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5년만 신작 개봉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엄창록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
-'불한당' 팀-설경구와 재회, 이선균과 시너지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재밌다는 말이 제일 듣고 싶다. 영화 끝나고도 이 영화를 생각할 여운이 남는, 바로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였으면 한다."
변성현 감독은 지난 2017년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으로 한국 영화계의 '스타일리시' 계보를 이었다. '불한당'은 칸 국제영화제에 초정, '불한당원'이라는 팬덤까지 탄생시켰다. 로맨틱 코미디로 대중에 자신을 알린 변 감독은 '불한당'에 이어 '킹메이커'로 또 한번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영화 '킹메이커'는 설 연휴 기간동안 같은 날 개봉한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과 함께 쌍끌이 흥행을 이끌었다. 2년 전부터 코로나19 시국에 맞물리며 개봉 시기를 몇 번을 미룬 끝에 대선 정국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개봉했다. 스포츠W와 화상 인터뷰에서 변성현 감독은 "진짜 오래 기다렸다. 대선을 앞두고 개봉할 줄은 몰랐다. 이전에 총선이 있었는데 그 시기에 개봉하지 않길 바랐다. 대선에 무슨 영향을 끼칠 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그냥 상업영화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속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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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엄창록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집에 있던 故김대중 자서전을 보고 우연히 '엄창록'이라는 인물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설명은 적었지만 창작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킹메이커'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은 '불한당' 시나리오 쓰고 제 전작이 로맨틱 코미디여서 누아르 영화를 쉽게 못 들어가고 있었다. 그 중간에 써본 시나리오였다. 개인적으로는 '불한당'보다 마음에 들어서 먼저 찍고 싶었다."
실화가 모티브이기에 변 감독이 가장 경계한 것은 팩트와 창작 영역의 구분이었다. "당시 기사화 된 정치적인 사건을 팩트로 두고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부분에서 창작이 들어갔다. 영화 중후반부 김운범 자택 폭파장면이 나온다. 영화적으로 본다면 굉장히 센 폭발이 필요하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드라마가 전환이 되야 하니까. 근데 실제 기사에는 커다란 굉음은 들렸지만 크게 파손된 부분이 없다고 했다. 이게 되게 힘들었다. 팩트를 건들이고 싶지 않아서 카메라가 유리 창 밖에 있고 굉음이 들리면서 해가 사라진다. 영화로서는 드라마틱하지 못해서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미 일어난 일을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표현해야 했던 부분을 신경썼다."
그럼에도 '킹'이 아닌 '킹메이커'를 택한 이유는 뭘까. 변 감독은 "전면에 나서는 사람보다는 약간 변태적인 것 같기도 한데, 잘 알려지지 않거나 그 이면에 있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것을 다른 분들도 좋아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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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킹을 그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정치물이나 이런 영화는 자칫하면 히어로물로 보이기 쉽다고 생각한다. 저는 영웅화 시키는 스타일에는 관심이 없어서 이 인물에 더 끌리게 된 것 같다. 저도 개인적으로 존경 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분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상화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분을 킹으로 만들려고 하는 메이커를 통해서 옳은 목적에는 올바르지 않은 수단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저도 그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와 '불한당' 스태프들과 '불한당'에 이어 재회했다. "그렇게 모이는게 쉽지 않다고들 많이 얘기하지만 저희는 '불한당'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이 너무 즐거웠어서 3분의 1을 찍었을 때 스태프들도 시나리오를 읽었다. 다른 배우 추천도 하고 스케줄 맞추는게 쉽지 않았다. 한아름 감독님 경우는 큰 블록버스터 제의도 왔는데 1년을 백수로 지내시면서 기다려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개인적으로 술을 많이 사드렸다." '불한당'은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전에 본 적 없는 스타일리시한 누아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았기에 흥행 부담감은 쉽게 떨칠 수 없다. 변 감독은 "저희 모두가 있었다. 크게 흥행을 성공한 영화는 아니지만 워낙 좋아해주시는 매니아분들이 많다. 그분들을 만족시키려고 한 게 아니었다. 스태프들도 전작보다 잘 만들자는 부담감도 있었다. 저희끼리 자평하기로는 전작보다 좋은 영화가 나왔다고 평했다. 그 숙제는 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킹메이커' 역시 공개된 이후 "스타일리시한 정치극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하지만 스타일리시하다는 평은 여전히 부담이란다. "그러려고 만들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신경 많이 쓴 부분은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이다. '불한당' 때도 지금도 한아름 미술감독님의 덕을 보는 것 같다. 저는 배우들의 감정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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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굳이 스타일리시하다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클래식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이란다. "클래식하게 찍으려고 한다. 제 영화 보시고 카메라 무빙이나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저는 상업영화 중에서 무빙이 적은 편이다. 그걸 활용하는 지점들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영화들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컷 수도 굉장히 적은 편이다. 미술감독님이랑 소통하고 성의 있게 찍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불한당' 팀원들이 다시 뭉치는데는 설경구의 제안이 있었다. 특히 변 감독은 '불한당' 촬영 중 설경구에 '킹메이커' 시나리오도 함께 건넸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실명이 써 있었다. 하지만 설경구가 부담스러워했고, 결국 김운범으로 이름을 바꿨다. 변 감독은 "설경구 선배님은 제가 좋아하는 한국 남자 배우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배우다"며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저한테는 캐릭터를 물어보시는데 제가 설명을 안하고 찍어도 믿고 지켜볼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이 든다. 김운범은 플랫해질 수 있는 인물이다. 이 글을 입체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대한민국에 몇 없다고 생각한다. 그분 중에 선배님이 한 분 이셨고, 인연이 되서 꼭 하자고 어필했었다."
설경구와는 '킹메이커' 이후 현재 촬영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까지도 함께 촬영 중이다. 변 감독은 "저랑 선배님이 사석에서도 만나고, 자주 만난다고 생각하시는데 연락은 거의 안 한다"고 했다. "선배님과는 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길복순' 시나리오 다 쓰고 연락드렸는데 받자마자 다 썼냐고 물어보시더라. 제안을 드리려고 한건데 너무 당연하게 촬영 언제 들어가냐고 물으시더라. 농담 삼아서 제 작품 10작품을 출연하실 것이라면서 그 나이대 다른 배우는 못한다고 하시던데, 이제 너무 당연해진 것 같다. 가장 좋은 점은 연기를 끝내주게 잘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변 감독은 "옛날 것들을 좋아한다. 영화로 이야기한다면, 저는 2000년대 한국영화 옛날 홍콩영화, 할리우드 영화의 팬이다. 그래서 경구선배님, 도연 선배님의 팬이다. 최근의 영화보다 그 당시가 가장 황금기라 생각한다. 그 시대의 영화들을 본 받으려고 되게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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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설경구라는 든든한 버팀목과 환상 시너지를 내준 이는 이선균이다. 설경구의 추천으로 시나리오를 건넨 후 미용실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잘 읽었냐는 말도 묻지 못했단다. "사실 재미없다는 말을 들을까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했지만 느낌이 좋았다. 저도 영화를 작업한 배우가 아니고는 너무 우연히 만나서 이건 약간 인연이 아닌가 싶었다." 극 중 서창대는 김운범의 킹메이커를 자초한 인물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북 말투가 삐죽삐죽 튀어나오지만 메이커로서의 능력은 비범할 정도다. 변 감독은 "제가 쓴 김운범은 서창대의 재능과 비범함을 알아보고 준비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서창대는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가슴으로는 이해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선배님은 시나리오 보시면서 서창대가 그림자인데 너무 많이 나오지 않냐고 하셨다. 이 인물이 그림자일 수밖에 없는 동기를, 실제 모티브가 됐던 분이 북한 출신이시고 시대적 배경에 맞물려서 배경과 우리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수단의 정당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서창대는 모든 사람이 아이러니함을 갖고 있지만 이 사람은 킹메이커를 자처하면서도 본인도 자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인물이다. 갈등 지점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 것 같다." 앞서 설경구는 스포츠W와의 인터뷰에서 이선균과 변 감독이 캐스팅 확정 후 3일동안 방을 잡았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변 감독은 "방은 하루 잡았다. 제가 선배님 댁에 놀러가서 간단하게 헤어지려 했는데 2박3일이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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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2박 3일동안 술도 많이 먹고 영화도 많이 봤다. 이명세 감독님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보면서 둘이 감탄하고 선배님이 감독님한테 전화를 드려서 우리 둘다 팬심을 표출했다. 좋아하는 음악이 같더라. 경구 선배님은 '김광석파'이고 저랑 선균 선배님이 '김현식파'다. 선균 선배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서 이런 부분이 좋아요. 저건 안했으면 좋겠어요 하면서 서로 대화를 했다. 3일동안 두시간 정도 잤다. 술 먹으면서 얘기하다보면 깨고 집중하다가 음악도 듣고 전혜진 선배님이 자연스럽게 합류하시고 재밌었던 기억이다(웃음)." 변 감독은 이선균과 호흡에 대해 "언발란스해서 좋았다. 이선균 선배는 건강하고 유쾌하고 짜증부리는 연기가 유명하다. '이선균'이라는 세 글자 듣는 순간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서창대와 다른 결의 서창대가 나올 수 있었다. 너무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김운범과 서창대를 통해 '수단의 정당성'에 대해 메시지를 던진 변 감독. 본인은 어떤 인물과 가깝냐는 물음에 "김운범 같은 이상향은 갖고 있는데 그렇게 될 수 없는 인물인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김운범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직도 그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 인간성을 유지해주는 것 같다. 간혹가다 서창대라는 인물도 필요할 수 있다. 서창대처럼 수단을 가리지 않을 정도는 아닌 애매한 지점의 사람인 것 같다."
현실주의자,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변 감독은 '킹메이커'를 본 관객들에 "재밌다는 말이 제일 듣고 싶다. 영화 끝나고도 이 영화를 생각할 여운이 남는, 바로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였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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