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스물다섯' 김태리 "나희도에 미안해...결말 시청자 입장에선 눈물펑펑"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4 08: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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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나희도에 너무 미안하다. 너무 과분했던 캐릭터다. 정말 영광이었고 손에 꼽힐 너무 좋은 캐릭터인 것 같다. 그걸 내가 더 멋있는 아이로 만들어주지 못해서 그게 너무 미안하다."

 흥행의 아이콘 김태리가 10대 펜싱 소년으로 돌아왔다. 짧아진 앞머리로 동안 외모를 더 부각했고,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인 당찬 말투에 김태리 특유의 청량미를 더해 나희도 캐릭터를 완성했다. '미스터 션샤인' 이후 5년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김태리는 "역시 김태리"라는 찬사와 함께 주말 안방을 사로잡았다. 

지난 3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 김승호/제작 화앤담픽쳐스/ 이하 '스물다섯')는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다. 최종회는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시청률 11.51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회가 기록한 10.9% 보다 높은 수치로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 役 김태리/MMM엔터테인먼트
 

극 중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무한 긍정 에너지의 소유자이자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나희도로 분한 김태리는 종영에 앞서 스포츠W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물다섯' 최종회에서 나희도는 둘도 없는 사랑을 할 것 같았던 백이진(남주혁)과 결국 헤어진 후 다른 이와 미래를 맞았다. 희도와 이진의 모습은 영화 '라라랜드'를 떠오르게 해 씁쓸함을 안겼다. 김태리는 "결말이 마음에 들고 말고를 떠나서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 지를 알게 됐다. 시청자로서 생각하면 눈물 펑펑인 것 같다"고 했다.

 

김태리는 '미스터 션샤인'(이하 '미션샤') 이후 5년 만에 '스물다섯'으로 안방을 찾았다. '미션샤'에서 함께 호흡한 정지현 감독의 제안을 받고 나희도를 연기했지만 사실은 나희도 캐릭터에 미안하단다. "더 재밌게 즐기면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나희도에 너무 미안하다. 메모장에 정말 여러 번 썼다. '희도야 미안해'라고. 메이킹 인터뷰 같은 것 할때도 희도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 너무 과분했던 캐릭터다. 정말 영광이었고 손에 꼽힐 너무 좋은 캐릭터인 것 같다. 그걸 내가 더 멋있는 아이로 만들어주지 못해서 그게 너무 미안하다. 희도는 깊이 고민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 짧은 기간 안에서도 왜 이렇게 못하는지 느끼면서 희도의 감정을 이해했다. 후반에는 본능적으로만 했던 것들이 독이 되더라.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공부하고 들어갔다면, 더 잘 다져놨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었다."


김태리가 이해한 나희도는 '태양 아래 있는 아이'다. "희도는 비글미를 가졌다(웃음). 태양 아래에 있는 아이 같다. 넘어져도 땅이다. 넘어지면 태양을 보고 벌떡 일어나는 아이다. 구김살이 없어서 실패, 좌절 이런 게 있어도 땅굴을 파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지금 짜증나고 힘들구나. 화나구나 정도다. 인생이 왜 이러는지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한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 役 김태리/MMM엔터테인먼트

실제 김태리와는 달랐지만 이해 못할 지점은 없었단다. "저는 업 앤 다운이 있다. 저는 정말 기분이 좋을 때면 하늘 위로 날아가는 꽃처럼 흥분해서 진정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다운이 되면 진짜 바닥을 쳐서 땅을 파고 빛을 다 가리고 숨을 못 쉬게 만들 정도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타입이다. 초창기 희도를 만나면서도 그 점이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서 희도는 활짝 핀 꽃처럼 찬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 안에 희도가 있다"며 웃었다. "가장 닮은 점은 희도는 밝은데 사실 혼자 컸다. 아버지가 어릴 때 돌아가시고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시다. 충분한 사랑을 받지 않았어도 밝게 성장했다. 자수성가 했다는 자신감이 있다. 고등학생일지라도. 혼자 예쁘게 잘 큰 모습이 저랑 닮은 것 같다. 일단 저질러보는 것 되게 닮았다. 저는 성격이 급해서 저지른다. 경기 운영할 줄 모르는 것 정말 닮았다."

 김태리의 연기 포인트는 제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본인과 나이 차에 대해서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고 마음 편히 연기했단다."사람들 반응이 재밌었다. 주변 선배님들께 제가 지금 10대 연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웃음). 무려 18살 차이라고 하면서, 죽을 것 같다고 살려달라고  찡찡댔다. 걱정 되서 드라마를 봐주시고는 잘했다고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 役 김태리/MMM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김태리 스스로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단다. "스스로 연기에 만족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적당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스로 만족을 못하니까 나를 깎아내리니까 되게 힘들었다. 나 자신을 너무 공격하고 채찍질을 많이 해서 힘들었다."

나희도는 항상 당차고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무한긍정 소녀'다. 그 영향이 IMF로 가족과 떨어져 살고, 인생 자체가 뒤바뀌어 버린 지친 청춘 백이진에 큰 응원이 됐다. 희도와 이진은 서로에게 힐링의 존재였다. 이런 희도의 이런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사는 '웃고나면 잊기 쉬워져. 잊어야 다음이 있어'다. 김태리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스포츠카에서 이진이랑 비 맞는 씬에서 '잊어야 다음이 있어'라고 희도가 말한다. 비 맞는 거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실제 진짜 좋아한다. 이진이가 어떻게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생각을 했냐고 할 때 '웃고나면 잊기 쉬워져. 잊어야 다음이 있어'라고 한다. 그게 희도의 방식이고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그 말을 하기까지 희도의 눈물과 혼자 싸워온 시간들과 수많은 넘어짐의 과정이 있어서 그 말을 내뱉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제가 펜싱을 배우면서 그런 것들을 느꼈어서 그 대사가 좋은 것 같다."

극 중 양찬미(김혜은) 코치는 나희도에 경기에서 이겼을 때는 마음껏 기뻐하고, 지면 실컷 좌절하라고 한다. 희도는 그 대사를 이진에 삐삐 메시지로 남긴다. 김태리는 "그 대사도 좋아한다. 있는 힘껏 기뻐하고 좌절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주고 싶다. 저는 딱히 그러지 않았다. 저는 좀 밋밋한 청춘을 살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미친 듯이 아프고 상처 받고, 그것을 위해서 어떤 것까지 해보고 감정을 쓰는 게 어린 친구들이 더 쉽지 않은 것 같다. 뭐든 마음껏 느껴보고 살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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