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재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포인트 순위는 한 시즌 동안 어떤 선수가 얼마나 꾸준히 우승 또는 우승에 근접한 성적을 올렸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대상 포인트가 매 대회 톱10에 진입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탓에 대상포인트 순위는 상황에 따라 승수를 많이 쌓고도 컷 탈락 등 기복이 심한 경기를 펼친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승수를 기록한 선수가 더 높은 순위에 오르기도 한다. 박민지(NH투자증권)는 지난해 시즌 6승을 달성하며 다승과 상금 순위는 물론 대상 포인트 순위에서 1위에 오르며 연말 KLPGA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시즌 막판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임희정(한국토지신탁)과 시즌 마지막 대회까지 대상포인트 1위 자리를 놓고 피말리는 경쟁을 펼쳐야 했던 이유가 그 예다. 박민지는 지난 시즌 25개 대회에서 우승 6회를 포함해 14차례 톱10에 진입해 14개 대회에서 대상 포인트를 받았고, 임희정은 28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회를 포함해 15차례 톱10에 진입하며 박민지보다 더 많은 대회에서 대상 포인트를 획득한 덕분에 시즌 막판까지 대상 포인트 경쟁을 펼칠 수 있었다.
지난해 대상 포인트 20위까지 순위를 살펴보면 대부분 선수들이 우승을 경험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우승 일보직전에서 고배를 들며 생애 첫 승을 이루지 못한 '무관(無冠)의 여왕'들이 4명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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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영(사진: KLPGA) |
우선 이가영(NH투자증권)은 지난 시즌 '또 이가영'이라는 달갑지 않은 말을 들어야 했다. 그 만큼 대회 중반 또는 막판까지 자주 리더보드 가장 높은 쪽에 이름을 올리다 보니 대회를 치르는 도중 리더보드를 확인하는 선수들끼리 '또 이가영이네'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정규 투어 3년차였던 지난 시즌 이가영은 맥콜·모나파크 오픈 준우승을 포함해 무려 10차례나 톱10에 진입, 대상포인트 순위에서 톱10에 들었지만 생애 첫 승을 수확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상포인트 순위 톱10에서 우승이 없는 선수는 이가영이 유일했다. 2021시즌 대상 포인트 10위, 상금순위 14위에 오르며 KLPGA 투어 데뷔 3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유독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가오는 2022시즌 이가영의 행보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 역시 생애 첫 우승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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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예림(사진: KLPGA) |
지난 시즌 새로운 메인 스폰서 SK네트웍스와 인연을 맺은 최예림은 7차례 톱10(톱5 2회 포함)에 진입함으로써 대상 포인트 순위 15위에 오르며 KLPGA 투어 데뷔 4년 만에 골퍼로서 인생에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는 지난해 6월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8위)를 시작으로 8월 한화클래식(5위), 9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9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3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함으로써 큰 대회에 강한 새로운 면모를 과시했다. 정규 투어 데뷔 5번째 시즌을 맞는 올 시즌 최예림이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승을 이룬다면 자신의 커리어에 화룡점정을 하는 셈이 된다는 점에서 올 시즌 최예림의 활약은 골프팬들의 관심을 받기 충분하다. 지난 시즌 6차례 톱10에 진입하며 대상 포인트 19위에 오른 박주영(동부건설)은 2022시즌 KLPGA 투어에서 가장 '힙'하고 '핫'한 선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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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영(사진: 스포츠W) |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박민지와 벌인 명승부는 물론 롯데 오픈에서 대회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 장하나에 역전을 허용한 장면,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마지막 날 1m 미만 거리의 짧은 파 퍼팅을 놓치면서 우승 기회를 날려버린 장면, 그리고 점프 수트, 부츠컷 청바지 등 파격적인 패션 감각으로 필드를 수놓았던 장면들까지 2021시즌 박주영은 팬들에게 많은 추억을 안겼지만 우승의 추억만은 선사하지 못했다. KLPGA 투어에서 13번째 시즌이 되는 2022시즌 박주영은 30대의 나이로 여전히 투어를 대표하는 '힙스터'로서 필드를 누비는 것에 더해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우승의 마지막 열쇠를 열어냄으로써 우승을 향한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밖에 지난 시즌 루키로서 7차례 톱10(준우승 2회 포함)에 진입하며 시즌 막판까지 송가은(MG새마을금고)과 신인왕 경쟁을 펼친 홍정민(CJ온스타일)도 올 시즌 2년차 징크스 대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스윙 머신을 연상시키는 그의 플레이는 올 시즌에도 매 대회 우승 경쟁의 다크호스로서 주목을 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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