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정성일은 2002년 20대 초반에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 잡고 작품활동을 시작하며 30대를 맞았고, 이제는 40대가 됐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데뷔 20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하지만 정성일은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무던하게 말한다. 집에 가면 다 까먹는다며 소박하게 웃는다. 그래도 소박한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그는 "제가 연기자로 유명해져서 제일 하고 싶은 것은 고향에 가서 친구들과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술 한잔 할 때 친구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걸 하게 됐다.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하도영 役 정성일/넷플릭스, 키이스트 |
'더 글로리'의 인기 만큼이나 정성일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뜨겁다. 정성일은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선수 못지 않은 투구를 선보여 또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성일이 데뷔 20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더 글로리'는 1년 전 소속사를 통해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인 김은숙과와 작업만을 기다렸지만 대본은 1년 뒤에야 나왔다. "오디션은 아니었는데 대본 리딩에서 괜히 너무 지레짐작 겁을 많이 먹었다. 저를 왜 써 주셨는지 이해가 안됐다. 리딩 할 때는 왠지 짤릴 것 같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하도영 役 정성일/넷플릭스 |
정성일의 생각과는 달리 '더 글로리'에 하도영 역으로 합류하게 됐다. 그는 일명 '나이스한 X새끼'로 불리는 하도영을 자신의 아내인 박연진(임지연)을 대할 때와 사회 생활을 할 때를 명확하게 구분 지었다. "연진에 대하는 태도는 극중보다 명확하게 구분하고 싶었다. 제가 해석한 도영은 과할 정도로 애정을 더한 인물이었다. 첫 리딩 때 좀 더 정적이었으면, 차분하게 해도 될 것 같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나이스한 X새끼'라는 워딩 자체가 양면성이 있었다. 기사한테 와인을 주는 씬이 가장 명확하게인물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하대하는 것이 몸에 밴 것이지, 무시하려고 의도하는 사람은 아니다. 늘 뭔가 지시하는 입장이라 당연시 된 것이다. '넌 나보다 안돼' 의도가 아니었다."
'더 글로리'는 문동은(송혜교)이 자신에 지울 수 상처를 안긴 학폭 가해자 박연진, 이사라(김히어라), 최혜정(차주영), 전재준(박성훈), 손명오(김건우)에 복수하는 내용을 그렸다. 가해자들의 강렬함과 악행 탓일까. 하도영은 이러한 별명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성일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완벽한 악인이 아닌 것을 이해하는 것 같다. 여지를 주되 나이스한 부분은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 하도영이라는 인물은 의도가 없이 나이스함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라 좋아해주신 것 같다."
하도영은 파트1에서는 나름 나이스했으나 파트2에서는 연진의 외도 사실과 딸 예솔이 자신의 딸이 아님을 알게 된 후 결국엔 범죄를 저지르고 은닉한다. 그렇기에 정성일은 파트2 공개 전 걱정이 앞섰다. "파트2를 보신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해주실지 몰랐다. 살인다자. 이유가 어찌됐든 명확하다. 살인은 저지른 순간부터는 그 인물을 감싸거나 뭔가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 빨리 털어내고 싶었다. 거기까지 안 갔다면 부성애와 죄책감 중 지키려고 한 지점은 이해가 되지만 하도영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점은 용서가 안됐다. 그렇게 예솔이를 영국으로 데력가서도 제정신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더 이상의 '나이스한 X새끼'는 안나왔으면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하도영 役 정성일/넷플릭스, 키이스트 |
극 중 문동은은 연진에 복수하기 위해 하도영에 접근했다. 정성일은 "처음엔 호기심이었고 기다려졌다가 이기고 싶었는데 허둥거리게 된다.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제 기준에서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문동은으로 분한 송혜교와의 호흡 소감도 궁금했다. "저한테는 연예인이다. 저는 연극 배우, 송혜교는 TV 나오는 톱스타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몇 번 만나보고 사석에서 밥 먹고 하다보면 제가 송혜교에 참 피곤하겠다고 얘기한 적 있다. 뭐만 하면 기사가 나고. 피곤하게 산다고 얘기했었다. 제가 지금 그 꼴이 났다. 혜교는 너무 텉털하고 가식이 없다. '스타도 사람이구나' '나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느꼈다. 대장부 스타일이더라. 너무 좋고 편한 친구다."
임지연과는 아내로 호흡했지만, 결국은 하도영, 하예솔 부녀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정성일은 "더 할 나위 없었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대사만 주고 받아도 짜증이 났다. 어쩜 그렇게 사람 속을 뒤집는지, 너무 특화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임지연은 평소에는 선머슴 같다. 대장부 같고 농담도 잘 하고 까불기도 한잘한다. 연기할 때 표정을 쓰는거 보면 하도영으로는 화도 못 낸다. 컷 하면 욕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며 꼬시는 장면을 찍을 때는 진짜 연진이 캐릭터로 봤다. 끝까지 뻔뻔한게 너무 좋았다. 정말 이렇게까지 잘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근데 마지막에 감옥에서는 표정 연기를 너무 잘해서 보는데 마음이 아프더라."
실제 정성일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실제 정성일 "저는 하도영 같은 면도 있다.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고 했다. "경우가 없는 사람을 대할 때는 의도를 갖고 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생활에서는 전혀 하도영처럼 살지는 않는다. 유쾌하고 장난치는 것 많이 좋아한다. 제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어른들에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할머니 손에 자라서 길을 가다가도 그런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한다. 삐딱선을 타는 사람들에는 더 강력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하도영 役 정성일/넷플릭스, 키이스트 |
정성일의 인기 요인 중에는 국민MC 유재석과의 닮은 꼴도 있다. 앞서 tvN '유 퀴즈 블록'에 출연해 유재석과 얼굴을 맞대고 투샷을 선보였고, 실제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은 유재석과 자신을 반반 붙여놓은 사진이다. 또 '더 글로리' 흥행 이후 7살 아들 유치원 선생님이 사인을 부탁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 확연히 달라진 인지도를 실감하는 중이라고.'더 글로리'를 기점으로 바뀌어버린 자신의 주변 환경에도 정성일은 이제까지와 같은 템포를 유지한다.
"많은 게 달라졌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줄 몰랐다. 제 개인에게 쏟아질 관심은 생각도 못했다. 과분하게 사랑을 주셔서 잘 지내고 있다. 사무실 식구들고 마음이 잘 맞아서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조바심 내지 말고 지금왔던 템포대로 가자고 하고 있다. 외부적인 변화가 많은 것 뿐이지, 생활 패턴이나 제 마음가짐이 바뀐 것은 아니다."
'더 글로리'파트1 공개 전 정성일은 차기작을 연극 '인터뷰'로 결정했다. "뮤지컬은 파트1이 나오고 결정했지만, 미리 약속한 것이다. 제가 미비하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쪽을 더 보러 오실 수 있게 공연계에 이바지 했다는 점이 뿌듯하고 감사하다. '더 글로리'로 인한 부담감은 없다. 집에 가면 다 까먹는다. 다만, 일하는데 있어서 영역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인지도가 올라간 만큼 방향성도 많아졌다. 그래도 정장은 그만 입고 싶다. 공연에서는 다양한 역할들을 한다. 여장도 한다. 너무 나를 포마드로만 기억하는 것 같다. 웃기고 싶고 코미디도 하고 싶다."
앞서 '유퀴즈'에서 유복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함께 누나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바. 20년이라는 무명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은 가족이다. "가족 그 이상의 원동력은 없다. 주변에는 지금도 많다. 제가 포기하고 싶었을 때 옆에서 도와준 공연 제작하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 덕에 연극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친구와 작품을 만들고 있다. 누나는 표현을 잘 안 한다. 무뚝뚝하고 제가 동생이라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아직 부족하다. 근데 누나가 얼마나 뿌듯해하고 있는지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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