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선균의 '조나단', '킬링 로맨스' 50만 돌파를 염원하게 만든 힘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1 02: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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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조나단은 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다. 말이 안되는 캐릭터니까 뭘해도 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나르시즘' 그 자체인 포스터 부터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 영화인데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카데미 100주년 시상식에서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이선균이 있다. 이선균은 섬나라 콸라섬의 대주주이자 자수성가한 부동산 재벌 조나단 나(영국명 존나(JOHN NA))으로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야말로 파격변신이다.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1일. 17만 관객을 돌파하며 소소하지만 꾸준하게 관객몰이 중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영화 '킬링 로맨스' 조나단 役 이선균/롯데엔터테인먼트


연일 1과 10의 평점을 이어가고 있지만, 10점을 외친 관객들은 50만 돌파를 염원하고 있다. '킬링로맨스' 감독, 배우들이 50만돌파 공약으로 '전국노래자랑에 조나단과 아이들'로 출연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극과 극의 평으로 갈리고 있지만 관객들이 '조나단'을 더 보고 싶어하는 이유는 이선균의 파격변신 때문이다.

히어로물에나 등장할 것 같은 '악당' 면모의 조나단은 다시 보고 싶은 중독성을 부른다.이선균은 "조나단은 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다. 말이 안되는 캐릭터니까 뭘해도 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잔인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 인물이지만 가지고 있는 귀여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두군데 광기만 보여주면 복합적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포인트를 전했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차 미국행을 앞두고 이원석 감독과 짧게 미팅을 가지며 '킬링 로매스' 대본을 받았다. 첫 느낌은 '요상'했다. "굉장히 독특하지만 너무 재밌게 봤다. 만화책 보는 것처럼 너무 재밌었고 궁금증이 많았다. 당시에는 감독님과 친분이 두텁지 않았는데 영화 팬이었다. 이 대본을 감독님이 연출을 하면 독특하게 남겠다 싶었다. 근데 제가 조나단을 하는 것이 그려지지 않아서 거절하려고 했다."


▲영화 '킬링 로맨스' 메인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은 사실 조나단 캐릭터에는 부정적인 마음이 컸다. 고민하던 중 미국 '기생충' 애프터 파티에서 이하늬를 만났다. 인연을 중시한다는 이선균은 이하늬와 '연대보증'까지 외치며 출연을 결심했다. 그해 4월부터 본격 촬영을 시작했다. 이선균은 "하는거면 어정쩡하게 하지말자였다"고 작심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독님과 너무 잘 맞고 친해졌다. 둘도 없는 베프가 됐다. 한살 형이지만 편하게 말할 형이 됐다. 의견도 막힘없이 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대본에 없는 것들이 표현됐다. 대본대로 한 게 별로 없다. 다른 역할들은 서사를 끌고 가는 것이었다면, 조나단은 즐거운 경험이다. 캐릭터만 보고 간 것 같다. 상황만 보고 연기했다. 디테일하고 치밀한 디렉팅보다 관계가 편하고, 현장이 너무 유쾌했다. 처음에 외형적인 것도 레퍼런스 교환도 많이 했다. 나르시즘을 많이 생각했다. 굉장히 튄다. 광기같은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유튜브에서 독특한 것들을 보고 주고 받았다. 호랑이 훈련 시키는 다큐도 보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을 접목했다."

과장되게 연기하기 위해 4달 동안 붙이고 다녔던 장발 헤어부터 콧수염, 독특한 말투는 조나단의 매력 포인트다. 특히 '잇츠 귯!' 대사는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다. "콸라어는 연출부가 만들어줬다.'잇츠 귯'은 대본에 있던건데 제가 다니는 병원 의사 선생님의 말투다. 담이 자주 거릴리는데 도수 치료 하다가 선생님이 '이츠 굿'을 하는데 너무 웃겨서 그걸 과하게 표현했다. 현장에서도 유행어가 되고 그게 추임새가 되고 반복적으로 됐다. 수염을 떼고 하는 것은 감독님에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가짜인거 다 티나는데 케이스를 갖고 다니자. 상황에 맞게 수염을 붙이고 떼는 것을 만들었다. 수염은 그냥 멋이다. 나르시즘이다."

 
▲영화 '킬링 로맨스' 조나단 役 이선균/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면 잊혀지지 않는 새로운 해석의 '행복' 노래 또한 조나단에게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조나단이 여래에게 '행복'을 부르며 행복을 약속했지만, 어느 새 '행복'을 강요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조나단이 여래에게 귤을 던지며 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여성 스태프들의 의견을 물으며 수위를 걱정하며 촬영했을 정도로 신경썼다. "'행복' 노래가 그렇게 부각될 줄 몰랐다. 영화 보고 나니 폭력처럼 다가오더라. 저한테는 강박이지만, 상대에는 폭력적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비 교주가 하는 느낌이었다. 조나단에는 정체성 같은 곡이다. 당시 유학생들에는 위안이 되는, 힘들 때마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곡이었다고 하더라. 저한테는 주문같은 곡이었다."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진짜 대본에 있던 첫 장면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또 모든 장면을 소화해냈지만 '태권도 도복'을 입고 촬영하면 현타가 왔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황여래가 휴식 차 콸라섬에 도착, 위험에 빠졌을 때 조나단이 그를 구하며 첫 만남을 갖는다. 이때 조나단은 태권도 도복을 입고 여래를 구한다. 또 범우에게 '덕이란~'으로 시작하는 펌글을 보낼 때도 도복이 등장한다. "사실 우리 조나단의 첫 씬은 삼각 팬티 입고 해변에서 청국장을 먹는 것이었다.해변 장면도 로케가 어려웠다. 그 복장만으로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더러울 것 같았다. 태권도 도복 테이크 지나갈 때마다 창피해서 주저 앉았다. 도복 입으면 현타가 왔다. 아무도 없는 벽에서 도복 입고 '덕이란~' 장면을 촬영할 때 부끄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하하."

불가마씬은 '킬링 로맨스'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다.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재밌게 나왔기에 만족한다. "불가마씬은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원래 대본은 그게 아닌데 거리두기와 제한이 있어서 많이 바뀌었다. 원래는 유람선이었는데 포즈를 취하고 물에 빠지는 헤프닝이었다. 불가마 로케이션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강원도에 있는 곳인데 암환자들 치료하는 그런 곳이라고 하더라. 공간도 너무 좋았다. 이틀동안 찍었는데 오정세씨도 시간이 잘 맞아떨어졌다. 너무 재밌었다. 지금봐도 너무 웃기다. 테이크도 많이 안 갔다. '행복'을 부르는 씬은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서 그걸 재밌게 몰입해서 즐긴 것 같다. 얻어걸린 게 많았다."

 
▲영화 '킬링 로맨스' 앤드류 비숍, 이선균 이하늬/롯데엔터테인먼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한국영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킬링 로맨스'는 사실 만들 때부터 예상한 반응이다. '킬링 로맨스'가 이선균에게 남긴 것은 사람이다.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님의 영향이 제일 크다. 캐릭터, 이야기, 함께하는 배우와 전작도 영향을 미치기는 한다. '킬링 로맨스'로는 사람을 얻었다. 제작자가 김성훈 감독이다. 너무 친한 친구들을 얻었다. '기생충' 때문에 어떤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은 기회였고 너무 큰 영광이었다. 그로 인해 연기적인 선택의 고민은 없었다. 하늬를 파티에서 만나게 운명처럼 느껴져서 결정한 것 같다."

부부로 호흡한 이하늬와는 드라마 '파스타' 이후 13년만에 재회했다. "하늬가 드라마 처음 시작할 때 두번째 작품 '파스타' 때 만났다. 진짜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 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좋은 배우가 되겠다 싶었다. 지금까지 필모를 쌓아오고 있는 걸 보면 너무 잘하고 있다. 좋은 에너지를 줘서 너무 좋았다. 영화 보고 저는 하이텐션인 역할을 하는데 하늬는 노래부터 나름대로 자기 서사를 만들고 끌고 가야하는 역할이다. 중심을 너무 잘 잡고 가더라. 톤이 안 맞나? 캐릭터로 놀기를 바란 것도 있는데 그래서 이게 맞나? 한 장면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니까 감독님은 다 계획이 다 있구나 싶었다."

범우로 분한 공명과는 첫 호흡이다. "공명씨는 너무 귀엽다. 하늬씨랑 '극한직업' 친구들이라 너무 돈독하다. 사람들이 다 아는 분들이다. 그 팀이 되게 좋았겠구나 합이 너무 좋다. 명이는 진짜 맑다. 진짜 범우같다. 극 중 범우가 고양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범우 캐릭터가 부각됐으면 이질적이지 않게 다가왔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불가마 씬 이후에 제가 범우를 너무 좋아하게 된다. 관계 설정하는 것도 빠져서 좀 아쉽다."

 
▲영화 '킬링 로맨스' 조나단 役 이선균/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이원석 감독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던 중 중간에 나온 광고 때문에 조나단 역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남들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이선균에 새로운 필모를 안긴 이원석 감독과의 연은 계속된다. "감독님의 장점은 어떤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것을 잘 연결한다는 것 같다. 희안한 루트로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패턴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영화인데 그 안에 독특한 유머가 있는 것 같다. '남자사용설명서'보다 조금 더 화려해진 것 같다. 조나단 초상화를 처음 보고 인증샷을 찍어서 봉준호 감독에 보냈다. 그때 봉 감독이 감독님을 궁금해하더라. 너무 귀엽다고. 영화가 감독과 많이 닮아있다. 세계관과 색이 잘 녹아든 것 같다. 감독님과 드라마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지연된 상황이다."

감독, 배우들은 '킬링로맨스' 300만 돌파 공약으로 조나단을 부캐로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겠다고 했던 바. 하지만 극명한 호불호 반응에 50만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시즌2에도 출연할 계획이 있을까. 이선균은 "영화가 잘 되면 시즌2를 기획하겠지만, 한번 더 하면 다른 영화가 안 들어올 것 같다(웃음). 즐거웠고 쾌감이 있었다. 연기할 때 개연성을 따지는 편인데 이 캐릭터 자체가 개연성이 되는 것 같다. 너무 열려있는 캐릭터라서. 더 즐겁게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처음 보시면 과장된 캐릭터와 엉뚱한 전개방식이 갸우뚱하실 것 같다. 오픈 마인드로 보시면 독특함 때문에 보시지 않을까 싶다. 엇 특이하네? 마인드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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