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얼음과 불의 특급 케미"
11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감독 오진석) 제작보고회가 개최, 배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 감독 오진석이 참석, 박경림이 진행을 맡았다.
▲4월 1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노이슬 기자 |
연출을 맡은 오진석 감독은 "퀸메이커는 실제 영어권 국가에서도 정식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라고 들었다. 그만큼 전통적으로 정치, 권력, 암투 이런 것들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의미다. 강렬한 두 명의 여성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점이 가장 다르다. 정치물에 관심이 없는 인물들도 전혀 다른 두 여성이 어떻게 만나고 변화하는지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고 말했다.
감독은 연출 계기도 전했다. 그는 "극 중 황도희라는 캐릭터가 오경숙에 질문하는 씬이 있다.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바하면서까지 약자를 위해 싸우냐'고 한다. 이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오경숙이 '약자를 위해 싸우고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라고 단순하게 말한다.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세상'이라는 말이 낯선 시대인 것 같아서 하고 싶었다. 가치는 소박할 수 있지만 전달하는 캐릭터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4월 1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 오진석 감독/넷플릭스 |
김희애는 대기업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는 황도희로 분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주로 남성 배우분들이 많이 나오는 장르의 작품들이 많아서 남장하고 나와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렇게 여성 서사를 담아낸 작품에서 중심을 이끌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했다.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들을 들여다보는 진위가 있었다. 캐릭터들의 치밀한 신경전과 싸움, 반전 이런 것들이 제가 대본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한 것 같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앞서 김희애는 '허스토리'와 '윤희에게' 같은 여성 서사의 작품을 선보여온 바. 그는 "그 두작품의 여성의 서사는 주류가 아니었다. 어두운 곳에서 주로 도움을 주는 약자 중의 약자였다. 황도희는 굉장히 반대편에 서 있는 역할이 아닐까 싶었다. 문소리씨는 저와 반대인데 저와 협력하면서 섞일 수 있는 서사였다"고 차별 포인트를 밝혔다.
▲4월 1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 김희애/넷플릭스 |
황도희에 대한 캐릭터 설명도 이어졌다. 김희애는 "기획실에서 벌어진 사건과 은씨 일가의 무책임한 태도에 충격을 받고 퇴사를 하는 인물이다. 황도희는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아주는 방식이다. 오만방자한 은성그룹을 깨부시고, 오경숙을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새 목표가 된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작품이든 인간 김희애와 캐릭터가 하나의 인물로 되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작품도 선과 악을 떠나 일치해가는 과정을 중요시했다"며 "이미지 메이커지만 퀸메이커로 성장해가는 황도희의 성장을 봤다.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보는 재미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드러나는 묘미가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촬영 내내 하이힐을 신었어야 했어서 힘들었다고 토로하며 "절대 안 내려온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하이일부터 컬러까지 디테일하게 준비했다"고 스타일링도 전했다.
▲4월 1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 문소리/넷플릭스 |
그는 "황도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노동 인권변호사로 일한다.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오래된 재래시장에 터를 잡고 있었는데 그 사무실 근처의 친한 분들이 은성그룹 계열에서 해고되면서 은성그룹과 싸우면서 두달 넘게 은성그룹백화점에서 고공 농성을 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들이받는 무서운 캐릭터였는데 그 원석을 황도희 실장이 보고 서울시장을 제안한다. 타고난 퍼포먼스의 귀재이기도 하고 돌직구 화법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백재민(류수영)을 위협하는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한다"고 부연했다.
황도희는 여성 정치인이다. 문소리는 "딱딱하고 오리혀 화려한 언변, 정리된 언변을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훨씬 더 자유롭고 자유분방한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는 가정을 하면서 출발했다.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어보자는 느낌으로 했다. 변호사 시절에 정리 안된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닌다. 그게 '서울대작전'에서 보여준 펌을 고대로 둔 것이었다. 중간에 자르고 가발의 도움도 받았다. 머리를 잘는 씬은 메이크 오버의 정점이었다. 이 작품으로 15년만에 머리를 짧게 잘라봤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가는 사진도 찍었다. 각오가 남다른 장면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소리는 "저는 선배님과 작품이 처음이다. 처음엔 조심스럽기도 하고 어려운 마음도 있었다. 그랬는데 한 배를 탔고, 이 배가 잘 갔으면 하고 눈을 질끔 감고 고민하다가 먼저 식사를 제안드렸다. 그때가 마침 선배님 생일이었다. 다른 선배님들까지 같이 해서 친해지는 시간도 있었다. 어느 순간, 처음에는 우리가 정말 하나가 되서 나가는 모습이 잘 그려져야 한다는 걱정이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 선배님 눈빛이 황도희와 오경숙처럼 맞춰져가는 느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4월 1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 류수영/넷플릭스 |
오진석 감독은 "황도희와 오경숙은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여지지 않는 굉장히 다른 성질"이라고 설명했다. 감독은 "하지만 같은 목표로 연대하면서 서로의 인간의 내면을 보고 진짜를 발견한다. 융화되면서 너무나 다른 둘이 만나서 엄청난 에너지를 나타낸다. 그게 너무 좋았다"고 했다. 문소리 역시 "서울시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연대하지만 그건 겉으로 나오는 목표다. 속에서 갖고 있는 목표는 달랐다. 근데 점점 같이 시간을 보내고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서로의 내면까지 끼치게 된다. 황도희는 재벌가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그 세계관에 갇혀 있었다면, 저는 좋은 세상은 다르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같이 융화되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결국엔 세상을 바라보는 눈까지 맞춰진다"고 덧붙였다.
'퀸메이커'의 유일한 청일점이자 김희애, 문소리와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대립하는 백재민은 류수영이 분했다. 류수영은 :이야기가 재밌다. 제가 했던 역할들과 다른 면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성별을 지우고 봤다. 보실 때 성별을 지우고 정치인이라 생각하고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성별을 나누지 않고도 인간의 욕망과 욕심 때문에 변해가는 과정이 재밌을 것이다. 2023년인데 남녀 구분하는 것은 촌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1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 서이숙/넷플릭스 |
이에 김희애는 "다른 남자배우들이 선택할까 의문이 들 정도로 악역이다. 근데 맨날 요리만 하신다. 박하선씨는 무슨 복일까 싶다. 실제로도 너무 여리다. 촬영이 늦어지면 집에 있는 아이가 너무 짠하다고 하더라. 우리가 등짝을 때려줄까 생각한 적도 있다. 역할을 어떻게 할까 퀘스천 마크였다. 근데 류수영씨의 재발견이었다"고 칭찬했다. 문소리는 "오히려 분위기를 주도하고 작은 보조 출연자들이 100명씩 넘는 씬은 정신이 없는데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주도하는 리더십이 있더라"라고 전했다.
류수영과 문소리는 선거 유세 장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해야했다. 류수영은 "그분들도 듣는 맛이 있게 준비했다. 제가 한 것보다 (보조출연자들이) 훨씬 더 호응을 잘해주셨다. 덕분에 정치인처럼 더 할 수 있었다. 이찬원씨가 일산에서 선거 유세하는 것을 봤는데 저였다고 하더라. 촬영장을 본 것이다"고 했다. 문소리도 "그때가 지방 선거 기간이었다. 지인분이 우리 지역구에 여성 부보가 나왔나? 하셨다고 하더라. 저 색깔은 무슨 당이지? 아는 얼굴인데 라고 하시면서 저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라고 촬영 비화를 전했다.
▲4월 1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 /노이슬 기자 |
서이숙은 백재민의 장모이자 은성그룹의 수장 손회장을 연기했다. 그는 "기업의 이익을 내야 낙수효과가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욕망으로 인해서 백재민이라는 사위가 썩 훌륭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덮고 서울시장을 만든다. 손회장 본인의 욕망을 위해서, 정말 기업인들은 욕망덩어리인가 생각도 드렁ㅆ다. 저희가 기업인을 연기할 때는 실제 롤모델이 없다. 그래서 감독님과 그들만의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며 접근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서이숙은 대한민국에 이런 배우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가발을 만들어서 써보기도 했고, 의상도 굉장히 잔소리가 많으셨다. 자신도 멋쟁이다. 현장에도 소위 작업 점퍼를 입지 않으시고 스타일에 예민한 분이다. 그래서 같이 의논해서 좋은 스타일링을 할 수 있었다"며 "희애 배우님과 많이 부딪힌다. '부부의 세계'의 뇌리에 남아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눈빛으로 이야기를 주는데 그때 그 쾌감은 연기할 맛이 났다. 매번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다르게 준다. 저는 재밌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희애 역시 "서희숙씨가 자부심이 있고 정말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여배우들이 자신의 외모를 늙게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있다. 나이가 많지 않으시다. 실제 보면 애처럼 발랄하게 입는다. 자신을 딱 버리고 손영심의 역할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배우가 봐도 존경스러운 배우다. 정말 그 역할을 들여다보고 그 인물에 들어가고자 했다"고 칭찬했다.
이날 오 감독은 "처음에 상반된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은 불과 얼음이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황도희가 부서지는 과정이 있다. 부서져도 녹지 않는 이미지를 상상했다. 오경숙은 옳지 않은 것을 대했을 때는 뜨거움, 불을 상징한다. 누군가를 태워 없애는 것이 아닌, 주변에 따스함을 주는 것이다. 두 배우님께서 너무 잘 보여주셔서 연출로서 너무 감사했다"고 워맨스 포인트를 전했다.