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전 추효주의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이 소집과 경기 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경쟁'이다.
꾸준히 새로운 자원을 시험대에 올려 인재 풀을 넓히고,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당연히 여기지 않도록 긴장감과 경각심을 주고 있다.
현재 한국 여자 축구는 지소연(29·첼시), 김혜리(30·현대제철) 등 2010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를 합작했던 선수들, 장슬기(26·마드리드 CFF)를 비롯한 같은 해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 멤버가 주축을 이룬다.
주전 골키퍼 윤영글(33·한국수력원자력), 미드필더 조소현(32·웨스트햄) 등은 더 고참이다.
이들이 앞장서서 2015·2019년 2회 연속 성인 월드컵 본선 진출 등 한국 여자 축구의 새 역사를 일궈왔지만, 3년 뒤 월드컵이면 이들이 30대 중반에 접어들거나 서른에 가까워지는 만큼 미래에 대한 준비도 절실하다.
지난해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계기로 '포스트 지소연·조소현' 시대 대비의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
이후 지휘봉을 잡은 벨 감독이 2000년생 선수들을 본격적으로 발탁해 기용폭을 넓혀가는 이유다.
그 선두주자는 공격수 추효주(20·울산과학대)다.
지난해 19세 이하(U-19) 대표팀에서 활약한 추효주는 벨 감독의 데뷔전인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앞두고 소집됐고, 대만과의 경기 선발로 A매치에 데뷔했다.
이어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발탁된 그는 실전에 다시 기용됐다.
3일 미얀마와의 1차전에선 벤치 대기했으나 조 1위가 걸린 9일 베트남과의 2차전엔 강채림(현대제철)과 최전방에 선발 출격,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지소연(첼시) 등과 호흡을 맞췄다.
경기 초반 연이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아쉬움을 삼켰던 추효주는 1-0으로 앞선 후반 8분 추가 골로 A매치 데뷔 골을 장식하며 꽂아 한국의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추효주는 "그냥 좋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골을 넣을 수 있게 준비를 많이 하겠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A매치 첫 골도 좋았지만, 이번 소집에서 TV로만 봐왔던 지소연과 직접 호흡을 맞춘 건 그에게 특히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다.
추효주는 "언니는 축구를 정말 잘하신다. 멋있고, 생활할 때도 무척 좋으시다"면서 "배워야 할 부분이 진짜 많다고 느꼈다"고 귀띔했다.
추효주를 선발로 내보내고 마찬가지로 2000년생인 강지우(고려대)를 교체 투입해 A매치에 데뷔시킨 벨 감독은 "실수해도 좋다"며 언제나처럼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에도 '젊은 피'에 기회를 줄 거라고 공언했다.
약 2개월 사이에 A매치 데뷔와 득점을 통해 벨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추효주의 바람은 손흥민이나 지소연처럼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오래 활약하는 것이다.
그는 "이제 고작 3경기를 뛰었는데, 다치지 않고 A매치 100경기 넘게 출전하며 오래오래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기회가 되면 해외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