때문에 세상의 편견과 오해속에 살아온 두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사랑스러워 보였으면 했다. 애정이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이성민 선배님이 잘 살려주셨다고 생각한다. 재필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기 때문에 재필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재필이 가족같은 동생 상구를 생각하고, 인간애가 넘친다면, 상구는 '긍정 마인드'다. 그는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해내고 순수함을 지녔다. 그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미나와 설거지 씬에 고스란히 담겼다. 상구의 원맨쇼를 방불케 하는 댄스 타임이 등장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극 후반부에는 최 소장(박지환)의 정체 불명 좀비 댄스가 관객들을 웃기다 못해 울린다. 감독은 기대 이상의 준비를 해온 배우들에 깊이 감사했다.
"사실 우리 영화를 택하지 않으셔도 되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정말 많이 준비를 해오셨다. 상구의 댄스는 저는 일차원적인 막춤을 생각했었다. 이희준씨가 연습을 하나도 안했다고 하더니 현장에서 너무 잘추시더라. 그 정도로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셨다. 박지환씨도 제작보고회 당시, 연습실을 빌려서 연습까지 하셨다고 하지 않았나. 정말 다양한 버전을 준비해오셨다. 시작하는 동작도 다 다른 버전이었다. 그 중에 과하지 않는 버전으로 지금의 영상이 나오게 됐다."
▲영화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NEW |
재필과 상구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미나로는 공승연이 함께 했다. 공승연은 날고 긴다는 두 대선배 사이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호평 받았다. 재필과 상구의 집에서 눈을 뜬 후 펼쳐지는 '미나의 원맨쇼'는 인상 깊다. "든든한 두 기둥이 확정된 상태에서 호러영화의 공식처럼 신선한 배우를 찾았다. 외국에서는 호러 영화가 신인 여배우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선한 접근을 생각하던 중에 승연씨 전작들을 보고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미팅했을 때는 사람이 격이 없고 털털하더라. 결과적으로 승연씨와 자주 보는 사이가 됐다. 저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안정된 연기로 두분 사이에서 자기 중심을 잡고 흡수도 잘하고, 연기를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사실 미나 캐릭터는 어렵다. 재필, 상구와 함께 맞이하는 상황에 혼자 다른 입장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벼워보이면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맞는 연기가 필요하다. 코미디적 상황에서 표현도 해야하고 밸런스도 잡기 힘들 수 있었겠는데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잘 해줘서 제 입장에서는 뿌듯하다. 편집 과정에서 승연씨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칭찬을 많이 들어서 뿌듯했다. 시사 이후에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 같다."
'핸섬가이즈'는 사실 2021년 개봉이 목표였으나 3년이나 미루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Z 세대 취향을 저격하는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남동협 감독이 그만큼 공들인 결과다. 특히 극 중 상구가 춤을 출 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성 팝송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음악 감독과 함께 만든 OST다. "기존 팝송이 아니다. 음악 감독님이 기성 팝송처럼 들리게 만들어 주신 것이다. 우리 영화를 위해서 낯선 느낌보다는 옛날에 들어본 것 같은 8, 90년대 댄스 팝, 디스코 느낌이 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 드렸다. 춤을 출 때는 가이드곡은 '펄프픽션'의 우마서먼과 존 트라볼타의 명장면에 등장하는 OST였다. 촬영할 때는 음악 감독님과 상의해서 준비해서 가이드곡을 정해놓고 후반에 음악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것이다. 적은 예산으로 음악들까지도 알차게 스태프들의 노력으로 찍은 영화다."
▲영화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NEW |
이성민은 '서울의 봄' 만큼이나 '핸섬가이즈'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더라'라면서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업계에서도 영화와 남동협 감독을 향한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성민 선배님이 언론 배급 시사 때 처음 보시고 악수 청하시면서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선배님이 저한테 흐뭇한 표정으로 악수를 청해주시면서 '고생했다'고 하시는데 되게 울뻔 했다. 희준씨도 너무 좋아해줬다. 배우들이 큰 결심을 하고 출연한 남다른 영화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도전적인 작품일 수 있다. 근데 저한테 그런 내색은 안하셨지만 걱정이 되셨을 수도 있다. 재밌고 만족해 하셨던 게 위안이 됐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