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사진: 연합뉴스) |
"어떤 결정을 해도 후회가 남을 것 같아요. 우리은행에 남는다면 '이런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라고, 다른 팀에 가면 '우리은행 프랜차이즈였는데 내가 그걸 왜 포기했지' 하면서요."
국내 여자프로농구 최고 스타 박혜진(30)의 '행복하지만 힘든 고민'이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완주하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박혜진은 1일 막을 올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특히 이번 시즌부터는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FA가 되는 선수들은 FA 시장 첫날부터 원소속구단이 아닌 다른 팀과도 협상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는데, 박혜진이 바로 그 대상이다.
최근 7년 사이 5번이나 MVP 타이틀을 가져간 그를 두고 원소속팀 아산 우리은행과 다른 5개 구단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MVP 발표 하루 뒤,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일 WKBL의 코로나19 극복 성금 전달식에 참석한 뒤 만난 박혜진은 "제도가 이렇게 바뀔 줄 몰라 저도 놀랐다"면서 "3월엔 아예 거취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영화나 드라마에도 빠져봤는데, 어제 서울에 올라오면서는 생각이 많아지더라"며 웃었다.
이어 "선수로서 행복한 상황인 건 맞지만, 힘든 결정이 될 것 같다. 언론 기사 등에서 너무 제가 좋게 포장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고 생각이 많다"면서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변화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할지, 우리은행에서 끝까지 팀을 이끌지, 지금은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고 정말 '반반'이다. 어떤 결정을 해도 후회가 남을 것 같다"고 털어놓은 그는 "그런 것도 결국 제가 책임질 일이다. 얼마나 후회를 덜 하느냐의 선택일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WKBL |
박혜진은 "감독님도 저도 '오글거리는' 것을 싫어해서, 단둘이 얼굴을 보며 말하려니 쉽지 않았으나 용기를 냈다"면서 "감독님은 '네가 잘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주셨지만, MVP를 받은 건 감독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팀이 1위로 시즌을 마치고 개인으로서도 최고의 성과를 챙겼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을 수는 없었다.
시즌 막바지 김정은의 부상 공백에 홀로 팀을 이끌게 된 상황이 버거웠다고 떠올린 박혜진은 "팀을 이끄는 리더십 쪽에선 발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매 시즌을 끝낸 뒤 휴식기 꿀맛 같은 여행의 즐거움을 올해는 누릴 수 없게 됐지만, 그는 "그만큼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 기간이 길어진 것"이라며 "차근차근 욕심내지 않고 몸을 잘 만들며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