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힘든 건 1.5배인데, 행복은 다섯 배더라"
▲ 사격 금지현 [대한사격연맹 제공] |
한국 여자 공기소총 국가대표 금지현(24·경기도청)은 2000년생임에도 벌써 '엄마 선수'다.
2022년 10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서도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쿼터를 따냈다.
작년 5월 딸을 출산하기 직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금지현은 파리 올림픽 출전권까지 확보, 생애 첫 '올림피언' 수식어까지 얻었다.
스스로를 'MZ 아줌마'라고 소개한 금지현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기 낳으면 아줌마다. 이제 막 아이가 돌을 지났는데, 하루만 휴가를 얻어 진천선수촌을 나와 (가족들이 살고 있는) 울산에 가서 잔치만 하고 왔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 출전을 앞둔 금지현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소집 훈련 중이다.
딸 얼굴을 보려면 영상 통화밖에 방법이 없는데, 그마저도 고된 훈련이 끝난 뒤라 통화하다가 잠들기 일쑤다.
금지현은 "선수로 뛰면서 딸을 본 시간은 한 달 중에 열흘 정도밖에 안 될 것 같다"면서 "지금은 엄마가 못 놀아줘서 미안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래도 창피한 엄마는 아닐 것 같다"고 했다.
금지현은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ISSF 월드컵 여자 10m 공기 소총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엄마 선수'로 해외의 숱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상대 꼭대기에 선 것이다.
금지현은 "사실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아줌마가 여기서 뭘 그렇게 대단한 걸 하겠나. 대충 쏘자'라고 생각했는데 결선에 진출했다"면서 "결선에서는 '내 몸도 가누기 힘든데 뭘 또 쏘라고 하냐'면서 빨리 쏘고 나오려고 했는데 (우승해서) 가장 늦게 나왔다"고 돌아봤다.
출산은 여자 선수의 '시간'만 빼앗는 게 아니다. 때로는 건강마저 조금씩 갉아먹기도 한다.
금지현은 "출산하고 다시 총을 잡으니 몸이 쓰리더라. 바쿠 월드컵 때도 몸이 아파서 힘드니까 오히려 긴장이 덜 되더라. 예전에는 1점이라도 더 쏘려고 시간 꽉꽉 채워서 했는데, 이제는 빨리 쉬고 싶어서 마음을 놓고 쐈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금지현에게는 특이한 징크스가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경기를 치르면 오히려 긴장감을 잊을 수 있어서 성적이 더 잘 나온다.
그는 "동료한테 농담으로 '일부러 나 화나게 만들어달라'고 한 적도 있다. 근데 그래서는 안 되니까 요새는 남편이랑 싸운 거 생각한다"며 웃었다.
친구로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가까워져 결혼했다는 남편은 금지현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울산에서 딸을 돌보는 덕분에 안심하고 과녁에 집중할 수 있다.
출산 후에 생애 첫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금지현은 "처음에 '만삭의 총잡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때는 부담스러웠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나서야만 저출산을 해결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출산하고 나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다른 사람들도 용기 내서 한 발짝 내디딜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지현은 아이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은 따로 있다며 더 많은 '예비 엄마, 아빠'에게 용기를 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아이 낳고 힘든 건 1.5배 정도더라. 근데 행복은 다섯 배가 넘더라. 자기 핏줄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을 다들 용기 내서 느껴봤으면 좋겠다. 정말 초월적인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금지현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얻으면 둘째를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아이가 너무 귀여우니까 '너희 부부는 둘째 안 낳으면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따면 둘째를 갖자고 남편과 합의했다"고 공개했다.
메달 욕심을 내려놨더니 금메달이 따라온 지난 바쿠 월드컵처럼, 파리 올림픽도 처음부터 큰 욕심을 내지는 않으려고 한다.
금지현은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10m 공기 소총에 출전한다.
금지현은 "올림픽은 또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서 빨리 그걸 느껴보고 싶다"며 "메달 욕심은 크게 안 내고, 일단은 가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그러다 보면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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